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의 따뜻한 인간애 담긴 소통을 준비하자
환자 중심의 따뜻한 인간애 담긴 소통을 준비하자
  • 의사신문
  • 승인 2012.07.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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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완〉 

국내 대표적인 의료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이혜범 씨의 `의사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두번째 이야기)'가 지난 해 1월13일지 의사신문(4868호)에 첫 회가 게재된 이후 무려 1년7개월 만에, 이번호(7월19일자, 4989호) 62회를 마지막으로 연재가 종료됩니다. 이혜범씨는 그동안 연재를 진행하며 “매주 마다 의사들이 실제 진료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진료팁을 제공하고 의사들이 이를 적극 실천, 소통이 잘되는 행복한 병원을 만들고 아울러 환자들에게 존경받기를 진심으로 기대했다”고 밝혔습니다. 강연과 집필 등 늘 분주한 일정과 여러 가지 사정에도 불구하고 의사신문의 전국 열독자들을 위해 장기간 칼럼을 연재해 주신 이혜범 씨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편집자 주]

■환자와의 관계. 미래에는 더욱 중요.
그 동안 의사신문 칼럼을 연재하며 의료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음에도 바람직한 의사-환자 관계(doctor-patient relationship)를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는 힘들다. 그것은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의사-환자와의 관계 맺음이 적절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 말부터 정신분석 이론의 영향으로 의사-환자 관계에서도 질병설명 모델에 점차 심리학적 관점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Szasz와 Hollender(1956)는 의사-환자 관계의 세 가지 모델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능동-수동모델(activity-passivity model)은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의사에게 환자가 치료의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것을 말한다. 환자의 생명이 위험한 응급상황이나 환자가 의사소통이 힘든 상황에서 적합하다. 두 번째 지도-협동 모델(guidance-cooperation model, paternalistic model)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의학적 치료에서 우세했던 모델로, 세계 많은 나라에서 아직 상당수가 존재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으며 이익이 되는 결정을 혼자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는 의사를 지도자로 여기며 열심히 협조하게 되는데 의사는 환자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걱정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힘든 환자나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는 환자에게는 적합할 수도 있으나 환자의 자율성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한계점이 있다. 세 번째 공동적 참여모델(mutual participation model)은 무엇보다 환자의 자율성이 매우 중시된다. 환자의 가치와 경험을 존중하고,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동등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동반자로 치료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의사-환자 관계 역시 환자의 자율성을 중시하며 환자의 가치와 경험을 존중해주는 공동적 참여모델이다. 곧 다양한 의료 상황에서 바람직한 의사-환자 관계를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어렵지만 매 순간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려고 노력할 때 진정 환자가 중심이 되는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시한 의사윤리강령에서 환자를 질병의 예방과 진료, 재활과 의학연구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인격을 가진 존엄한 존재로 대하라고 강조하는 것 역시 환자의 자율성을 중시하며 가치와 경험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인 병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환자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환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진료과정 내내 그 어떤 이야기든 환자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진료를 마칠 때는 혹시 환자가 궁금한 것이나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더 궁금한 것은 없으신가요?”식으로 환자를 배려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작은 소도시에 불과했던 미국 로체스터(Rochester)시가 현재 전 세계에서 환자들이 찾아오는 유명 도시가 된 이유 역시 메이요 클리닉 덕분일 것이다. 물론 메이요 클리닉이 이렇게 세계적인 병원이 될 수 있었던 핵심은 메이요 클리닉의 기본 정신인 “환자 제일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의료진의 마인드와 경영 원칙이 오직 그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데 정확히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의료기기의 발달로 의사-환자의 인간적 관계는 부족해져
환자의 자율성 중시하고 가치와 경험을 존중하는 자세로
커뮤니케이션 변혁에 대응하는 공동 참여의 소통 노력을


