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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병리학과 소아병리학을 일군 - 지제근 
신경병리학과 소아병리학을 일군 - 지제근 
  • 의사신문
  • 승인 2012.08.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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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병리학 국제수준 견인·우리말 의학용어 개발

지제근(池堤根)
지제근(池堤根)은 1938년 지규혁(池奎爀)과 이정화(李貞和) 사이에서 출생하여,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다.

선생은 197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전임강사직을 접고 미국으로 가서 하버드의대 보스톤 소아병원 병리과 레지던트를 시작으로, 1973년부터는 신경병리학 레지던트 과정 (하버드의대 보스톤 소아병원, 베스이스라엘병원, 피터벤부리감병원 통합과정)까지 마친 뒤 1975년에는 미국 해부병리학 전문의 및 신경병리학 전문의로서 힘든 과정을 마쳤다. 선생은 그 뒤 일년간 하버드의대에서 신경병리학 전임강사로 재직하다가 우리나라 병리학과 모교 발전에 기여하고자 1976년 다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교수로 돌아왔다.

선생은 1962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병리학을 필생의 학문으로 선택하였는데 당시 국내 병리학의 주요 흐름은 일본강점시대의 실험병리학에서 미국 중심의 병원병리학 (외과병리학)으로 이행하던 시기였다.

선생은 2003년 정년퇴임기념 논문집에서 병리학자로서 자신의 활동 기간을 우리가 서양의학을 도입하여 모방하던 이륙기에서 독자적인 위치로 발전하고 국제화한 고도성장기까지라고 회고했다. 우리나라 병리학이 국제적인 수준에서 분야별 전문성을 구축하고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그 중심에 선생이 서 있다. 특히 신경병리학과 소아병리학에서 그가 없었다면 아직까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에 감히 이의를 달 사람이 없다고 확신한다.

최근 생물학분야와 영상의학 부문의 눈부신 발전과 더불어 뇌의 신비를 연구하는 신경과학(Neuroscience)이 의학 및 생명과학의 주류로 완전히 자리잡고 있다. 그 때문에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을 아우르는 신경병리학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선생은 우리나라 신경병리학의 초석을 구축하고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소아병리학 분야의 정립에도 헌신하였다. 신경병리학과 소아병리학은 공통적으로 그 어느 분야보다도 발생학 및 기형학과의 연관성이 밀접한 분야이다. 태내에서부터 유소아기에 이르는 뇌의 발달 과정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큰 특성 때문이다. 선생이 왜 이 두 분야의 확립과 발전을 함께 추구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선생은 특히 1985년 국내 최초의 어린이병원인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병리과 분과장으로 취임하면서 후학들의 교육과 연구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했다. 실제로 선생은 신경병리학 및 소아병리학 분야의 후학들과 함께 외국의 자료가 아닌 자신이 국내에서 수집한 연구 자료들만으로 `배아 및 태아의 형태발달'(1989), `Sequential Atlas of Human Development'(1992), `Atlas of Human Embryo and Fetus'(2001)와 같은 인체 발생에 관련된 뛰어난 저서들을 출간했다. 그뿐 아니라 대한병리학회내에 신경병리연구회와 소아병리연구회를 조직하고 이끌어 나가면서 후학들에게는 지속적인 지식 교류의 무대를 제공하였다. 신경병리학자, 소아병리학자로서 선생의 위상은 너무나 독보적이었다. 그래서 여러 의과대학들의 신경병리학 학생 강의는 물론, 전국의 신경외과, 신경과, 소아과의 임상 의사들의 교육은 항상 그의 몫이었다.

끊임없는 노력과 헌신의 결과로 선생은 2011년까지 1,340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하였고, 대한민국학술원상을 포함하여 다수의 상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학술적인 성취 뿐만 아니라 선생은 우리 나라 의학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 대외적으로도 열정적으로 활동해서 대한병리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장, 한국선천이상학회장을 비롯하여 마침내 대한의학회장에까지 올라 누구도 따르기 힘들 만큼 우리 나라 의학 전반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우리말 의학용어를 개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그 결실로 2006년에는 의학용어큰사전을 출판하여 의학의 교육적이고 문화적인 발전에도 남다른 발자취를 남겼다.

의학은 궁극적으로 인간, 특히 여러 국면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환자를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학문이다. 따라서 특정 의학 분야의 선구자라는 용어가 갖는 의미는 비단 학술적인 기량에 국한해서 판단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인간 관계를 존중해서 고려되어야 한다. 부검실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을 남을 시키지 않고 자신이 먼저 가서 닦고, 까마득한 후학들에게도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항상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진심으로 격려해온 선생은 이런 면에서 진정한 의미의 선구자다. 우리 의학의 선구자로서 선생의 정렬과 노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집필 : 김종재(미국 웨인주립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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