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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왈츠 제1번 〈화려한 대 왈츠〉 Eb장조 작품번호 18
쇼팽 왈츠 제1번 〈화려한 대 왈츠〉 Eb장조 작품번호 18
  • 의사신문
  • 승인 2012.07.1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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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의 선율·쾌활한 리듬 동시 표현

영국 탐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쇼팽 작품의 연주를 듣다 보면 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인해 울게 됩니다. 나와는 관계없는 곳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한 슬픔, 그러한 기분이 엄습해 오는 것입니다”라고 토로하였다. 이렇듯 쇼팽 음악에는 듣는 이로 하여금 감상적인 기분이 들게 하는 이해하기 힘든 묘한 매력이 숨 쉬고 있다.

쇼팽은 전 생애에 걸쳐 20곡 이상의 왈츠를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생전에 출판된 것은 불과 8곡이었고 유작으로 발표된 11곡이 더 있어 현재 19곡이 알려져 있다. 그의 왈츠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화려한 대 왈츠〉나 〈3개의 화려한 왈츠〉와 같이 실제 왈츠를 그대로 음악으로 옮겨 놓은 것과 〈이별의 왈츠〉와 같이 왈츠라는 리듬 형식을 빌려 순수한 서정시적인 작품이 그것이다. 두 가지 모두 당시 빈의 왈츠와는 차원이 다른 작품이었다. 실제로 청년 시절 빈을 방문한 쇼팽은 `왈츠의 황제' 요한 슈트라우스1세가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왈츠가 유행처럼 일고 있었는데 쇼팽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주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빈의 분위기를 역겨워 했다.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쇼팽의 왈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하였다. `어느 날 친구인 화가 피카소의 아틀리에를 찾았을 때 약 15개의 같은 주제의 그림을 보았다. 피카소에게 “자네가 어째 이렇게 매일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하고 물었다. 그는 격노하며 “나는 매분 다른 사람이 되네. 매시간 이곳에는 새로운 빛이 비치고, 매일 나는 다른 개성을 가진 꽃병을 보네. 또 다른 병, 다른 탁자, 또 다른 세계 속의 다른 인생, 이렇게 모든 것이 다르네!”라고 했다. 나는 “자네 말이 정말 맞네. 모든 것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네. 음악도 마찬가지지. 음악은 언제나 다른 언어로 나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야.” 바로 쇼팽의 왈츠 경우도 얼핏 보면 비슷하지만 실은 매번 다른 다양한 세계인 것이다.' 또한 슬프도록 아름다운 쇼팽의 생이 창백하고 꿈꾸는 듯 왈츠에 담겨져 있다.

〈화려한 대 왈츠〉는 쇼팽의 왈츠 곡들 중 가장 먼저 출판된 곡으로 가장 화려하며 무곡다운 리듬을 가지고 있다. 슈만은 “쇼팽의 왈츠는 살롱 왈츠이자 몸과 마음이 춤추는 왈츠이다. 춤추는 사람을 그 파도 속으로 점점 끌고 들어간다.”라고 했다. 이 곡은 왈츠 양식을 빌은 피아노곡으로서 서정적이고 쇼팽 특유의 아름다움, 다른 무곡에서 느낄 수 없는 우수에 찬 선율과 쾌활한 리듬이 동시에 표현되면서 왈츠 자체의 양식을 지키고 있다. 이 왈츠는 순수한 왈츠의 리듬보다는 마주르카풍의 슬라브 민족 특유의 애수가 잠재하고 있고 쇼팽이 피아니즘에서 추구한 성악의 벨칸토 연주기법도 가미되어 독특한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 외 쇼팽의 대표적인 왈츠를 보면 △제2번 화려한 왈츠 Op34-1 우아하고 화려하다. 슈만은 “이곡을 듣고 춤을 춘다면 상대방은 백작부인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제3번 화려한 왈츠 Op34-2 이름과 달리 쇼팽의 왈츠 중에서 가장 왈츠답지 않은 음울하고 내성적인 곡이다. 고국을 떠나 있을 때 바르샤바 침공 소식을 들고 쓴 것으로 고국에 대한 감정이 녹아 있다. △제4번 고양이 왈츠 Op34-3 고양이가 피아노 건반에 뛰어올라 다니는 것을 보고 작곡하였다고 한다. △제5번 Op42 쇼팽 왈츠 중 최고봉에 속한다. 무도용과 연주용을 겸한 것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이 교묘히 교차된다. △제6번 강아지 왈츠 Op64-1 그의 연인인 죠르주 상드가 집에 돌아오면 꼬리를 치며 반겨주는 강아지를 그린 사랑스럽고 귀여운 곡이다. △제7번 Op64-2 순수한 마주르카 풍의 서정시이다. △제9번 이별의 왈츠 Op69-1 드레스덴 친척 보젠스카 백작을 방문했을 때 딸 마리아에게 쇼팽이 청혼했으나 거절당했던 추억을 왈츠로 작곡하여 그녀에게 보낸 곡으로 우아하고 매력적이다. △제13번 Op70-3 바르샤바 시절 첫사랑 콘스탄치아 글라드코프스카를 그리며 청춘을 동경한 감미로운 곡이다.

■들을만한 음반: 디누 리파티(피아노)[EMI, 1947]; 샹송 프랑스와(피아노)[EMI, 1963];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RCA, 1963];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피아노)[Decca, 1977]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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