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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앗아간 네마이 홍의 반쪽 얼굴
어린 시절을 앗아간 네마이 홍의 반쪽 얼굴
  • 의사신문
  • 승인 2012.06.0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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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강남구의사회 총무이사>

△정재호 총무이사
내가 네마이 홍의 얼굴 모습을 본 것은 2012년 4월22일 청담동의 소리 이비인후과의 회의실이다. 14대 강남구 의사회가 일을 시작한지 달 반 만에, 산정 호수로 워크숍을 갔다온 직후였다.

새로운 박홍준 회장님이 천명한 봉사하는 최고의 의사회라는 자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연결된 희망 TV SBS와의 시작이었다. 화면으로 본 네마이의 모습은 전형을 벗어나도록 심한 반안면왜소증과 연부 조직 위축이 있었다. 성형외과 의사인 내가 의학적으로는 상당히 관심이 가는 환아였고, 인간적인 면에서 아이의 고통이 메아리쳐 왔다.

SBS의 담당 PD와 연결되어, 우리 프로필 병원에 내원하여, CT와 기본적인 검진을 시행했다. 얼굴의 결손 부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늑골 이식이나 종아리뼈 유리 이식술을 동반하여, 넓은 연부 조직의 유리 피판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네마이 홍의 나이는 12살이다. 상기한 큰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은 새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의 희망이었다. 3세까지는 큰 증상이 없이 총총했던 얼굴이 어느 순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치료차 한국으로 넘어와서 2년 째….

가는 병원마다 치료는 해 볼수 있지만, 결과가 회의적이라는 답변과 엄청난 비용….

아이는 집에 거울을 떼어놓았다고 한다.

내가 네마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 네마이가 조금이라도 원하는 것은 반딧불과 같은 희망이었다. 일단 지방 이식술을 통한 오른쪽 위축된 얼굴의 부분적인 복원을 목표로 했다. 수술 중에 가장 큰 어려움과 위험성은 기도가 협착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전신 마취는 기관절개술을 시행하고나 할 수 있는 상태여서, 부분 마취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물론 기도는 확보하고….

2012년 5월 22일, 네마이 홍이 프로필 병원에 모친 삼촌과 함께 도착했다.

마취과와 수술전 검진을 하고,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수술 자체는 큰 부담이 없는 지방 이식술이지만, 전신적인 기도 등의 문제로 부담은 큰 수술이었다. 허벅지 뒤쪽에서 부분 마취후 지방을 채취하였다. 수술 중에는 네마이의 어머니가 곁에서 우는 아이를 위로하며 지키도록 하였다. 채취한 지방을 원심 분리하고 25cc정도의 지방을 이식하였다. 한 주사기 1cc의 지방이 반쪽 얼굴에 채워질 때 마다, 네마이의 지나간 시간을 되찾는 기분이었다.

수술 직후 네마이는 거울을 보고 울었다. 아프고, 놀랐던 마음에 울었으리라!

회복실과 입원실에서는 울고 웃었다. 네마이의 손에는 거울이 들려있었다.

그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항상 들여다보는 거울이 아픈 아이에게는 없었다. 그러나, 거울을 들었다. 희망을 들었다.

성형외과 의사인 내가 봐도 많이 부족한 모습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방이 흡수되어 더욱 볼품없으리라, 그때 지방 이식을 새로 하기로 하였다.

웃으면서 나와 사진을 찍어 주는 신(神)에게 감사했다.

모든 의사회가 그러하듯이 강남구 의사회는 친목 단체가 아니라는 회원의 소리가 아른거린다. 이런 한 걸음들이 새로운 신(神)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정재호 (프로필병원 성형외과·치과의원장, 강남구의사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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