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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티 바이올린협주곡 A단조 제22번
비오티 바이올린협주곡 A단조 제22번
  • 의사신문
  • 승인 2012.06.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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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에 새로운 생명 불어 넣어

브람스는 슈만의 부인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비오티의 A단조 협주곡은 내가 사랑하는 곡입니다. 요하임도 나를 위하여 이 곡을 연주회 곡으로 선정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곡의 구성에 있어서 주목할 만한 자유로움이 있는 걸작입니다. 마치 그가 환상에 젖어 그것을 음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 연주를 하는 요하임을 대가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요하임 역시 “하노버의 독신 생활시절 나는 여러 날을 브람스와 함께 연주했으며 그때마다 이 곡을 두세 번씩 연주하였다. 그때마다 브람스는 얼굴을 붉히고 어깨를 움츠리며 기쁨의 환성을 울리면서 피아노 건반을 내리치곤 하였다”라고 회상하였다. 훗날 브람스는 이 곡에서 자극을 받아 바이올린협주곡을 작곡하였다고 한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비오티는 1755년 이탈리아 피에몬트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토리노로 가서 거장 가에타노 푸냐니에게 바이올린을 배우며 코렐리 바이올린 연주법을 이어받았다. 1780년부터 스승인 푸냐니와 함께 유럽 순회 연주를 한 후 파리로 건너가 그때부터 10년간 파리에 머무르면서 바이올린 연주 뿐 아니라 지휘와 작곡에도 전념하여 29곡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작곡했다. 그중 제22번이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많이 연주되고 있는 작품이다.

비오티는 소나타 형식과 숙련된 관현악법을 이용하여 바이올린협주곡 형식을 고도로 발전시켰다. 그가 전수받은 이탈리아의 코렐리 바이올린주법은 성악적인 선율과 노래하는 듯한 표현력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기교에 치우치지 않고 선율적인 아름다움에 비중을 두는 이탈리아 전통에 바탕을 두고 여기에 비오티만의 개성적인 주법도 첨가되면서 좀 더 현대적인 주법으로 다듬어졌고, 이것은 프랑스 악파의 바이올린 연주법의 기초가 되어 프랑스 바이올린 악파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비오티 특유의 바이올린 테크닉 중에서 중요한 것은 빠르고 강렬한 비브라토와 `비오티 보잉'이라 칭해지는 특수한 활 주법이다. 당시 왼손 관절을 움직여 진동음을 만들어내는 비브라토 주법은 일종의 장식적 효과 정도로 생각되었는데 비오티는 극적이고 인상적인 표현을 하기 위해 좀 더 강렬한 비브라토를 사용했다. 한편 활 잡는 방식도 새롭게 개발하여 오늘날 활주법의 기초를 확립하였다. 또 하나의 업적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명성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이다. 당시 프랑스는 이탈리아 연주가와 기교 위주의 음악스타일을 경시했으며, 특히 음량이 빈약했던 바이올린을 독주 악기로 인정하지 않았다. 1782년 파리에서의 비오티 연주회는 이러한 편견을 뒤집어 놓았다. 비오티의 기교 뿐 아니라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2세가 사랑의 징표로 선물한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사운드는 파리 시민들을 놀라게 하였다. 평소 연주되던 바이올린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음량을 가진 이 악기의 풍부한 표현력과 아름다움에 매료된 한 평론가는 “관객은 물론 연주가 자신마저 악기의 비범한 소리에 압도당했다”는 평을 남겨놓았다. 그 후 프랑스에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제1악장 Moderato 느리게 제1바이올린이 서정적이고 우아한 제1주제를 노래한다. 이를 목관이 이어 연주하고 다시 바이올린이 밝고 산뜻한 제2주제를 노래한 뒤 오케스트라 제시가 끝나면 독주 바이올린이 주제를 화려하게 노래한다. △제2악장 Adagio 제1바이올린의 느린 서주에 이어 독주바이올린이 애처롭고 단아한 주제 선율을 리드한다. △제3악장 Agitato assai 독주 바이올린이 빠르고 활기차게 주제를 연주한 후 관현악이 짧고 힘찬 선율로 따라오고 독주 바이올린이 다시 론도풍의 주제를 노래하고 카덴차 후 오케스트라와 함께 화려하게 마무리한다.

들을만한 음반: 아르투르 그뤼미오(바이올린), 에도 데 바르트(지휘),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Philips, 1970], 아이작 스턴(바이올린), 유진 오만디(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CBS, 1967]; 로라 보베스코(바이올린), 쿠르트 레델(지휘), 라인랜드-팔츠 국립오케스트라[1998, Talent]; 라이너 쿠스말(바이올린), 요하네스 고리츠키(지휘), 독일 실내아카데미 앙상블[2005, CPO]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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