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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 D단조 작품 30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 D단조 작품 30
  • 의사신문
  • 승인 2012.05.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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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기교와 감미로운 정서 가득

라흐마니노프는 네 개의 피아노협주곡을 남겼는데 이 피아노협주곡 제3번은 “세상에서 라흐마니노프만 연주할 수 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엄청난 기교를 요구하는 피아노의 걸작이다. 모든 면에서 비교적 대중적 인기가 높은 피아노협주곡 제2번의 연장선 위에 있으며 그 다음으로 많이 연주되는 작품이라 하겠다.

자기의 음악적 특성을 확립한 라흐마니노프가 충분한 정신적 안정 속에서 정성들여 완성시킨 곡으로 자신의 개성적인 요소는 약해진 느낌이 있지만 세련된 기법으로 전곡에 흐르는 선율은 아름답고 그 선율에 감도는 감미로운 분위기와 러시아적 정서, 피아노 기교의 묘미는 이 곡을 매력 있는 곡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피아노협주곡 제2번의 발표로 대성공을 거둔 후 1906년부터 2년간 그는 독일 드레스덴에서 작곡에 몰두하였다. 이 시기의 작품으로는 교향곡 제2번이나 괴테의 `파우스트'로부터 암시를 받아 작곡하였다는 피아노소나타 제1번, 독일의 화가 메크린의 회화에 의한 교향시 `죽음의 섬' 등이 있다. 피아노협주곡 제3번도 이 시기에 작곡이 시작되었다.

1910년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직접 피아노 솔로를 맡고 발터 담로쉬가 지휘하는 뉴욕 관현악협회 오케스트라에 의해 라흐마니노프 자신이 직접 피아노 솔로를 맡아 초연했으나 당시에는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였다. 그 후 카네기홀에서 구스타프 말러가 지휘하고 역시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 솔로를 맡은 뉴욕 필하모닉과의 연주가 대성황을 이루게 된다. 당시 이 곡을 들은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슈타인은 곡의 장대한 길이와 기교적인 어려움에 대해 `코끼리 협주곡'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고국 러시아의 깊은 우수와 아름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초연 당시부터 연주 불가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음악적으로 더욱 강한 표현과 기교로서 피아노협주곡 제2번에서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917년 러시아 공산혁명이 일어나자 귀족 출신인 라흐마니노프는 가족을 데리고 1918년 미국으로 망명하여 1935년에 귀화한다. 뉴욕에 처음 온 그는 매우 막막했다. 하지만 미국의 청중들은 9년 전의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 그는 작곡가로서보다 피아니스트로서 더 유명해졌다. 만년에 들어서 의사가 연주회를 줄이라는 권고가 있을 정도로 많은 연주회를 소화하였다. 그는 “연주는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연주가 시작되면 통증이나 발작 같은 것은 언제 그랬냐싶게 나아 버린다. 피아노를 못 치게 되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났다”란 말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그가 만년에 화려한 음악생활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던 곡이 바로 1910년 미국에서 초연한 피아노협주곡 제3번이었다. 당시 스탈린은 1급 공훈예술가의 지위를 준다며 귀국을 회유했지만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숨을 거둔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anto 향수를 느끼게 하는 첫 주제는 너무나 러시아적이다. “만약 작곡하는 데에 어떤 계획이 있었다면, 나는 오직 소리만을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가수가 멜로디를 노래하듯 피아노로 멜로디를 노래하고 싶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응집력과 미묘한 주제의 절충 관계 그리고 넓고 풍부한 변화와 함께 마지막엔 절정에 이른다.

△제2악장 Intermezzo Adagio 러시아의 동양적 특징을 나타내는 풍부한 음색이 나타나며,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현이 암시한 악상이 오보에로 연주되고 평화스럽고 고요한 피아노가 이어 나온다. 피날레는 주제가 너무나 거대하고 수려하여 처음에 보였던 고통과 그리움을 말끔히 잊게 한다. 중단 없이 화려한 마지막 악장으로 이어진다.

△제3악장 Alla Breve 행진곡풍의 관현악 리듬에 따라 피아노로서 기세등등하게 시작된다. 피아노는 화려하게 나아가면서 최고조에 이르러 선율이 확대되면서 부드럽게 노래한 후 피아노가 호쾌한 악상을 전개하여 계속 돌진하다 프레스토가 되어 마무리 짓는다.

■ 들을만한 음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피아노), 유진 오먼디(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RCA, 1978];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피아노),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Decca, 1971]; 마르타 아르헤리히(피아노), 리카르도 샤이(지휘), 로얄 콘체르트헤보우오케스트라[Philips, 1982]; 에프게니 키신(피아노), 세이지 오자와(지휘), 보스턴 심포니오케스트라[RCA, 1993]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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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2023-10-13 10:14:42
블라디미르 호로비츠(피아노), 유진 오먼디(지휘) 1978 RCA 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