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1)
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1)
  • 의사신문
  • 승인 2012.07.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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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중심부터 달리기를 위해 태어난 차

얼마 전 공원에서 트라이얼 자전거 타는 사람을 만났다. 자전거는 24인치로 Inspired 회사의 fourplay라는 기종이었다. 만남은 1∼2시간 정도였지만 많은 것들을 배웠다. 하나는 rear wheel hops라는 기술이 그 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이 기술은 앞바퀴를 들고 스카이콩콩처럼 자전거를 타는 방법이다. 필자의 코멘살 어반은 무게가 16Kg이고 앞이 무거워 번번이 실패했으나 트라이얼 자전거로 시도해보자 거짓말처럼 쉬운 기술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실력이 좋으면 어반 자전거로도 해볼 수 있는 기술이지만 8∼10Kg 정도의 트라이얼로는 더 쉬운 기술이다. 그러니 필자가 그토록 어려워했던 몇 가지 기술은 자전거의 문제이기도 했던 것이다. 앞바퀴로 균형을 잡는 엔도, 자전거로 호핑하는 기술 같은 것들은 자전거를 바꾸어서 타보자 놀랍게 편한 기술로 변했다.

결국 이런 기술들을 배우려면 자전거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따지고 보면 엄청나게 중요한 배움이다. 트라이얼 기술은 트라이얼로 배워야 하고 BMX 기술은 BMX로 배워야 한다는 평범한 깨우침이었다. 어반으로 타는 기술은 물론 어반으로 배워야 한다. 일반적인 주행은 XC라고 부르는 MTB가 최고다.

같은 논리를 차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어반과 트라이얼은 DNA가 다르다고 볼 수 있는 것처럼 스포츠카와 스포츠카가 아닌 차들도 DNA가 다르다. 어떻게보면 스포츠카는 운동성이라는 것, 조작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목숨을 건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카와 스포츠 세단/쿠페도 구별된다. 스포츠카는 달리기 위한 차종이며 달리는 즐거움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레이싱카는 스포츠카와 다르며 랠리차종도 조금 다르다.

포르세는 1974년의 카레라 이후 레이싱카의 DNA가 들어왔다고 말할 수 있고 실제로 레이싱에 참가한 차종이 기본 바디가 되었다. 그 댓가는 가격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레이아웃은 폭스바겐 비틀 이후로 변한 것이 없다. 다른 차들과 포르세의 가장 큰 차이는 무게 중심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포르세는 RR 방식의 레이아웃을 갖고 있다. 엔진의 위치와 구동되는 타이어를 바탕으로 레이아웃을 구분한다.

제일 흔한 레이아웃은 FF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Front-engine front-wheel drive의 약어다. 간단히 말하면 엔진이 앞에 있고 앞바퀴를 굴린다. 일부 고급차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국산차종은 FF 방식으로 앞 타이어가 조향과 구동을 겸한다. 뒷 타이어는 사실 서스펜션 기능을 제외하면 그냥 달려있다고 보면 되는데 고속으로 달리거나 코너링에서 뒷 타이어의 트랙션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 다음으로 흔한 방식은 FR(Front-engine, rear-wheel-drive layout) 방식으로 예전부터 사용된 방식이다. BMW 나 벤츠의 차들이 FR 방식을 사용하며 엔진이 앞에 있고 기다란 차축을 통해 뒷바퀴를 굴린다. 하중은 적당히 잘 분배되며 승차감이나 운전성능 모두 좋다. 대신 코너링이나 제동시 뒷 타이어의 접지력이 약해지기도 하지만 FF만큼 심하지는 않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도 FF보다는 FR이 유리하고 고속에서는 더 안정적이다. 원리적으로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렇다. 과격한 주행에도 유리하다. 필자는 FR을 좋아해 프린스를 오랜 기간 유지하기도 했다.

그 다음에는 MR(http://en.wikipedia.org/wiki/MR_layout) 방식으로 엔진은 뒷 타이어 보다 앞에 있다. 포르세에서는 박스터가 이 부류에 속한다.

RR(http://en.wikipedia.org/wiki/Rear-engine,_rear-wheel-drive_layout)은 엔진이 뒷 타이어보다 더 뒤에 있으며 911이 여기에 속한다. 사실 MR과 RR은 비슷한 특성을 공유한다.

