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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현악사중주 제77번 C장조, 작품 76-3 〈황제〉
하이든 현악사중주 제77번 C장조, 작품 76-3 〈황제〉
  • 의사신문
  • 승인 2012.05.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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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적 응집력과 우아한 선율의 백미

고전주의 음악의 찬란한 꽃이며 실내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현악사중주 형식을 창안한 하이든은 후대의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를 거쳐 브람스, 드보르작, 보로딘,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등의 낭만주의시대 작곡가들의 주옥같은 현악사중주 걸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터전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18세기 후반까지 실내악이라는 음악 장르에 대해 각별히 정의되어 있는 것은 없었다. 당시 궁정에서 연주되었던 독주곡, 합주곡과 소규모 교향곡 등 여러 관현악 작품들이 모두 실내악이라 불리고 있었다. 하이든도 모든 형태의 음악을 작곡하였는데 현을 위한 이중주, 삼중주, 사중주와 피아노삼중주 등이 있었다. 1780년대 이전 하이든의 초기 현악사중주는 고전양식의 현악사중주로 보기는 어렵고 디베르티멘토 형식과 유사하여 `디베르티멘토'로 이름 붙여진 경우가 많았다.

정식으로 `현악사중주'라는 명칭은 1781년 하이든이 작곡한 작품 33의 6개 사중주곡에 처음 붙였는데 이 작품은 러시아 공작을 위해 작곡하였기 때문에 〈러시아 사중주〉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며 그 곡들에는 하이든 특유의 기법이 잘 나타나 있다. 이중 〈새〉라는 별칭의 제3곡은 쾌활함이 충만한 하이든의 독창적인 기법이 돋보이는 곡이다. 그 후 작품 42, 작품 50 〈프러시안 사중주〉, 작품 55, 작품 60, 에스테르하지 악단의 바이올린 주자인 토스트를 위한 작품 54와 64 〈토스트 사중주〉 등이 발표되는데 이들 사중주는 1780년대 후반 하이든 후기 교향곡들과 음악 기법과 형식이 매우 비슷하다.

1795년 이후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궁정의 악장을 맡아 니콜라우스 2세와 그 가족을 위해 많은 곡을 작곡하였다. 그중 1796년에 작곡한 현악사중주 작품 76은 총 6개 곡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하이든 말기 현악사중주의 원숙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스웨덴 공사인 에르뢰디(Ereudy) 백작에게 헌정하게 되어 〈에르뢰디 사중주〉라고도 불린다. 특히 제3곡의 제2악장은 황제를 찬미하는 선율 〈신이시여! 프란츠 황제를 보존 하소서〉를 인용한 변주곡으로 숭고하고 우아한 악상을 품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작품 76의 제3곡에는 〈황제〉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제2악장의 주제선율은 훗날 오스트리아 국가로 사용되다가 히틀러 통치기간에는 나치당의 파티 노래로 쓰였으며, 독일이 통일된 1990년에는 다른 가사를 인용하여 독일 연방 공화국의 국가로 사용되고 있다.

현악사중주 제77번 작품 76에 대해 음악학자 가이링거는 “이 작품에 대해 가장 어울리는 대명사를 찾는다면 숭고자(Excelsion)라는 말이 떠오른다. 모든 것이 여기에 응집되어 강화되었으며 표현은 보다 더 직접적이고 개성적이다.”라고 극찬하였다. 제1곡의 제1악장에는 제1주제를 대담한 푸가양식으로 전개시켜 4개의 현악기가 각각 옥타브로 진행되는 2성부 캐논 풍의 마법 미뉴에트를 사용하고 있다. 제2곡 제1악장의 제1주제는 하행하는 5도가 사용되어 `사중주를 위한 5도'라는 별칭이 붙게 된다. 제3곡은 황제를 위한 곡으로 썼고 제6곡에서는 하이든의 기법의 절정을 보여주는 Fantasia Adagio 악장이 돋보인다.

△제1악장 Allegro 서주 없이 제1주제가 제1바이올린에 의해 다부지게 제시되면서 발전부와 재현부를 거치면서 입체적 충실감이 돋보이며 코다에서 빠른 속도로 빨려 들어간다. △제2악장 Poco adagio cantabile 오스트리아 국가 `신이시여, 황제 프란츠를 보존 하소서'에 인용된 악장으로 황제 찬가 선율을 사용한 변주곡 형식이다. 주제 선율이 격조 높게 진행되면서 네 개의 악기가 독립적으로 변주의 주선율을 각각 노래하고 있다. △제3악장 Menuetto: Allegro-Trio 단순한 춤곡 형식을 완벽한 사중주로 승화시킨 하이든의 천재성이 돋보인다. △제4악장 Finale: presto 장조인 곡의 끝 악장이 단조로 시작하여 흥미롭다. 급진하는 네 개 악기의 힘찬 화성과 부드러운 악상이 교체되면서 마지막엔 다시 우아하게 끝을 맺는다.

■ 들을만한 음반 : 타트라이 현악사중주단[Hungaroton, 1964]; 아마데우스 현악사중주단[DG, 1963]; 알반 베르크 현악사중주단[EMI, 1994]; 이탈리아노 현악사중주단[Philips, 1976]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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