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4)
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4)
  • 의사신문
  • 승인 2012.05.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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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심장 `수평대향 엔진'의 힘

필자는 예전에 친구의 구형 박스터를 만나 달리기 한 이야기를 적은 적이 있다.

“운전자는 뜻밖에도 알던 친구였다. 오랜만에 보았지만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달리기 본능은 신호가 바뀌자 나타나고 바로 말았다. 곧바로 경쟁모드로 변한 달리기에 양보는 없었다. 결과는 박스터의 날렵한 칼질을 당해내지는 못했다. 운전 실력도 좋지만 박스터 엔진의 레스펀스는 아주 좋아 보인다. 이것은 수치로 나타내기 어려운 성질이다”

차들을 중량대 추력비로 생각하면 필자가 크게 불리할 것은 없었다. 약 30% 정도 뒤진다. 필자의 XU9J4 엔진은 랠리에 바로 사용해도 좋을 레스펀스의 엔진을 갖고 있다.(1.9L 순정 엔진으로 뉘르버그링 코스에서 경량차체로 8분45초의 기록을 갖고 있다) 그러나 박스터 엔진의 레스폰스는 무엇인가 달랐다. RPM이 쭉- 올라가고 내리는 것을 도로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주관적으로는 30% 보다 더 큰 차이를 느끼고 말았다.

포르세의 엔진에는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일반적인 엔진으로 그렇게 빠르게 가속될 수가 없는 것이다. 박스터의 엔진은 H6형의 수평대향 엔진이다. 박스터라는 이름은 `Boxer 엔진 +로드스터'를 합쳐서 줄인 이름이라고 한다. 사촌격인 911 역시 전통적으로 수평대향 엔진이다. 이 차들의 놀라운 응답특성의 상당 부분이 H구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H 라는 것은 일반적인 엔진이 L(직렬) 또는 V(실린더가 비스듬이 겹치는 구조) 인데 비해 완전히 평행하게 마주보는 구조다. 최초의 벤츠엔진이 H2였고 폭스바겐 비틀을 H4였다. 요즘의 포르세는 언젠가부터 H6이 주종이다. 비틀의 H4가 H6으로 진화한 것이다.

수평대향 엔진에는 구조적으로 장점이 있다. 우선 밸런스추의 존재를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크랭크축 구조 설계가 가능하다. 일반적인 엔진은 피스톤이 위에, 크랭크축이 밑에 있다. 엔진의 폭발력을 부드러운 회전으로 바꾸려면 피스톤과 컨넥팅로드의 무게를 정확히 상쇄하는 밸런스 무게가 필요하다. 예상보다 밸런스 웨이트는 묵직하다. 그리고 피스톤이 움직이는 거리(행정)의 2배 가까운 지름을 갖는 운동공간이 필요하다. 크랭크를 한번이라도 들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가벼운 역기를 드는 것 정도의 무게가 나간다. 조금이라도 진동이 생기면 차는 마구 떨고 만다.

그러면 고성능차가 6000rpm을 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피스톤이 10cm 정도를 왕복하면 크랭크의 밸런스추의 끝은 거의 20센티가 조금 안되는 원을 그린다. 1번 회전에 60cm 정도의 운동을 한다. 6000rpm은 초당 엔진이 100회전 하는 조건이므로 밸런스 웨이트는 60m 정도를 움직이면서 점도가 높은 엔진오일속을 헤엄친다. 이런 식으로 보통 4개에서 6개의 밸런스 웨이트가 고속으로 돈다. 진동이 생기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BMW는 직렬 6기통의 긴 엔진 크랭크에서 떨리지 않는 조건을 찾기 위해 당시 컴퓨터 설계의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서 간신히 성공했다. 만들기가 쉽지는 않지만 수평대향 엔진을 만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밸런스 웨이트가 거의 없다. 포르세의 크랭크도 거의 비슷한 구조다. 크랭크축의 반대편에 같은 무게의 피스톤이 무게를 상쇄하고 있어 가능한 구조다.

그리고 엔진의 구조가 밸런스가 잘 맞는 것으로 생기는 이점은 또 있다. 가벼운 플라이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엔진의 회전불균형을 잡기위해 그러니까 부드러운 회전을 위해 10Kg이 넘는 30에서 40cm 정도의 원판이 크랭크축 끝에 붙어있다. 가속이나 감속을 빠르게 하려면 플라이휠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 스포츠카나 튜닝차에는 몇 Kg을 줄이기 위해 많은 비용을 치른다. 그러나 수평대향 엔진의 플라이휠은 아주 가볍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설계구조가 좋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한 것이다. 지인과 달리기를 한 이후 응답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빠른 것과 민첩한 것은 조금은 다른 것이다. 무거운 플라이휠과 밸런스 웨이트를 갖는 많은 엔진들에 비해 수평대향 엔진은 많은 장점이 있다.

아무튼 비틀은 처음에 3실린더의 성형엔진과 H4 사이에서 고민하다 H4 엔진으로 정해졌다. 그리고 그 다음은 거의 70년 동안 H4를 사용했다. 더군다나 공랭식의 엔진이다. 다른 차들이 대부분 수냉식을 채택해도 비틀의 엔진은 공랭식이었다. 차체만 특이한 것이 아니라 엔진도 특이했다. 공랭식 수평대향 엔진의 비틀의 무게 중심 또한 특이했다. 엔진이 뒤에 있고 가벼웠으며 낮게 위치했고 변속기도 가볍게 만들자 차의 주행안정성은 다른 차들이 따라오기 힘들 정도였다. 라디에이터도 없고(피스톤의 냉각핀으로 엔진을 식힌다) 부가 장치도 적었으며 무엇보다도 가벼웠다. 무게 중심이 안정되면 차의 불안정한 동작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포르세의 356은 비틀의 엔진과 차체로부터 출발했다. 빨라진 비틀이라는 것 그것이 초기 포르세의 본질이며 그 다음에 911이 나왔을 때에도 커다란 레이아웃은 바뀐 것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1930년대 초기에 만든 차의 DNA는 90년대 중반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요즘도 수냉식 엔진으로 변한 것을 빼고 나면 변한 것이 없다. 그만큼 비틀의 설계는 시대를 앞선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을 업그레이드한 비틀이 나오기를 필자 같은 사람은 기대해 보곤 한다. 더 이상 줄일 것이 없을 만큼 간단하고 연비도 좋고 더 튼튼하고 안전한 비틀을 바래왔다. 그러나 초고성능 페라리를 잡을 만큼의 포르세는 나와도 극실용적인 비틀은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차량이 나오면 필자는 바로 살 마음이 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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