RR이나 MR의 몇 가지 장점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 구동축의 견인력이 증가한다. 엔진의 무게가 구동되는 뒷 타이어를 누르고 있으므로 견인력이 부족한 경우는 드물게 발생한다. 이점은 상당히 유리한 점이다.

그리고 MR과 RR 레이아웃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차들의 무게 배분은 전후 타이어 50:50이 이상적으로 알려져 있다. BMW의 차들이 이 비율에 특히 근접한다. 다른 차들은 55:45에서 심한 경우 60:40 정도로 앞부분이 더 무겁다. FF는 FR보다 앞이 더 무거운 경우가 많다.

주행과 조향에 관한 모든 부품이 앞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60:40보다 더 무게 중심이 앞으로 치우치기도 한다. 앞에 모든 무게 중심이 크게 몰려 있는 차종은 스티어링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MR과 RR은 45:55와 35:65 정도의 비율을 갖는다. 뒤가 더 무거운 것이다. 엔진과 변속기가 뒤에 있으니 FF의 반대다.

911은 RR이다. MR은 뒷좌석 밑에 엔진이 있고 RR은 그보다 더 뒤에 있다. 엔진과 변속기가 뒷 타이어를 누르고 있다. 그러니 급가속에서 뒷 타이어가 그립을 잃을 가능성은 줄어든다. 감속에서도 유리하다.

앞 타이어에 부담이 줄어드니 노즈다운이 적게 일어난다. 특히 FF 차량의 경우에는 앞이 무거워 급감속시 차의 앞부분은 완전히 가라앉게 된다. 뒷 타이어의 제동력은 더 많이 떨어지고 이동한 무게중심은 차의 대미지를 크게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러니 과격한 가감속이 일어나는 스포츠카에서는 RR의 레이아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직선 주행 때에 유리한 점이고 과격한 코너링에서는 35:65라는 무게 배분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뒤가 너무 무겁고 앞이 너무 가볍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핸들링이 심한 경우 일어나는 급격한 오버스티어는 포르세가 만들어지면서부터 문제거리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현명한 방안들을 그때그때 만들어야 했고 밖에서 보면 변하지 않은 디자인이지만 내부에서는 서스펜션을 포함한 격심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만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다른 메이커들이 35:65 같은 무게 배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드라이버들은 박스터나 카이맨의 무게 배분이 더 편하다고 느낀다. 요즘은 이들도 50:50의 무게 배분에 더 근접하고 있으며 포르세는 아니지만 일부 4륜구동의 차들은 50:50이 아니라 60:40 근처에 무게 중심을 맞추어 놓기도 한다. 35:65의 비율은 아무래도 너무 심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안전장치가 발달한 요즘에는 많은 보조장치가 있지만 예전에는 상당한 수준의 드라이버가 아니면 갑작스러운 오버스티어에 당황했다고 한다. 한편으로 상당한 수준의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 911과 드라이버가 조금은 위험한 상황에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상상해 본다.

지난번 권영주님의 시승기에서는 오버스티어가 일어나는 조건이 일정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번 소개한 yellow bird RUF porsche 동영상에서는 오버스티어를 어떻게 다루는지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RUF의 경우에는 사실상 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앞서 말한 자전거의 기종들이 일종의 극단적인 특성들을 갖고 있는 것처럼 911은 참으로 특이한 차종인 것이다. 사실상 모든 것들이 일반적인 차들의 반대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켜왔다.

자전거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아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BMX 같은 기종은 엉덩이를 뒤로 당기기만 해도 앞바퀴가 들린다. 매뉴얼 동작을 위해 핸들을 당기기만 해도 자전거는 당장 뒤로 넘어가고 만다. 전복과 전복이 아닌 그 사이에 모든 묘기의 기본이 들어있다, 문제는 컨트롤이 좋아져야 한다는 점이다.

넘어지기 전에 몸의 중심을 앞으로 조금 이동시키거나 뒷 브레이크를 살짝 잡아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트라이얼처럼 전후 모두 무게 중심이 쉽게 이동하는 기종도 있다. 일반적인 자전거들은 이만큼 무게 중심이 쉽게 이동하지 않는다. 사고의 확률이 너무 높아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BMX나 트라이얼은 특별한 성질을 기종이다.(필자의 엉치에 멍이 그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911 같이 특이한 차종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다른 메이커들이 따라 만드는 것을 생각하지도 않을 정도로 독특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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