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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르토크 〈바이올린,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콘트라스트〉
버르토크 〈바이올린,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콘트라스트〉
  • 의사신문
  • 승인 2012.05.2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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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풍의 기하학적 음형구조 특징

버르토크의 오랜 친구이자 명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시게티는 1938년 어느 날 버르토크에게 한 통의 서신을 보낸다. 이 편지는 `스윙의 황제'라 불리는 베니 굿맨을 대신하여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할 곡을 써줄 것을 위촉하는 내용이었다. 베니 굿맨의 요청은 당시 78 rpm SP 레코드 양 면에 알맞은 분량인 6∼7분 정도의 짧은 두 악장으로 각각 헝가리 스타일의 느린 악장(lassan)과 빠른 악장(friss)의 곡을 작곡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버르토크는 이 두 악장에 본인이 원하는 형식을 덧붙여 전 3악장으로 완성한다. 사실 처음에는 두 악장만 작곡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분량이 길게 되었다. 1938년 8월 베니 굿맨, 요제프 시게티, 그리고 피아니스트 앙드레 페트리는 〈2개의 춤곡〉이라 명명된 이 두 악장을 함께 초연하게 된다. 이 작품의 구조는 기하학적인 음형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클라리넷과 바이올린 각각의 카덴차가 템포의 대조를 이루는 제1악장에서는 C음, C#음과 A음이 삼각 구도를 이루고 있으면서 장조와 단조의 구성으로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음색을 이루면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버르토크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헝가리를 중심으로 동유럽의 민속음악을 집대성하고 하나의 양식으로 발전시켜 작곡 언어로 발달시킨 업적을 이룬 바 있다. 도흐나니, 코다이와 같은 시대를 누리며 부다페스트 음악원에서 작곡과 피아노를 공부하였다. 초기에는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의 독일 음악적 영향을 받으며 리스트,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 등 당대 유럽 음악의 영향권에 머물러 있었으나 1904년 부다페스트 음악원 후배인 코다이를 만나 민속 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코다이는 이미 민속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고 버르토크에 이를 소개하였으며, 버르토크는 작곡가로서 코다이보다 진일보한 상태에서 이 둘은 평생 동안 서로 지속적인 영감을 교환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제1악장 징집군인의 춤(Verbunkos) Moderato ben ritmato 행진하는 군인들의 동작을 취하는 듯한 분위기가 버르토크의 헝가리 민속 스타일을 보여주는 선율적인 장식음이 곳곳에서 번뜩인다. 바이올린과 클라리넷 모두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처음 행진하는 듯 주제가 끝나면서 헝가리 특유의 인상적인 주제가 흘러나오고 후반의 클라리넷 카덴차는 최대음역과 강약의 범위를 마음껏 보여준다.

△제2악장 휴식(Piheno) Lento 조금 더 진지한 분위기로 서로 다른 소리를 통합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당시 버르토크가 연구하고 있던 인도네시아 민속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선율과 함께 속삭이는 듯한 주제는 버르토크의 피아노 곡 〈Out of Doors〉에서 처음 소개된 `나이트 뮤직'스타일과 함께 유유히 흐르고 있다.

△제3악장 Sebes(빠른 춤곡) Allegro vivace 버르토크는 최초로 현악기의 변칙적인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2대의 바이올린을 준비해야 한다. 하나는 정상 튜닝한 바이올린이며, 다른 하나는 저음의 G선은 반음을 올리고, 고음의 E선은 반음을 내린 상태이다. 클라리넷도 두 대가 필요한데 하나는 Bb 클라리넷이고 다른 하나는 A클라리넷으로 번갈아 연주하도록 되어 작품의 조성을 모호하게 만드는 대비(contrast)되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끊임없이 빠른 템포 분위기 가운데 느리고 구슬픈 민속 선율과 음울한 소리가 섞여 있는데 불꽃같이 튀는 바이올린과 미끄러지는 듯한 클라리넷의 움직임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피아노가 움직이는 듯 묘한 박자로 연주하면서 실내악곡 중 가장 화려하고 흥분되는 악장을 연출하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 벨라 바르토크(피아노), 요제프 시게티(바이올린), 베니 굿맨(클라리넷)[CBS, 1940]; 마르타 아르게리히(피아노), 샹탈 주리엣(바이올린), 마이클 콜린스(클라리넷)[EMI,1998]다비드 릴리(피아노), 에스퍼 우드(바이올린), 리카르도 모랄레스(클라리넷)[Endeavour Classic, 2006]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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