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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영웅의 생애〉작품 40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영웅의 생애〉작품 40
  • 의사신문
  • 승인 2012.09.0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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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웅'의 일생 정교·화려하게 묘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마지막 교향시 〈영웅의 생애〉는 누구를 위한 곡인가?' 1899년 초연 당시 이 작품은 영웅의 정체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거웠다. 당시 대부분 평론가들이 슈트라우스를 지목했다. 작곡가 자신을 우상화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스스로를 영웅으로 묘사하기 위해 과도하게 화려하고 웅장한 선율을 동원했다는 야유도 들었다. 마침내 슈트라우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일정 부분 사실일 수 있다”며 “하지만 나는 영웅이 아니며 전쟁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라고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전쟁 영웅은 아니지만 20세기 음악을 개척한 `음악 영웅'으로서 많은 음악평론가들과 싸워가며 위대한 작품을 남겼다. 전쟁의 영웅이 들고 있는 칼과 방패 대신 자신의 영웅은 펜과 오선지를 들고 있다. 35세에 이 작품을 완성했는데 비록 청장년의 젊은 나이에 영웅이라는 표현이 오만함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음악계에서 20년 넘게 헤쳐 온 음악 인생이 〈영웅의 생애〉에 녹아 있어 인생의 도상에서 선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슈트라우스는 좁고 험한 길을 선택했다. 당시 음악계에 염증을 느끼면서 독일 낭만주의를 고집한 최후 작곡가로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지키기로 결심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16살까지 아버지의 엄격한 비호아래 고전 음악 속에서만 자랐다. 바그너 혐오자인 아버지는 바그너 작품은 완전히 거부했다고 전했다. 슈트라우스가 청년기인 1880년대에 바그너는 30년이 넘도록 몰두하여 그의 마지막 작품인 〈파르지팔〉의 작곡을 마쳤고 브람스는 교향곡 제3, 4번을 완성하였고, 쇤베르크는 〈세 개의 피아노곡〉을 완성하였다. 당시는 음악의 혼돈의 시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슈트라우스가 작곡가로서 취한 일관한 태도로 인해 `낙후한 작곡가' 또는 `바그너-브루크너전통의 계승자'로만 해석되었다. 그러나 1860년대를 이끌어 가던 펜데레츠키같은 작곡가들이 조성을 새롭게 발견하여 그들 작품에 융합시킴으로써 슈트라우스의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었다. 이 곡은 지난 세월에 대한 작곡가 자신의 회상이 6개 장면으로 구성된다. 단일악장으로 표제적인 형식을 취하면서 긴장과 흥분이 감돌고 있다. 영웅의 모습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 영웅의 사랑, 반대자들과의 싸움과 승리, 영웅의 은퇴 등을 정교하고 화려하게 묘사하고 있다.

△제1부 영웅(Der Held) 서주가 없는 쾌활한 호른과 현악기들이 솟아오르는 선율로 젊은 영웅의 모습을 당당히 그리고 있다. 영웅의 모습은 참으로 위풍당당하다. △제2부 영웅의 적들(Des Helden Widersacher) 영웅은 적들의 신랄한 조롱을 받는다. 조소하는 듯 시니컬한 목관의 비웃음소리가 들린다. 영웅의 고뇌와 투쟁이 독창적인 관현악 울림으로 표현된다. △제3부 영웅의 반려자(Der Helden Gef<&25058>hrtin) 바이올린 독주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영웅의 애인을 묘사하고 있다. △제4부 전쟁터의 영웅(Des Helden Walstatt) 트럼펫으로 전장의 모습이 나타나며 대담하고 용맹한 영웅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마치 끈질기고 편협한 평론가들과 싸우는 슈트라우스의 분노를 나타내는 듯하다. △제5부 영웅의 업적(Des Helden Friedenswerke) 돈키호테 등 슈트라우스의 다른 음악들의 주제가 단편적으로 그려지면서 여러 회상이 스치면서 황혼기를 맞이한 영웅의 말년이 펼쳐진다. △제6부 영웅의 고독과 성취(Des Helden Weltflucht und Vollendung)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선율로 여생을 평안 속에 보내려는 영웅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옛날의 투쟁의 모습을 회생할 뿐 더 이상 투쟁의 정열도 없이 영웅의 고독만이 남아있다. 바이올린의 가냘픈 고음이 긴 여운을 남기고 끝난다. 지난 삶이 후회스럽지 않다면 바로 당신이 영웅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들을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59]; 루돌프 켐페(지휘), 드레스텐 국립 오케스트라[EMI, 1972]; 칼 뵘(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6); 게오르규 솔티(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77]; 프리츠 라이너(지휘), 시카고 심포니오케스트라[RCA, 1954]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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