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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하얀 목련이 필 무렵)
봄이 오면…(하얀 목련이 필 무렵)
  • 의사신문
  • 승인 2012.05.07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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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성 <성북구의사회 명예회장>

“보양식 잘 잡수시고 환자들 잘 돌봐주세요”

노순성 명예회장
부웅∼덜커덩 쾅! 으아∼∼악!

육중한 15톤 트럭에 부딪히는 둔탁한 음(音)과 외마디 비명. 길바닥에 흥건한 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찢겨져 널브러진 육신, 옷과 신발들로 목불인견 참담한 모습이었다. 하얀 목련이 피던 날 그녀는 동백이 지듯 가버렸다.

뇌손상 후유증으로 말씨도 어눌하고, 귀도 어둡고 몸놀림도 둔한 초로(初老)의 그녀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기지개를 펴고, 따뜻한 봄날 오후 친구들에 이끌려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길 건너 밭에 나가 쑥도 캐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였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재촉하였지만 일행에서 뒤쳐져 도로를 건너던 중에 과속으로 달리는 흉기를 채 보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참변을 당한 것이다.

한(限) 많은 조선 6대왕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묻혀있는 사능(思陵 경기도 남양주시)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그녀는 대대로 살아왔다.

일찍 돌아가신 우리 선친 묘소가 있는 사능. 50여년 세월을 신정·한식·기일·추석 등 매년 5∼6번씩 7남매가 성묘를 다녔으니 우리들의 제2의 고향 같이 정든 곳이다. 인근 지역은 10년 전부터 개발 바람이 불어 아파트가 한 채, 두 채 들어서더니, 연초부터 신축 아파트단지 공사로 큰 차들이 밤낮으로 달린다. 도로의 무법자 덤프트럭. 대형 아파트 공사 단지 내에는 하루에도 수 천대가 드나드는 곳도 있다. 과적, 과속, 신호위반 등 난폭운전으로 도로파괴, 생명위협 등으로 시민들은 불안에 떨지만 법을 무시한 채 단기공사 계획을 밀어붙이는 건설업자들과 운송업자간 과당경쟁으로 차주들의 요구가 있고 운전사들도 100만 원 정도의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버거워 성과급을 벌어 보태야 되는 지라 과속은 근절되지 않는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중략…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1970년대 인기가수 양희은이 자신이 부른 노래들이 80년 5공 시절 대부분 방송금지 되자, 2년간 유럽·미국 등으로 배낭여행을 한다. 귀국하자 자궁·난소암 진단을 받고, 돈도 없고 친지들의 도움으로 입원하여 병실에 쓸쓸히 누워있던 봄날 창밖에 눈부시게 하얗게 핀 목련을 보며, 화려했던 젊은 날들과 허무한 인생을 정리하는 한편의 詩를 쓰게 된다. 또 세월이 흘러 김희갑 작곡으로 본인이 불렀다는 불후의 히트곡 `하얀 목련'. 봄이 오면 어김없이 제일 먼저 이 노래가 방송을 탄다.

봄이 오면, 하얀 목련이 필 때면 그녀가 생각난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30년 전, S종합병원 신경외과장 시절. 자그마한 키의 귀여운 30대 초반의 아낙네가 트럭에 받쳐 뇌손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왔다. 두개골 골절, 우 대퇴골 골절과 뇌출혈 진단 하에 응급 개두술(뇌수술)을 집도하였고, 동시에 정형외과에서는 우하지 대퇴골 골절수술을 하였다. 의식은 돌아왔지만 후유증으로 인지능력은 조금 떨어졌고, 청력(난청)이 약해졌지만 6개월간의 입원생활을 마치고 약간 절뚝, 걸어서 퇴원하였다.

세월이 흘러 10년 후 그 병원을 퇴직했지만 개업을 한 후에도 그녀가 계속 찾아와 주치의 역할을 해왔다.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에 평생 나를 따라다녀야 하고 은혜를 갚아야 된다고 만날 때마다 되뇌인다. 허리가 아파도 감기가 걸려도, 고혈압·당뇨약 처방을 받기 위해서도 차를 몇 번씩 갈아타고 찾아온다. 고혈압·당뇨병 환자인 부군도 같이 치료 받으러 매달 한 번씩 왔다. 동네 내과의원을 이용하라 권해도 소용이 없다.

