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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응급의료법 개정안…의료현실 고려하지 않은 ‘악법’
의료계, 응급의료법 개정안…의료현실 고려하지 않은 ‘악법’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2.06.1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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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속하고 적절한 서비스제공 Vs 의료계, 인력수급 및 의료 질 저하 주장

오는 8월 5일 시행예정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외 레지던트 3년차 및 전문의 배치는 인력 낭비 및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의료현장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대강당에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 규칙’ 개정안-비상진료체계 구축 관련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종합병원과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공휴일과 야간에 당직전문의 또는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를 두도록 했다. 이 규정을 어길 시 300만원의 이하의 과태료(시행령 200만원)을 부과했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 구성자 사무관은 주제발표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장을 위해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들이 전문의 또는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가 직접 진료,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장은 “비상진료체계에 따라 진료과별 전문의를 활용하는 방안은 공감하나 병원에서 준수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선(2차의료기관)에서 전문의 부족으로 충원도 어렵고 충원 하더라도 운영시 과도한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그는 “산부인과 및 소아청소년과 등은 전문의의 인력 채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내과와 외과로 나눠 2명 이상의 당직의를 운영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으며 당직 다음날 진료에 차질이 생겨 전문의의 업무 부담도 과중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의학회 김재중 수련교육이사는 “1~2년차 전공의가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채 3년차에 들어서게 된다"며 "과연 이들이 응급실에서 단독진료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응급환자는 응급진료팀이 일차 진료를 해야 하며 ‘당직’ 개념을 병원 상주만이 아닌 응급실에서 call이 온 환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경문배 정책이사는 “전공의들은 하루 평균 15시간의 과도한 업무를 하고 있다. 이런 혹독한 상황에서 우리가 얼마나 진료를 잘 볼 수 있겠냐”며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 당직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전공의는 ‘피교육자’라며 과중한 업무 후 당직을 서게 된다면 오랜 시간의 노동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져 과연 환자들이 제대로된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에 앞서 전공의 근로시간 상한제 정책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환자들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응급의료  법률 시행 규칙’ 개정안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한국생활안전연합 윤선화 공동대표는 “병원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안전권이 확보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응급의료에 관한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윤 공동대표는 “△응급실 질과 진료수준 강화 △환자 안권리 보장 △소비자친화적 비상진료체계 구축 △300만원이하의 과태료 수준 강화 등을 강조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고문은 “비상진료체계를 강화하고 국민 누구나 전문의로부터 응급의료서비스를 받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는 당직근무는 전문의가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3년차 이상의 레지던트로 해야 한다는 조항은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 비상진료체계의 실효성을 위해 국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홍보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대강당 앞에서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전공의협은 '3년차 이상의 전공의로 한다'는 당직자격 삭제를 요구했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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