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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기
서울시의사산악회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기
  • 의사신문
  • 승인 2012.06.2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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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신촌오세오안과의원장>

한폭의 동양화·신선 세계같은 공룡능선에 빠져

박석준 원장
지난 6월9일과 10일에 서울시의사산악회에서 설악산 공룡능선을 다녀왔습니다. 공룡능선 종주산행이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지만 한번도 공룡에 가본 적이 없는 저는 `지금 아니면 언제 공룡능선을 가볼 수 있으랴'는 생각에 일찌감치 산행에 참가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의협에서 DRG 강행저지 궐기대회가 예정되면서 무박 2일 산행 출발하는 토요일에 일정이 겹쳤습니다.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저녁 7시에 의협회관에 갔더니 많은 의사회원이 모여서 동아홀이 꽉찼고, 주차장에 대형화면을 설치해 놓고 궐기대회가 진행 중입니다. 대회의 열기를 보니 DRG 강행저지의 성공 가능성을 보는 듯하여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궐기대회가 대충 마무리된 후 산행 출발시간에 늦지 않도록 짐을 싸들고 집결 장소로 향합니다.

14명의 산악회원이 오후 10시에 모여 버스를 타고 설악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시원하게 뚤린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덕택에 거의 2시간만에 한계리에 도착, 근처 음식점에서 시원하고 담백한 황태해장국으로 출출한 배를 채웠습니다.

공룡능선은 삐죽삐죽한 봉우리 여럿이 늘어서 있는 모양이 공룡의 등날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희운각에서 마등령까지 5.1 km에 이르는 코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희가 공룡능선에 접근하기위해 선택한 코스는 오색에서 대청봉에 오른 후, 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을 거쳐 외설악 비선대로 하산하는, 총 19.1 km의 거리로 약 14시간의 산행이 필요한 코스입니다. 교통이 편리해진 덕에 대청봉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설악산 등반코스는 당일 산행이 가능하지만, 공룡능선 코스는 어느 쪽으로 접근하더라도 능선에 진입하기까지만 4시간정도의 산행이 필요하여 당일 산행이 불가능하고, 적어도 이번처럼 무박2일의 일정이 필요합니다.

오전 1시반 쯤 오색에 도착하였으나 등산로 출입문은 굳게 닫혀있고, 일행들은 중천에 걸린 하현달을 쳐다보면서 출입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약없이 기다렸습니다. 다행히 예상보다 일찍 오전 2시반쯤 출입문이 열리고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색코스는 짧은 시간에 대청봉에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을 빼면, 주변경관도 그다지 볼 것도 없고 가파른 오르막이 지속되는 팍팍한 코스입니다. 그래도 대청봉에서 동해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보면 멋지겠다는 생각에 헤드렌턴이 비춰주는 코 앞의 돌계단만 보면서 3시간 정도의 지루한 오르막을 부지런히 오릅니다. 그러나 대청봉에 오르기도 전에 희뿌옇게 먼동이 트고 사방에는 옅은 안개가 가득 차있어서 일출 구경은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9일 의협 DRG 저지 궐기대회 참가 후 무박 2일 산행 출발
오전 2시 오색 출발 6시간 산행하니 하산의 유혹 찾아와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힘겨움 끝에 설악의 진면목 느껴



대청봉에 도착한 후 간단한 요기를 하면서 일행이 다 모이길 기다립니다. 해가 뜨고 따뜻한 기운이 돌면서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공룡능선, 용아장성능 등 주변의 산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멀리 보이는 공룡능선을 보면서 마음을 다집니다. “공룡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중청대피소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 희운각으로 이동합니다. 희운각에 도착했을 무렵에 잠시 갈등이 옵니다. 이미 6시간 정도 산행을 한 후라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기도 한 터라 공룡은 포기하고 물소리 듣기 좋은 천불동계곡으로 하산할까하는 유혹이 옵니다. 그러나 14명의 회원 중 공룡을 포기하는 분은 아무도 없습니다.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공룡능선에 오르는데 눈앞에는 마치 신선 세계에 들어온 듯한 장관이 펼쳐집니다. 잠시 숨을 돌리면서 설악산의 속살을 감상합니다. 흰 구름 사이로 솟아오른 거친 바위 봉우리, 안개속에 잠긴 계곡, 한 폭의 동양화 같습니다.

공룡능선 코스는 신선봉, 1275봉, 나한봉 등 급격한 경사의 오르막, 내리막이 4 ,5 군데 연속되는데, 멀리서 볼 때는 저 가파른 암벽을 어찌 오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막상 바위봉우리에 가까이 다가가면 별 두려움 없이 산행할 수 있는 탐방로가 있습니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옆으로 용아장성능이 보이고, 뒤돌아보니 우리가 지나온 대청봉이 구름 사이로 보이고 그 뒤로는 화채능선이 아스라이 보입니다.

한참 산행을 하다가 옆에 몇몇 등반객들이 모여서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까이 가 보니 언덕 비탈길에 작은 에델바이스 몇 송이가 다소곳이 피어 있습니다. 꽃이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지닌 꽃입니다. 에델바이스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답니다. 눈으로 뒤덮인 스위스의 알프스 산에 `에델바이스'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얼음집에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원래 에델바이스는 천사였는데, 변덕스러운 신이 그녀를 인간으로 만들어 산꼭대기로 내려 보낸 것이지요. 어느 날 우연히 그 곳을 발견한 등산가가 그녀의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모습에 그만 매혹되어 버렸습니다.

산을 내려온 등산가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했고, 이를 전해들은 젊은이들은 `에델바이스'를 보려고 앞을 다투어 산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젊은이들이 `에델바이스'를 보지도 못한 채 등산 도중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에델바이스'는 몹시 슬퍼, 신에게 자신을 멀리 데려가 달라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신은 한 줄기 빛을 보내 `에델바이스'를 다시 천사로 만들어 하늘로 올라오게 했지요. 그녀가 하늘로 가버린 후 그녀가 살던 집에는 새하얀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그 꽃을 에델바이스라고 불렀답니다.

이번 공룡능선 산행은 긴 산행시간에 오르내리막이 많아서 힘든 기억이 많이 남은 산행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하산길 마등령길의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은 두 번 다시 이 코스를 찾고 싶지 않게 할 만큼 피곤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공룡능선을 몇 번씩 다시 찾은 선배님들은 말씀하십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힘들고 피곤한 기억은 슬며서 사라지고 다시 공룡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저도 1년쯤 지나면 다시 설악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공룡능선을 다시 찾고 싶어지겠지요.

박석준 <신촌오세오안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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