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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0-2)
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0-2)
  • 의사신문
  • 승인 2012.07.1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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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포르쉐 993 터보

993을 다루면서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핸들링 특성이다. 964와 993은 공통점이 많다. 964카레라는 걸출한 파워로 보기에는 좀 수수한 250마력 정도의 출력이라 코너에서 파워를 사용하는데 큰 부담은 없다.

반면 964터보의 꽝터보 세팅은 코너에서 대단히 어려운 감각이다. 993터보는 964터보보다 파워전개시 발생하는 부작용은 극도로 적지만 코너에 진입할 때 가속패달을 높으면서 진입할 때 뒤가 쉽게 던져지는 점은 아주 흡사하다.

후륜의 질량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911의 뒷부분을 제대로 날려보지 않고는 실감하기 힘들다. 그냥 후륜구동형 차량이 뒤가 날라가는 느낌과는 좀 다르고 오버스티어에 익숙한 사람도 처음에는 상당히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강한 제동후 턴인을 할 때 뒤가 일단 나른다고 판단해야하기 때문에 턴인동작과 함께 살짝 스티어링을 반대로 풀어주는 동작이 곧바로 뒤따르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과 파워전개 시점을 빠르게 잡아도 코너의 각을 안쪽으로 휘감으려는 본능을 살릴 수 있어 좋다.

911은 오버도 과제이지만 언더 역시 익숙해져야 한다.

후륜이 선회 라인안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의 액셀전개는 극도의 언더스티어도 동반하는데, 이를 피하려고 갑지가 가속패달을 놓고 다시 밟는 바로 그 순간 뒤가 돌아버린다. 차가 짧고 오버행의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급격한 스티어링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

993터보는 911 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소장가치를 가진 차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차를 유지하고 이해하며, 가꾸는 그 노력이 훨씬 더 아름답다는 점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모델을 가지고 있다 해도 오너가 그 차의 세부사항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어디에 돈을 써야하는지 어디를 손봐야하는지 파악할 수 없다.

그냥 차 잘 보는 곳에 던져주고 최상으로 만들어주세요 해서 993터보 같은 차가 완벽해질 수 있는 가능성은 한국에서는 없다고 봐야 한다. 차를 구매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구매를 한 후 엄청난 양의 자료를 독파하며, 꾸준히 필요한 부품들을 수집하고 작업에 필요한 각종 주요 포인트를 모두 숙지한 후 최적의 미케닉에게 의뢰하고 그 차가 작업되는 작업을 눈여겨보며 실제로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차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출고됐을 때 바로 그 희열과 기쁨….

신차만 타본 사람이 경험할 수 없는 바로 그 희열을 명차와 함께 할 수 있다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여인영님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복원에 관해서는 거의 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집중력과 자료수집능력을 가진 매니아다. 그를 만날 때마다 그가 새로 알아낸 정보나 993터보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벅찬 이유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뼈가 있고, 소중한 정보가 열정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애마는 그 애마를 인정하고 책임져줄 수 있는 훌륭한 오너와 pair로 판단되어져야 한다. 누가 모는 어떤 차 바로 이것이 오래된 명차를 더욱 더 돋보이게 한다.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참 많다.

시승기는 여기까지다. 사실 운전에 대한 부분도 그렇지만 차를 수집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타보기도 하고 고민하기도 하는 모습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하지만 사고 유지하려면 돈도 필요하다. 그리고 993은 중고라고 해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 993의 차주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너무 조용하고 차분하다. 과연 993을 시승기를 적은 권영주씨처럼 빡세게 몰아댈지도 의심스럽다. 하지만 예전에 골프 GTI 시절을 생각하면 정말 진지하게 몰아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렇게 진지한 분위기는 필자와는 많이 다른 부분이다. 필자 같으면 완벽 복원을 하지도 않으며 필수적인 부분만 복원하고 실제의 미캐닉도 본인자신이 DIY 수준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의 DIY는 조금 심한 정도라 엔진의 오버홀도 포함된다.(변속기는 조금 자신이 없다) 아직은 갖고 있지 않지만 포르세라고 예외는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일반인으로 위에 적은 차주처럼 진지한 매니아가 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964나 993 같은 포르세는 주인이 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있다. 필자처럼 둔감한 사람은 힐앤토에서 얼마만큼 액셀을 조절할지 파악할 재주도 없고 코너링하면서 조절할 재주는 더더욱 없다. 차를 제어할 수준의 운전능력은 필수적인데도 그렇다. 필자는 간신히 제어할 수준의 힐앤토도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편이 솔직할 것이다. 연습을 가끔씩 하는데도 잘 늘지 않는다.

이런 차의 주인이 되는 것은 일종의 의무감 비슷한 것이 요구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차도 관리해야하고 운전스킬도 늘려야 제대로 탈 수 있으니 말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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