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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바이올린소나타 A장조 작품번호 8 
프랑크 바이올린소나타 A장조 작품번호 8 
  • 의사신문
  • 승인 2012.08.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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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속삭임' 순환기법으로 극대화

1886년 9월 벨기에 최고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외젠 이자이의 결혼을 위해 작곡된 이 곡은 이자이에게는 새 출발을 축하하는 우정의 선물이었으며 프랑크 자신에게는 비로소 작곡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전환점의 작품이었다.

그는 생 클로틸드 성당 오르가니스트이자 파리 음악원의 오르간 교수로 재직하며 평생을 오르가니스트로 살아 왔으며 모든 사고와 작곡 기법도 오르간을 바탕으로 해 왔다. 그는 후대 프랑스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고 말년에 이르러 비로소 뛰어난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그의 유일한 교향곡을 마쳤을 때 그의 나이는 이미 66세였으며 이 소나타와 피아노 오중주, 현악 사중주 등 걸작들이 이 시기에 작곡되었으며 이듬해 그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결혼 축하선물로 이 작품을 받은 이자이는 피아니스트 보르드-렌느와 함께 1886년 12월 브뤼셀 현대미술관에서 초연을 하게 된다. 그날 늦은 오후의 감동적인 순간을 그의 제자 뱅상 댕디는 이렇게 회상을 하고 있다. “소나타가 시작될 즈음엔 이미 사방이 어둑어둑해지더니 제1악장이 끝나자 연주자들이 악보를 보지 못할 정도로 어두워졌다. 미술관 방침에 따라 어디에서도 조명을 밝힐 수 없었다. 미술관측은 청중에게 그만 돌아가길 청했으나 청중들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바로 이때 이자이는 활대로 보면대를 치면서 “Let's go!”라고 외면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두 연주자조차 서로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남은 세 악장을 연주하였다. 더욱 경이로웠던 것은 공연의 효과를 높일만한 그 어떤 시각적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음악만이 암흑 속에 가득히 울려 퍼졌다.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이 기적 같은 순간을 잊지 못하리라.”

프랑크의 작품은 겉으로는 매우 단순하고 음악적 감성이 풍부해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엄격한 논리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작품에 대해 드뷔시는 “사람들은 프랑크의 천재성에 대해 떠들어대곤 하지만, 정작 순수한 의미의 단순함이라는 것을 지적한 사람은 없다.” 그의 제자 뱅상 댕디도 “프랑크는 아름다운 화음 하나를 작곡한 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프랑크는 매우 단순하면서 낙천주의자였다. 프랑크는 곡 전체에서 주제의 통일성에 깊은 관심을 보였는데 이를 일컬어 `순환 기법(동일한 주제가 두 개 이상의 악장에 쓰이는 형식)'이라 칭했다. 그는 베토벤의 전통기법과 19세기 리스트와 바그너에서 시작된 새로운 감각의 혁신기법 사이의 통로를 찾고자 했다. 오르간 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작곡을 하는 프랑크는 바흐의 오르간 작품들을 연주하면서 대위법적인 요소를 자신의 작품에 가미하여 생명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다시 생성의 단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제1악장 Allegro ben moderato 프랑크 자신이 말한 것처럼 `연애의 시작'을 의미하듯 은은하게 떨리는 마음의 표현처럼 피아노가 낮게 음을 이끌어내고 곧이어 바이올린이 서서히 몽환적인 주제를 연주한다. 첫 번째 주제가 지속적으로 순환반복을 한다. △제2악장 Allegro 드디어 완전하게 틀을 갖춘 소나타 형식이 등장한다.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교차는 뜨거운 감정이 드디어 폭발을 하게 된다. △제3악장 Recitativo-Fantasia: Moderato 프랑크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독창적이며 다양한 변주가 사랑의 속삭임처럼 즉흥적이고 섬세하게 펼쳐진다. △제4악장 Allegretto poco mosso 결혼에 도달한 사랑스런 커플을 그리면서 행복한 미래를 상징하고 있다. 이 악장은 음악사에서 가장 훌륭한 캐논으로 손꼽힌다.

■들을만한 음반: 자크 티보(바이올린), 알프래도 코르토(피아노)[EMI, 1929]; 지노 프란체스카티(바이올린), 로베르토 카자드쉬(피아노)[Columbia, 1947]; 아르투르 그뤼미오(바이올린), 지요르기 세보크(피아노)[Philips, 1978];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Melodiya, 1968]; 정경화(바이올린), 라두 루푸(피아노)[Decca, 1977]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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