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0:40 (금)
브루흐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G단조 작품번호 26 
브루흐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 G단조 작품번호 26 
  • 의사신문
  • 승인 2012.07.20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수에 찬 로맨틱한 멜로디의 백미

브루흐는 일생동안 3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기고 있는데, 그 중 이 바이올린 제1번이 그의 대표적인 걸작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아우어는 이 곡이 많은 사람들에게 애호되고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우선 선율이 독창적이고, 기교적인 면에서 쉽지는 않으나 결코 무리가 없는 특성이 독주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좋아할 만한 연주 효과를 다분히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866년 그의 나이 28세에 작곡한 이 곡은 브루흐가 바라보는 음악적 색깔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낭만적인 정서가 곡 전체를 끈적끈적하게 맴도는데 바로 우수에 찬 듯 하면서도 로맨틱한 분위기는 브루흐 음악만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음악의 친화력이 멜로디의 아름다움에서 시작된다고 보았고 이 곡은 이러한 특성이 더욱 두드러진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독일에서 가장 위대한 오라토리오 작곡가로서 주로 그의 합창 작품으로 전 유럽에 명성이 자자했던 브루흐는 멘델스존의 영향을 많이 받아 멘델스존의 독특한 낭만적이고 자유스러운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브루흐는 19세 때 명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의 연주회에서 충격을 받고 영감을 얻게 된다. 당시 젊은 브루흐는 이 헝가리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를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작품을 쓰기로 결심하고 작곡에 착수한 지 9년 만에 이 협주곡을 완성한다. 이렇게 탄생한 이 작품은 브루흐 자신의 지휘와 오토 폰 슬뢰프의 독주로 초연했지만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해 브루흐는 당대 최고 바이올린니스트 요하임의 조언을 받아 수정판을 내면서 요하임에게 헌정하였고 2년 후 그의 독주로 초연하여 성공하게 된다.

82세에 세상을 떠난 브루흐는 평생 이 곡과 유사한 곡을 써달라는 요청에 시달려야 했는데 이렇게 한 작품에 작곡가가 가려진 현상은 안타까울 뿐이다. 어느 날 브루흐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들은 내게 `바이올린협주곡 1번'을 외치고 있어. 마치 내가 작곡한 바이올린협주곡이 그것밖에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난 그런 인간들의 타령에 미칠 지경이야. 내겐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 제3번도 제1번만큼 훌륭한데 말이지.”하고 불평했다. 그러나 그는 죽는 순간까지 바이올린협주곡 제1번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 조국이 패전하는 것과 새로운 조류 음악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교향곡〉이 초연되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사실 브루흐는 이 바이올린협주곡 외에도 협주곡풍의 〈스코틀랜드 환상곡〉, 〈콜 리드라이〉 등 그만의 색채가 흠뻑 묻어나는 훌륭한 현악협주곡들이 있다.

협주곡의 구성은 3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제1악장이 전주곡이라 불릴 만큼 일반적인 협주곡의 형식에 비해 자유로운 형식이며, 선율이 감상적이고 달콤하여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제1악장 Introduction: Allegro moderato 오케스트라의 조용한 서주부의 연주가 있은 후 독주 바이올린의 자유롭고 정열적인 서창풍의 멜로디로 시작한다. 바이올린의 호화롭고 힘찬 제1주제가 지난 후 제2주제가 전개된다. 이것이 여러 갈래로 발전하다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선율이 전개되는 악장이다. △제2악장 Adagio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달콤한 멜로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테마가 나타나는데 참으로 마음을 매혹시킬 만한 선율이면서도 장중한 맛이 있다. △제3악장 Finale: Allegro energico 관현악의 화음에 따라 제1테마의 편모가 제1바이올린과 목관악기에 의해 나타난다. 여기서 독주 바이올린은 정열적이고 힘찬 제1주제를 집시풍의 선율과 리듬으로 암시해준다. 이것들이 미묘하게 전개되다가 마침내 현란한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끝난다.

■들을만한 음반: 야사 하이페츠(바이올린), 말콤 사전트(지휘), 런던 뉴심포니[RCA, 1962]; 아르투르 그뤼미오(바이올린), 하인츠 발베르크(지휘), 뉴필하모니아[Philips, 1962]; 정경화(바이올린), 루돌프 켐페(지휘), 로얄 필[Decca, 1972]; 맥심 벵겔로프(바이올린), 쿠르트 마주어(지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Teldec, 1993]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