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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성 출혈열의 병원체를 발견한 - 이호왕
유행성 출혈열의 병원체를 발견한 - 이호왕
  • 의사신문
  • 승인 2012.09.0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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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 바이러스 규명 및 백신·진단 방법 개발

이호왕(李鎬汪)
이호왕(李鎬汪)은 1928년 함경남도 신흥군 신흥면에서 출생하여 성장하고 함흥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다. 학생시절 한국전쟁 때문에 부산으로 피난하였고 전시 연합대학을 거쳐 1954년 서울의대를 졸업하였다.

전염병을 치료하는 내과의사가 되려면 미생물학을 알아야겠다는 결심으로 미생물학교실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한국 재건을 위한 미국원조사업이었던 IC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체결된 서울대학교와 미네소타대학 간 교수교환계획이 실행되려던 때였다. 일년 간 어렵던 조교생활을 하다가 미네소타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 유학할 수 있게 되어(1955∼59) 석박사 과정을 밟게 되었다. 미육군군의관 소령신분으로 일본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일본뇌염을 연구한 Scherer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당시 미국에서는 Delbrueck의 phage group이 동물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는 소위 조직배양법을 소개함으로써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인공 배양하여 백신개발에 성공하는 획기적 시대였고 본격적으로 바이러스학 발전이 열리던 때였다. 선생은 석사과정에서 돼지콩팥세포에서 일본뇌염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배양하였고 박사과정에서는 배양한 일본뇌염바이러스를 원숭이에 감염시켜 혈청학적 반응을 검토하는 세계 최초의 연구를 수행하였다.

귀국 후 국내의 실험실 사정은 열악하였는데 일례로 1965년까지 일주일 중 수요일에는 실험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학생들에게는 가혹하다는 불평을 들을 정도로 실습교육에 정열을 쏟고 있던 중 5.16으로 군대에 소집되었고 당시 부산 범일동 소재의 국군중앙의무시험소에 육군대위로 근무하던 중 한국형 출혈열의 심각성에 관해서 알게 되어 미국 육군의학연구소에 연구지원을 요청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다고 한다.

1968년 월터리드 육군연구소 소장 소개로 일본에 있는 미국육군의학연구개발사령부에 한국형 출혈열에 관한 연구계획을 제출하여 다음해부터 소액의 연구비와 야외연구용 차량을 제공받아 출혈열 연구를 시작하였다. 이를 계기로 1970년부터 1993년까지 23년 간 미육군성 연구비로 출혈열을 연구하였다. 한탄바이러스로 명명된 원인체를 발견하는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서 되돌아올 수 없는 방향을 결정지은 사건은 유행지역인 경기도 연천지역에서 질병매개 추정동물을 채집하던 연구원 중 출혈열 환자가 발생한 일이다(1971). 1972년부터 고려의대 미생물학교실 주임교수로 자리를 옮겨 연구하였으며 1975년 어느 누구도 주목한 적이 없던 장기인 폐조직에 주목한 것이 또 하나의 결정적 사건이다. 면역형광현미경법으로 들쥐의 폐조직이 회복기 환자의 혈청과 반응하는 특이 항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Korea 항원'이라 명명하고 1976년 발표하였다. 1980년에는 이 항원을 `한탄바이러스'로 명명하였는데 이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지자 매년 수십만명 환자가 발생하는 미수교국이었던 중국과 구소련의 학자들과 교류를 하게 되었고 북유럽의 Nephropathica epidemica(1978), 일본 동물실험실에서 발생하던 출혈열(1979)을 비롯하여 국내외에서 유사한 한탄바이러스가 인류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1980년부터 백신개발을 시작하여 1990년에는 상품화에 성공하였고 1990년에는 간편한 혈청진단키트를 개발하여 한탄바이러스학이 해야할 모든 것을 완결시켰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년퇴임한 후에는 1994년부터 2000년까지 울산의대의 아산생명과학연구소 소장으로 근무하였다.

의학연구에 관한한 세계 최강임을 자부하는 미국이 25년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어느 누구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여건 속에서 “바로 이것이다.”라고 난제에 대한 정답을 제공한 업적에 대한 평가는 미국최고공로훈장(1978), 새서울 로타리상(1980), 대한민국 학술원상(1980), Men of Achievement, England(1983), 미육군연구개발부 연구업적상(1983)을 시작으로 노벨상을 제외하고 국내외 수상을 너무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이 있을 정도이다.

수상금을 기금으로 모아 1997년부터 국내의 바이러스학, 미생물학, 기초의학 학자의 연구를 지원하는 한탄생명과학재단이라는 재단법인을 설립하였다.

집필 : 이광호(경상의대 미생물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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