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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5)
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5)
  • 의사신문
  • 승인 2012.05.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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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에서 파생됐지만 단순함의 미학은 잃어

불경기에 가까운 요즘의 분위기는 과거와는 다르다. 신차들의 연비가 너무 좋아져서 중고차들을 고를 이유가 없어진 것이 분명히 다르다. 요즘은 유류비가 내려가지 않고 있으므로 사람들은 연비가 좋은 새로운 차종을 사고 만다. 요즘의 디젤 프리미엄 승용차의 인기가 높은 것은 고급차를 사는 사람들도 연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필자의 관심을 계속 끌고 있는 BMW 320d의 경우는 출퇴근 거리가 긴 수요자에게 참으로 매력적이다. 이를테면 판교나 용인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20Km 정도의 간선 도로를 주행하고 한 달에 20일 정도를 왕복한다면 800km 정도를 움직인다. 연비가 10Km 정도인 요즘의 가솔린차는 800/10ℓ를 소모하고 연비가 20Km 정도인 새로운 차종은 800/20ℓ를 소모한다. 80ℓ와 40ℓ의 차이다. 1년이면 480ℓ의 차이가 나는데 어림잡아 약 100만원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더 많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그 두 배의 차이를 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은 디젤의 가격이 더 저렴하여 약 250만원 정도의 차이를 내게 된다. 별것 아닌 계산으로 보이지만 10년을 탄다면 2500에서 3000만원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나게 되기 때문에 차량 2/3대의 가격이 차이가 나고 만다. 만약 2만Km 이상을 달리는 사람이라면 고연비 차량은 4000만원 이상의 차이를 내게 된다. 차량이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선택의 압력은 분명하게 적용된다. 절대적으로 고연비 차량이 유리하다. 만약 기름의 가격이 더 오른다면 선택의 압력은 분명히 더 높아지게 되고 요즘의 커다란 가솔린 차량들은 인기가 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에쿠스나 제네시스 같은 커다란 차들을 보고 있으면 연비가 좋아지기는 했으나 앞으로 몇 년 후 고연비 프리미엄 차종과 중고차 가격이 얼마나 날것인지 곰곰 생각해 보곤 한다. 폭스바겐 골프의 터보디젤 차종의 중고가격이 억울할 만큼 높은 것은 조금 불합리하긴 하지만 상당한 이유는 있다.

요즘의 디젤들은 과거와는 달리 놀라운 성능의 제어장치 덕분에 매연도 적고 연비도 좋으며 토크도 좋다. 거의 결점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DSG나 단수가 높은 자동변속기가 붙어있는 것이 요즘의 고급 디젤 승용차다. 경량화만 더 이루어지면 연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폭스바겐은 DSG라는 장점이 있다. DSG는 Dual Shift Gearbox라고 부르는 장치로 내부적으로는 수동이나 제어기는 자동처럼 작동하여 운전자는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것과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효율이 매우 높다.

현실은 분명히 경제적인 차들의 승리다. 이런 와중에 클래식카 동호회나 테드(testdrive.or.kr) 같은 곳에 보면 타보고 싶었던 차종들이 정말 저렴한 가격에 올라온다. 그 중에는 가격이 원래 착했지만 더 착해진 포르세의 944 같은 차종도 있었다. 포르세 박스터 역시 미국의 이베이 모터스보다 조금 비싼 정도의 가격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정도다. 주인들도 어느 정도는 불경기의 파도를 맞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2000만원 정도면 적당한 박스터를 고를 수도 있고 아주 오래된 것들은 1000만원대다.

필자는 얼마 전 지인의 차를 수리하는 공장에 갔을 때오래된 911을 수리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솔직히 너무 복잡했다. 그러면서 911을 포함한 많은 차종의 오리지널인 비틀에서 파생된 356을 만드는 모습을 상상했다. 클래식 비틀은 만져 보았기 때문에 356도 대충은 상상이 간다. 요즘의 차들이 높은 연비를 얻기 위해 단순함을 포기한 것처럼 포르세라는 차종은 성능을 높이기 위해 단순함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은 아주 단순한 차종이며 필수적인 디자인만을 갖고 있었다. 거기에 약간의 복잡함을 더하고 조금씩 더하다 보니 복잡하게 되고 말았다.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지만 폭스바겐의 오리지널 디자인은 탁월한 것이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합리적인 그 무엇이 있었다. 차량의 구조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한참 이야기 했지만 사소한 것들도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합리적인 답을 찾았다.

초기의 비틀에는 와이퍼의 워셔액을 뿜기 위한 압력을 만들기 위해 모터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본네트 안에 있는 타이어의 압력을 이용했다. 그래서 너무 와이퍼의 워셔를 많이 사용하면 공기압을 자주 채워야 하지만 단순한 것은 분명했다. 이 정도로 단순함의 극치였다(요즘은 전자장치가 발달하여 모터가 더 간단할 수도 있다). 특별한 보호 장치는 없지만 차체가 둥글어서 응력을 분산했고 범퍼가 약한 것이 요즘차와 대비되기는 했지만 차의 전면을 클럼플 존처럼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아무튼 필요불가결한 디자인의 차라는 것이 비틀의 탁월함이었다. 처음에는 실내의 마감도 그냥 페인트로 처리했다고 한다.

이런 구조의 샤시에 엔진을 강화한 오픈카가 등장했는데 차체가 가볍고 강성이 좋아 커다란 엔진이 아니더라도 차의 운동성능은 대단히 좋았다. 경쾌하고 빠른 간단한 차 그러면서 구조적으로 우수한 차종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달리기의 즐거움을 주었다. 이것이 60년전의 일이다. 시대를 앞서 미래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르세 356과 그 다음에 나오는 911은 분명히 비틀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 적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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