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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2-1)
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2-1)
  • 의사신문
  • 승인 2012.08.0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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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에서 이어 받은 35:65의 무게 배분

얼마 전 자전거가 뒤로 전복되면서 다친 엉덩이는 MRI상으로 12센티 직경의 혈종이 생겼다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 찍혀본 MRI였다. 드레인을 박아 놓은 상태로 보름 가량의 치료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정도의 상처라면 어반 자전거를 접어야 하겠지만 상황은 반대다. 겨를이 있다면 어반과 BMX를 팔아서 입문용 트라이얼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다.

어제 플랫랜드 BMX 선수였던 사람을 만나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둔한 운동신경을 가진 필자가 플랫랜드 BMX를 배웠으면 매일 다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둔한 덕분에 매뉴얼에 대해 어느 정도 더 알게 되었다.(물론 더 다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트라이얼 기술에 도전하고 싶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트라이얼 자전거가 필요하다!

스포츠 운전을 좋아한다면 스포츠 성향의 차가 필요하다. 위험하더라도 스포츠 운전을 하고 싶다면 그렇다. 진짜 스포츠카는 스포츠 성향의 차보다 물론 훨씬 비싼 것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포르세는 상당히 비싼 편에 속한다.

포르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다. 필자도 글을 쓰다 보니 여유가 된다면 한 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차를 던지는 사람들이 사겠다는 사람들보다 많을 것 같지만 작년에 국내의 포르세 판매는 상당히 실적이 좋았다고 한다.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확연히 갈리나 보다. 그렇지만 생각조차 못할 것은 없다(사실 드림카는 포르세가 아니라 페라리니 꿈은 더 크다).

다시 포르세 911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지난번에 적은 시승기처럼 911시리즈의 964와 993은 터보의 반응이 다르다. 그리고 역시 지난번에 적은 무게 배분에서 911은 35:65라는 특이한 비율을 갖고 있다. RR 구성이라 엔진과 트랜스 미션이 모두 뒤에 있다 보니 구동축에 많은 무게가 실린다. 생각해 보면 911의 조상인 폭스바겐 비틀도 같은 특성을 갖고 있었다. 비틀은 40:60 정도였다고 한다. 비틀 엔진의 반응은 911만큼 격렬하지는 않지만 하중이 모두 뒤에 있다 보니 가속시에 앞이 가벼워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확실히 RR은 다른 차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조선일보에도 글을 많이 적었던 권규혁님은 예전에 비틀을 몰았다고 한다. 예전에 한국에 왔을 때 시간이 없어서 만나지 못했지만 참 궁금한 드라이버였다. 미국에서 1969년 비틀을 몰면서 몇 번의 배틀기를 프리챌 시절의 테스트드라이브에 올렸다. 2003년과 2004년의 글들이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의 하나는 플랫4의 배틀이라는 제목이었다. 이 비틀은 54마력밖에 안되고 형편없는 타이어와 브레이크를 갖고 있었지만 RR의 특성을 잘 이용해 오테가마운틴에서 여러번 배틀을 벌였다. 이니셜 D의 FR차종 86의 승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플랫4의 대결은 비틀이나 스바루 모두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출력은 아웃백이 훨씬 세다.

그 중의 일부를 소개한다:

구름이 발밑에 펼쳐진 사진을 찍기 위해선 구름보다 높은 해발고도까지 올라가야 했습니다.

보통 구름이 낮게 낀 때면 마운틴 윌슨 정도만 가도 충분하지요. 그래서 그날도 애초 마운틴 윌슨까지만 갔다올 심산이어서 기름이 충분하리라 생각하고 반탱크가 채 안되는 상태로 올라왔기때문에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더 올라갔다가 내려올것인지, 아니면 포기하고 돌려서 내려갈 것인지 결정해야 했지요. 연비모드로 운전하기로 결정하고는 계속 산위로 운전해 올라갔습니다.

뉴콤스 렌치를 지나 어느정도 내려왔을때였습니다. 백밀러에 잠깐 어느 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치더군요. 멀리 있었기 때문에 코너를 돌자 곧바로 사라졌습니다만 조금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었지요. 조금 더 가자 백밀러속의 불빛이 조금 더 가까와지더군요.

속도를 약간 올렸습니다. 그리 급하지도 완만하지도 않은 코너구간에서는 좀 밟았습니다. 연속된 코너를 빠져나온 후 아까와 비슷한 거리를 두고 있는 그 차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내려가자 완만한 고속 코너와 간간히 나오는 짧은 스트레이트가 연속된 고속구간에 접어들었습니다. 평상시 정도로 달리고 있는데 백미러를 보니 그 차가 아까보다 꽤 가까와졌더군요.

직선 내리막이 나오자 곧바로 제 뒤 70m정도까지 따라 붙었습니다. 똥침 상황이 되기 전에 길가에 마련된 대피구간으로 잠시 차를 몰아 뒤차를 보내주었습니다. 차라리 똥침 상황에서 비켜주었더라면 곧바로 재가속을 할 수 있었을텐데 미리부터 대피구간으로 들어가 그 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느라 속도가 크게 떨어져버려 제가 도로상에 진입 했을때 그 차는 벌써 적어도 코너 두 세개 정도는 앞서 있었습니다.

대피구간에서 속도가 너무 떨어져버려 곧바로 그 차 뒤에 붙지는 못했습니다만 스쳐지나가는 모습으로 구형 스바루 임프레자 아웃백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뉴콤스 렌치에서 일하는 대런이라는 친구더군요. 하긴 이길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니 빠른 것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그 구간은 내리막이 잠시 오르막으로 변하며 완만한 코너가 연속된 곳이어서 54마력 리어엔진의 제 차로는 다소 불리했지요. 운전스타일이 연비모드에서 배틀모드로 바뀌었지만 앞차와의 거리는 조금씩 조금씩 더 멀어지기만 했습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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