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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3)
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3)
  • 의사신문
  • 승인 2012.08.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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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의 무게 배분, 업힐·다운힐 때 더욱 강력

지난주에는 제주도를 다녀왔다. 출장 검진을 겸한 여행이었으며 제주도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출발 당시에 지도를 잘못 보아서 해안선 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하였으나 아무리 달려도 바다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한라산을 도는 도로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하루 1만5천원에 빌린 MTB를 타고 휴대폰 통화까지 해가며 바다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달리다보니 그랬다.

결국 한라산 순환도로에서 서귀포쪽으로 내려오자 이번에는 해안이 보였다. 다시 제주시까지 해안을 보며 밤이 될 때까지 해안을 달렸다. 시속 20Km 정도로 달렸다고 계산되고 밤이 되자 옛날 친구를 만나러 우선면이라는 마을로 다시 10Km 정도를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 10시간동안 거의 200Km를 달린 셈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에 차도 안다니는 길을 자전거를 끌기도 하고 타기도 하면서 비자림숲을 지나가며 느낀 그 감성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예과시절 친구와 돌다가 밤에 안동과 예천을 지나가며 느낀 감성과 비슷하지만 더 거대한 자연을 느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왜 내가 서울에 살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100번도 더 드는 경험이었으니 충격을 대단한 셈이다.

다시 본론인 드라이빙으로 돌아가자. 제주도의 도로들은 특이하다. 산중의 도로는 밤에 자동차가 1시간에 몇 대도 지나가지 않는다. 다운힐도 길고 급한 곳도 많으며 코너링도 이상한 곳들이 많다. 내리막을 다운힐 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약간 오르막이라면 운전자 , 특히 한계에 근접하는 운전자는 당황스럽다고 한다.

1100고지에서 제주시 쪽이나 서귀포 쪽으로 다운힐을 약간 높은 속도로 진행한다면 타이어와 브레이크는 쉽게 한계치에 근접하게 된다. 충주댐 호반길보다 길고 급한 다운힐이다. 이런 곳에서 달리기를 펼친다고 생각하면 자동차의 특성이 명백하게 반영된다. 이니셜D의 배틀과 같다. 주인공인 탁미는 여러 종류의 차들과 경합을 벌인다. 탁미의 차는 후륜구동인 AE86이고 다른 차들은 전륜부터 4륜구동까지 다양하다. 탁미가 강세를 보이는 곳은 다운힐의 경주다. 50마력이나 200마력이나 엔진의 힘은 중요하지 않다. 가속을 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차의 특성이나 운전자의 스킬에 많이 좌우된다.

지난번 배틀기에서 권규혁님의 폭스바겐 비틀이 스바루 리거시와 대등한 달리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비틀의 특성 때문이었다. 비틀은 후륜쪽에 무게중심의 65%가 쏠려있다. 당연히 전륜에는 큰 하중이 걸리지 않는다. 비틀의 브레이크는 드럼방식으로 알고 있다. 디스크 방식보다 성능이 많이 떨어지며 쉽게 피로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상시 주행에는 잘 모르지만 험한 주행에는 많이 불리하다. 그렇지만 애초부터 로딩이 덜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피로에 쉽게 돌입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은 타이어와 약한 브레이크로도 언덕을 잘 내려갈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무게 배분을 가진 RR 방식의 911도 비슷한 특성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내리막에서는 앞타이어에 무게가 많이 실려서 핸들링은 더 유리해진다. 이보다는 조금 마일드한 MR 방식의 박스터나 카이맨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후륜에 많은 무게가 걸리는 구조로 다운힐에서는 매우 유리하다. FF 방식의 자동차와는 완전히 반대다.

언덕을 오르는 경우에는 후륜에 강한 견인력이 걸려서 업힐에도 유리하다. 하지만 전륜은 그다지 강한 견인력이 걸리지 않는다. 가속이 되면 무게 중심은 뒤로 간다. 브레이크가 걸리면 견인력이 증가한다. 역시 FF의 반대다.

평지에서도 마찬가지로 평상시 주행상태에서 RR은 약간의 언더스티어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강한 스티어링에는 전륜의 약한 견인력이 오버스티어로 나타난다. 곰곰 생각해보면 스포츠 주행에 그것도 스킬이 좋은 드라이버가 몰면 좋은 차종이다. 방심하고 마구 몰아대면 사고가 나기 쉬운 구조다. RR의 특성이 그런 것이다. 다른 회사들이 RR을 만들지 않는 것은 RR에는 불리한 점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용도의 차가 아니라 스포츠카에 알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비틀은 일상적인 차로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생산된 차였다. 비틀이 특별히 불안정한 달리기를 했다는 기록도 없다. FF의 시대로 넘어온 지 한참 지났어도 비틀은 팔렸다. 어쩌면 잘 만든 차들은 어떻게 만들어도 명차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세는 RR인 아니라 FF가 다수이고 FR이 그 다음이다. 4WD는 그다지 많지 않다.

요즘은 포르세도 RR이 아닌 파나메라를 만들고 있다. FR이다. 포르세는 RR이나 MR이 아니라 몇 개의 FR을 만들어서 판매했었다. 과거에는 신통치 않은 실적이었지만 파나메라는 달랐다. 과거에는 924, 944나 968같은 차들이 FR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들은 폭스바겐과의 조인트로 만들어진 혈통이다. 카이엔도 대성공이었고 역시 폭스바겐과의 조인트로 만들어진 차종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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