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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거듭 반대한다”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거듭 반대한다”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2.05.3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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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회, 저출산 대책 역행 및 보험 재정지출 또한 증가 악순환 초래될 것

지난 30일 일부 언론 매체가 식약청이 이달 말로 예정되었던 의약품 재분류 후 ‘응급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했다’고 보도하자, 식약청에서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 자료를 발표한 것과 관련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산부인과의사회(회장·박노준)는 31일 오후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에서 “응급피임약을 처방이 없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경우, 사전 피임 없는 무절제한 성교의 빈도가 증가해, 원치 않는 임신 가능성을 높이고 콘돔 등을 이용한 피임 감소로 성병과 골반염이 증가하며, 불법 낙태 증가 및 이로 인한 후유증과 불임 또한 증가함으로써, 저출산 대책에 역행되고 보험 재정지출 또한 증가하는 악순환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응급피임약에 대한 일부 매체의 이러한 오보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자는 일부 단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게재한 것으로, 의약품 재분류 발표를 앞두고 식약청에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저의가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 오남용의 폐해로부터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이어야 함’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며 응급피임약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약국에서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될 경우, 일반 피임약의 10~30배에 달하는 고용량호르몬 제재의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성과 부작용, 응급피임약이 일반피임법으로 오인될 수 있는 현재의 부실한 피임교육, 피임없는 성관계 증가로 인한 성전파성 질환(성병) 및 불임까지 이를 수 있는 골반염의 확산 가능성 등은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반대하는 수많은 이유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응급피임약이 처방전을 통해서만 구입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응급피임약의 복용률은 2010년 기준 5.6%로서,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판매하는 경구피임약 복용률 2.8%의 두 배에 달한다며 현재 응급피임약의 처방률이 7, 8월의 휴가철과 연말에 가장 높아, 응급피임약이 즉흥적인 성생활 후 일반적인 피임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향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젊은 여성과 특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미성년자들의 경우 본인에게 맞는 계획적인 피임을 상담하고 적용하기 보다는 응급피임약에 기대는 경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히 구매 편의를 위해 일반 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필연적인 오남용을 부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과 관련된 피임 상담은 여성의 매우 사적인 문제에 대한 진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노출된 공간인 ‘약국’이 아니라 의사와 1대 1 상담이 가능한 ‘병원’이 적합하다고 말하고 응급피임약 처방 시 성생활 시기, 배란일 여부, 금기증이 있는지, 임신상태는 아닌지 등을 물어보고 응급피임법사용이 적합한지, 환자에 대한 선별과 이에 따른 진료가 필요하고, 약의 부작용, 주의사항, 응급시 대처방법 등의 지도가 필요하며, 평소 계획을 세워 실천할 수 있는 사전피임 상담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의 건강을 일차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제외하는 것은 편리성만을 내세운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을 다시한번 지적하며, 오남용 방지를 내세운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는 차제에 모든 경구피임약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어 산부인과 전문의의 상담과 관리하에 여성건강을 위해 처방되어야 하는 것임을 천명했다.

산부안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이 전문약이어야 하는 구체적 이유로 △응급피임약의 피임성공률은 신뢰할 수준이 되지 못하고 △응급피임약은 정상용량 범위에서 사용하더라도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는 약이며 △접근성을 이유로 일반약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어렸을 때부터 계획적인 피임과 피임에 대해 교육하고 실천하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시기상조라며 따라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피임약의 복용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피임 및 성에 대한 인식이 정착된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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