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20:52 (토)
긴급피임제 일반약 분류…의료계 강력 반발 예상
긴급피임제 일반약 분류…의료계 강력 반발 예상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2.06.07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약청, 의약품 재분류(안) 및 향후계획 발표…중앙약심 거쳐 이르면 7월말 최종 확정

사전피임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지만 의료계가 우려했던 긴급피임제는 일반의약품으로 풀렸다. 이에 산부인과학회를 비롯한 의료계 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이희성)의 발표에 따르면 의약품 재분류 작업을 실시한 결과, 전환되는 품목은 총 526개(전체의약품의 1.3%)이며, 세부적인 분류 결과를 보면, 일반에서 전문이 273개, 전문에서 일반이 212개, 전문에서 동시분류가 40개, 그리고 일반에서 동시분류가 1개다.

식약청은 이번 재분류 세부기준은 전문·일반의약품 정의(약사법 제2조) 및 분류기준(의약품 분류기준에 관한 규정)을 토대로 약리기전, 효능·효과, 용법·용량, 부작용, 외국 사례 등을 종합하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로 마련됐으며, 모든 재분류 대상품목에 동일하게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분류 작업의 대상은 국내 허가된 모든 완제의약품 총 39254개 품목이다.

이 가운데 주사제, 마약, 비타민제 등 전문·일반 분류가 명확한 30785개 품목과 수출용의약품·임상시험용의약품 등 1590개 품목은 분류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총 6879품목을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먼저, 전문에서 일반으로 전환되는 주요 의약품은 약리작용, 적응증, 용법·용량, 부작용 발현 및 약물상호작용 등에 대한 의사의 진단 및 지시 감독이 요구되지 않으며, 국내 사용기간 10년이 경과되었고, 의약선진외국에서도 5년 이상 일반의약품으로 사용경험이 있는 등 국내·외 충분한 사용경험이 축적된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했다.

대표적인 품목은 라니티딘 75밀리그람 정제(잔탁®정75밀리그람 등), 레보노르게스트렐 정제(긴급피임제), 아모롤핀염산염 외용제(무좀 치료제) 등이다.

또한 일반에서 전문으로 전환되는 주요 의약품은 부작용 관리를 위해 의사의 지시·감독이 필요한 어린이용 스코폴라민 패취제(어린이 키미테®패취)와 에티닐에스트라디올 함유 복합 정제(사전피임제), 적응증상 의사의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한 우르소데옥시콜산 200밀리그람 정제(우루사®정 200밀리그람 등)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장기간 사용에 따른 내성 발현 우려가 있는 클린다마이신 외용액제(여드름 치료제), 역가가 높은 스테로이드 외용제 등도 해당된다.
 


효능·효과에 따라 전문·일반으로 동시분류되는 의약품은 전문·일반 효능에 모두 사용되는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전문 : 각결막상피장애/일반 : 눈의 습윤), 파모티딘 10밀리그람 정제(전문 : 위·십이지장궤양/일반 : 속쓰림), 락툴로오즈, 락티톨 산제·시럽제(전문 : 간성 혼수/일반 : 변비)이다.

식약청은 동시분류는 의약품 사용의 ‘안전과 편의’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도록 동일 성분·함량·제형 의약품을 효능·효과 등을 달리 하여 전문과 일반으로 각각 분류하는 제도로서 미국, 영국, 스위스, 일본 등에서도 운영 중에 있다며 이 제도는 동일한 의약품을 의사의 진단이 필요한 질환 치료에 사용할 때는 의사의 관리하에 안전하게 사용하고, 일반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경미한 증상에 사용할 때는 접근성 등 소비자 편의를 제공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나라 의약품 사용관행에는 아직 동시 분류가 생소하기 때문에 지난해 6월 소비자단체가 분류변경을 신청한 의약품에 대한 중앙약심에서 결정한 3종의 의약품과 동일·유사한 것으로 한정하여 동시분류 대상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 대상 : 히알루론산나트륨 0.1%점안액, 락툴로오즈 시럽, 파모티딘정 10mg

이번 재분류로 인한 국내 허가된 완제의약품 중 전문의약품 비율은 56.2%에서 56.4%, 일반의약품은 43.8%에서 43.6%로 비율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식약청은 이번 의약품 재분류(안)은 열람기간(20일)과 의견 제출 기간(10일), 중앙약심 자문 등을 거쳐 이르면 7월말 확정할 계획이지만 피임제 분류의 경우에는 과학적 판단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므로 공청회 개최 등 폭넓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청은 사전피임제는 피임효과를 위해 장기간(21일 복용, 7일 휴약을 반복) 복용하는 의약품이라고 설명하고 그동안 일반의약품으로 사용해 왔지만, 사전피임제는 여성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미치고, 혈전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투여금기 및 신중투여 대상이 넓어 복용 이전에 의사와 상담 및 정기적 검진이 권장되는 의약품이라고 밝혔다.

※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캐나다 등 의약선진외국 8개국에서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

또한 긴급피임제는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며, 임상시험, 학술논문, 시판후 조사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사전 피임제에서 문제가 되는 혈전증 등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의약품으로 특히 청소년 등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토록 연령을 제한하는 방안 등 관계부처와 함께 긴급피임제의 오·남용 방지대책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미국(17세 미만은 처방 필요), 영국(16세 미만은 처방 필요), 프랑스, 스위스, 캐나다에서 일반의약품으로 사용

식약청은 참고로, 국내에 허가된 긴급피임제는 주요 작용기전(배란 억제) 뿐만 아니라 2001년 허가 당시 제출된 의료·법률 전문가의 의학적·법률적 판단에 따르면 낙태약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재분류 작업은 국민들이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였으며, 약리기전, 효능·효과, 용법·용량, 부작용, 외국 사례 등을 종합한 15단계의 분류세부기준(알고리즘)에 따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히고 방대한 자료를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청내 의사, 약사, 변호사 등으로 ‘의약품재분류TF팀’(총 30명)을 별도로 구성하여 검토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한의학회(26명), 대한약학회(20명)에서 추천한 총 46명의 분야별 전문가로 ‘의약품 재분류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하여 자문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총 24회의 수시 자문을 받아 재분류에 반영했다며 앞으로 의약품 허가 갱신제도를 도입하여 5년마다 의약품 분류를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동시에 소비자단체, 의·약단체 등의 분류변경 신청시 수시로 분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식약청은 지역약물감시센터(전국 20개 종합병원 등),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등을 통해 국내 의약품 부작용 정보의 수집·분석·평가를 더욱 체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선진적인 의약품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동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