이제는 전 세계 모든 병원에서 `환자 중심' 진료가 병원 성공의 키워드다. 물론 다가오는 미래사회에는 `환자 중심' 진료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며 환자가 중심이 되지 않는 병원은 더 이상 유지되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앞서 소개한 메이요 클리닉은 의료서비스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환자중심 접근법'을 연구했다. 메이요 클리닉 관계자는 “현재 우리가 환자 니즈(needs)를 다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병원 밖에서의 니즈까지 충족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예방이나 건강, 웰빙 등 병원을 찾아올 때 외에도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접근부터 환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한다. 협업을 통해 서로의 목표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환자의 상황과 질병에 대해 협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환자를 위해 의사가 병원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까지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방법까지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 앞으로 다양한 의료 기기의 발달은 의사에게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진료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의사-환자' 관계에서는 `환자 중심'의 따뜻한 인간애, 아날로그적인 모습이 요구될 것이다. 현재 의사가 환자에게 면대면(face to face)으로 시행했던 검사나 진료를 대체하는 다양한 의료 기기들의 등장은 신속함과 정확함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시간을 줄여 깊은 라포를 형성하고 환자와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할지 모른다. 그만큼 의사는 `환자'라는 인간에게 더욱 관심을 갖고 의료 기기가 대체할 수 없는 `감정 교류'라든가 `환자 마음 읽기' `환자 니즈 파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 몇몇 병원에서는 사전에 등록한 환자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바로 병원 의료진을 검색해서 외래 진료를 예약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의료진은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병원 안 어디에서나 실시간으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간호사용 애플리케이션은 환자의 체온, 맥박, 호흡 등 생명 징후와 검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입력해 의료진과 공유하게 되었다. 이제 병원 내 어디서나 의료정보에 접속해 신속하고 편리한 진료를 가능하게 만드는 의료 환경이 현실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앞으로 의사와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그 양에 있어 더욱 전면적인 변화가 생길 것을 예측하게 한다. 특히 현재 의료진과 환자용으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응용프로그램을 내놓고 `모바일 진료'까지 선보이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미래에는 의사가 실시간으로 환자와 소통하며 환자를 치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그 동안 진료실 안에서 이루어져왔던 커뮤니케이션은 진료실을 넘어 환자의 일상으로 넘어갈 것이며 환자에게 전달되는 의료 정보의 양도 절대적으로 많아질 것이다. 이러한 `의사-환자' 관계에서 나타나는 전면적인 커뮤니케이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자 중심 진료'를 위해 당장 현재의 환경에서부터 환자와 `소통 잘 하는 의사'가 되도록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앞으로는 환자들의 디지털 격차 또한 더욱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요구 될 것이다. 과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들이 많이 등장할수록 사람들 간의 디지털 격차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의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의료 기기의 사용과 진료 행태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새로운 과제다. 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를 찾아오는 환자들의 디지털 격차를 이해하는 것이다. 현재도 태블릿피시(PC)를 통해 수술 이전의 상태와 수술로 조직을 도려낸 상태를 환자에게 영상으로 보여준다거나 갤럭시탭과 아이패드용 의료정보 시스템을 도입하여 진료에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스마트 진료를 적극적으로 반기는 환자가 있는가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과거보다 불편해하는 환자들도 있다. 물론 미래에는 이러한 모습이 더 심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환자들의 정보 격차를 이해하고 그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의사 개인은 물론 병원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해야 한다. 정보가 중요한 정보화 사회가 심화될수록 의료 정보를 의사가 독점하지 않기에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고 협조를 구하는 `공동적 참여모델'이 부각되는 것이다. 또한 그만큼 환자의 정보 보호에도 더욱 힘써야 한다.

21일이면 습관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 동안 의사신문 칼럼에서 다루었던 환자들이 좋아하는 `진료 잘 보는 의사되기' 과제들, 나에게 맞는 진료 비법을 찾아 21일만 열심히 실천해보면 어떨까. `환자들이 좋아하는 의사'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이혜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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