그녀는 매번 방문 때마다 30분전 12시에 도착해, 인근 제법 소문난 사철탕집에 들려서 사철탕 1인분 배달주문을 하고 온다.

“의사선생님이 보양식 잘 잡수고 건강하셔야 환자들 병을 잘 고칠 수 있다면서요”

나를 보면 가끔 어리광을 부리기도 때를 쓰기도 하던 그녀는 나의 누이동생처럼 여겨졌다. 그러던 어느 봄날 목련이 질 무렵 그녀의 남편이 혼자 약 처방을 받으러 찾아왔다. 부인 안부를 물었더니 덤프트럭에 치여 3주전에 장례를 치뤘다면서 흐느낀다. 갑자기 뒤통수를 둔기에 맞은 듯하고, 억장(億丈)이 무너진다. 부디 고통 없는 저승에서의 명복을 빕니다.

견(犬), 구(拘), 술(戌), Dog 등으로 불리는 개는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가축으로 BC 9500년경부터 사육되어왔다. 사람을 잘 따르는 개들의 동공은 원형, 이개(耳介)는 삼각형으로 크고, 입술은 두껍고, 피부에는 땀샘이 없다. 시력은 100m 정도 떨어져 있는 주인도 식별할 정도로 약하나 움직이는 물체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30년 전 교통사고로 응급실 실려온 그녀 치료해준 인연으로
매달 먼길을 돌아 생명의 은인이라며 사철탕 들고 날 찾아
봄이 오면 이제는 볼 수 없는 그녀와 온정의 개장국 떠올라



먹이를 잡기에 날카롭고 알맞은 치아와 강력한 턱을 갖고 있다. 후각과 청각이 뛰어나 후각은 사람의 10만∼10억 배라 하며 2.4km 떨어져 있어도 냄새를 맡는다. 청각은 인간의 4배라 먼 거리의 소리를 감지한다. 몸에 땀샘이 없어 혀를 헉헉거린다. 꼬리는 달릴 때 몸의 중심 역할을 하며, 꼬리를 높이 드는 건 항문분비선의 냄새를 풍겨 자신이 강하다는 과시이며, 꼬리를 뒷다리로 말아 넣는 꼬리 말기는 항문을 가려 냄새를 상대가 감지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공포, 불안, 복종, 알랑거리는 신호다.

전력질주 시 시속 24∼40km를 낸다. 임신기간은 60∼70일, 한번에 1∼12마리 새끼를 낳는다. 수명은 12∼16년이다.

개의 종류는 크게 엽견(사냥개) 3종과 비(非)엽견 2종으로 5∼6군으로 분류된다. 엽견은 하운드, 총엽견, 테리어 그리고 비엽견은 작업견, 애완견으로 분류한다. 한국의 토종 명견으로는 천연기념물 53호 진돗개, 북한의 풍산개, 천연기념물 368호 경북 경산의 삽살개,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신라시대부터의 경주(東京)개 동경이 등이 있다.

농경사회 우리나라에는 단백질 공급원이 그리 많지 않아 집에서 키우는 닭이나 개를 잡아 먹어왔다. 개고기 요리를 개장국, 멍멍탕, 보신탕, 사철탕, 영양탕이라고 부른다. 요즘은 도매상에서 고기를 구입하여 칼로 깨끗이 손질하여 고기를 삶고 대파, 생강, 미나리, 깻잎, 양파, 소주 등을 넣고 끓여, 다 익은 후 마지막에 된장을 넣고 끓인다. 배받이, 갈비 등 먼저 익은 순서로 소쿠리에 담는다. 조리법은 수육, 무침, 탕, 전골 등이 있고, 들깨, 생강, 마늘 등을 다진 다대기와 같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옛 문헌에 개고기로 만든 탕을 구장(拘醬) 또는 지양탕(地羊湯)이라 했다. 개구(拘), 된장을 뜻하는 장(醬)으로 끓인 장국으로 본래 이름은 개장국이다. 북한에선 단고기라 부른다. 중국산 밀반입, 일부 불결한 위생, 병든 개의 유통 등으로 미식가들을 불안케 하기도 한다. 전기충격 밀도살, 나무에 매달아 잔인하게 때려 죽여 동물 애호가들로부터 비난을 받는다.

