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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재분류, 오직 국민건강에 서서 판단해야
의약품 재분류, 오직 국민건강에 서서 판단해야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2.06.12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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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입장’ 발표, 응급피임약 무분별 사용 불보듯

대한의사협회(회장·노환규)는 오늘(12일) 오전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의약품 재분류에 있어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오직 국민의 건강뿐이며 여기에는 어떠한 금전적, 정치적 이해관계도 관여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선명하고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약사가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구분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일이며 식약청이 오직 국민의 건강을 위해 재분류 계획을 결정했다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재분류 결과에 대해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않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국민의 여론에 맞서면서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강력히 반대하던 대한약사회원들이, 이를 수용한 약사회장을 강력히 비난하던 중 갑자기 뚜렷한 이유 없이 비난을 중단하고 동반책임론을 주장함으로써 정부와 약사간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모종의 거래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으며 분류계획 결과가 발표된 지금, 그 거래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일례로, 다른 선진국처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호르몬제인 일반피임약(사전피임약)이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된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는 약사가 더 많은 조제료를 받게 됨으로써 약사가 반대할 이유가 없어진 것인데 정부는 마치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공하는 것처럼 그동안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던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약사의 판매수익을 크게 증가시키는 결정으로 응급피임약의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같은 응급피임약의 재분류에 따라 막대한 사회적 파장과 폐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면 첫째, 임신율과 낙태율은 줄지 않고 오히려 성병의 발생이 늘어날 것이며 여성단체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의해 임신율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낙태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임신율과 낙태율을 낮출 수 없다는 사실이 여러 나라의 연구에서 이미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응급피임약의 구입이 수월해짐에 따라 임신의 공포에서 벗어난 성관계가 늘어나고, 이에 반해 응급피임약은 15% 내외의 높은 실패율을 보여 6명 중 1명은 응급피임약의 복용으로 임신을 막지 못하기 때문으로 무분별한 성관계의 증가로 인해 성병의 확산을 부채질한다는 사실도 이미 다른 국가의 사례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청소년의 성 개방 문화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어 이 문제는 특히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둘째, 응급피임약의 복용 후 관리부실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며 응급피임약은 복용 후 평균 3명 중 1명에서 질 출혈이 발생하고 이를 생리로 오인하는 경우, 차후에 원치 않는 임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부정출혈을 정상적인 생리로 오인해 임신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 자궁외임신의 진단이 지연되는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위험이 발생한다고 역설했다.

셋째,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이 크게 우려된다며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과 달리 사전 피임약의 복용률이 크게 낮기 때문에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경우 극심한 오남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여성들이 사전피임약을 2~3명에 1명꼴로 복용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 여성들은 평균 40명의 1명꼴로 복용할 뿐으로 즉, 응급피임약을 사용할 잠재여성이 매우 많다는 결론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위에서 언급한 부작용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이 우려되는 이유는, 일반 피임약의 약 15배 이상 많은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1회의 생리주기에 1회만 사용해야 하는데 상식 없이 무분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 경우 피임의 실패율이 크게 증가할 뿐 아니라 특히 청소년에게 남용되는 경우 호르몬의 불균형을 가져와 임신 불능을 초래할 위험성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라고 의협은 강조했다.

이에 의협은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응급피임약 오남용의 위험을 증가시킬 일반의약품 전환이 아니라 사전 피임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자신에게 맞는 피임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가에게 피임과 관련된 상담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우리나라에도 시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사전피임약의 복용률과 사회적 문화 등 우리나라의 여건을 고려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당부했다.

이에 더해 의협은 이번 재분류에 히알레인제제인 소위 인공눈물이 전문의의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동시분류 품목으로 재분류된 것도 문제라고 밝히고 결각막질환과 안구건조증의 치료보조제로서 약제 자체의 위험성보다도 자가진단에 의해 치료보조제를 선택하다가 결각막질환에 대한 진단이 지체돼 각막궤양 등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인공눈물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동시품목으로 재분류한 것은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6879개의 의약품을 대상으로 재분류 작업을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으며 분류 결과 273개의 품목이 일반의약품에서 전문의약품으로, 212개의 품목이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각각 전환됐고 41개 품목이 동시분류품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식약청은 의약단체와 제약업계, 그리고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오는 7월 말경 의약품 재분류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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