8.15 해방 후 자유당 시절, 유럽인들과 달리 말고기도 먹지 않는다는 미국의 국방과 원조에 의존했던 우리정부가 `개를 먹는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보신탕(補身湯)으로 이름을 바꿔 음성적으로 영업해 왔다. 대한민국에 보신탕 애호가가 300만 명이라는데, 개고기를 먹는 것은 야만적 풍습이라고 보신탕문화를 비난한 1950∼60년대 육체파 여배우 출신 프랑스 동물보호운동가 브르짓드 바르도(BB). 이어서 1987년 88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개고기를 먹는 나라에 선수를 보낼 수 없다'는 프랑스의 강력한 항의로 혐오식품으로 선정되는 또 한 번의 수난으로 보신탕집들은 뒷골목으로 숨어버리며 사철탕(四철湯), 영양탕 등으로 이름도 바뀌었다.

미국 포브스 온라인이 선정한 세계 10대 혐오식품은 ① 몽골 마유주(말젖 발효) ② 아이슬란드의 하칼(삭힌 상어고기) ③ 중국 뱀술 ④ 필리핀 발롯(부화 직전의 오리알) ⑤ 인도네시아 시벳커피(사향고양이 배설물) ⑥ 중국의 취하(새우를 산채로 술에 담군) ⑦ 중국 제비집 요리 ⑧ 중국 숭화단(숙성시킨 오리알) ⑨ 이탈리아 카수마르주(구더기 치즈) ⑩ 노르웨이 양머리 요리(머리훈제) 그 뒤를 이어 필리핀의 지렁이 스프, 한국의 개고기, 캄보디아의 독거미 튀김, 태국의 매미볶음, 애저(뱃속새끼 돼지), 부화 직전의 달걀, 다이어트에 좋다는 쥐고기 등이 있다.

미국 CNN방송에선 한국의 보신탕을 세계 7대 혐오식품으로 선정했다.

6.25 동란 직후 우리 집에 미육군장교가 망아지만한 세퍼드를 데리고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우렁찬 짖음, 절도 있고 분별 있는 행동, 빼어난 외모와 범접할 수 없는 위엄에 홀딱 반해 흠모했다.

소년시절 선친께서 개를 무척 좋아 하셔서 포인터 등 명견들을 집에서 여러 마리를 키우고 애견 훈련학교에도 보내어 훈련도 시키셨기 때문에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없었다. 중3 때 부친을 여의고,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이라 외식을 모르고 자랐고, 대학 6년 동안에 꼬박꼬박 도시락을 싸와서 먹었다. 고깃국은 생일날 이외에는 먹지 못할 형편이었다.

의예과 1학년 때 친구들과 여름방학 때 송추 유원지에 놀러갔다가 간판도 없는 허름한 집 식당에서 고깃국을 맛있게 먹었다. 친구가 소고기라고 속여 보신탕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고기가 연하고 양도 많았다. 군의관 대위 전역 후 수련의 시절 원남동에 있는 유명 보신탕집에서 몇 번 교실원들과 회식했던 추억도, 제주 신혼여행 후 부산 처갓집에 며칠 머무는 동안 장모님이 사다주신 보신탕 맛도 잊을 수가 없다. 서울위생병원 근무시절 휘경동, 이사 후 강남구 역삼동, 서초구 우면동, 안양 사철탕집 등을 몇 년에 한번 꼴로 찾는다.

안식교인들은 육식을 금하는 채식주의자다. 아주 오래전 어느 목사님이 해외여행 중 기내식을 너무나 맛나게 먹은 후 승무원에게 식재료를 묻고 `새우'라는 대답을 듣자마자 갑자기 구토가 나서 화장실에 가서 다 토해냈다는 말이 생각난다. 선입견은 무서운 것이다.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유럽, 미국에서도 개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다. 영국 탐험가 `쿡선장'이나 노르웨이 출신 남극·북극 탐험가 `아문센'도 개고기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보신탕을 혐오하시는 분들!

인간을 위해 늙어 죽을 때까지 중노동을 하며 충성을 다하는 쇠고기는 왜 잡수시는지요? 명견이나 애완용이 아닌 놀고먹는 식용잡견 고기를 먹습니다. 오해와 편견은 사라져야 합니다.

하얀 목련이 필 때면 그녀와 개장국이 생각이 납니다.

노순성 <성북구의사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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