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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자동차
스크린 속 자동차
  • 의사신문
  • 승인 2009.04.2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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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느낌과 정서 재현하는 도구 역할

자동차는 강력한 문화 아이콘이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또는 반사적으로 오래된 차를 보면 예전의 어느 한때를 기억해낸다.

영화에 자동차들이 소도구로 등장하여 옛날의 기분을 정확히 복원하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이다. 차의 색상이나 디자인은 무의식을 들추어낸다. 물론 오래된 차에 올라 차를 몰면 이런 기분은 한층 더 강해진다. 모래시계에 나오는 이른바 `각그랜저'에 올라 차를 몰아보면 실내의 분위기와 창밖의 풍경은 달라져 보인다. 이상하리 만큼 예전의 기억 속으로 사람들의 정서를 몰고 간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잘 관리된 오래된 국산차들도 몸값은 상당히 비싸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면 출연료도 상당히 받는다고 한다.

조선일보(개인적으로 잘 읽지 않는 신문이지만 안티도 아니다. 때로 어떤 기사들은 무척 재미있다) 최원석 기자의 블로그에는 그 동안의 영화에 나오는 자동차들을 적어보는 칼럼이 있다. 블로그의 `스크린 속 자동차'라는 카테고리는 영화의 줄거리보다는 영화에 나오는 차들을 캐릭터 분석하듯이 하나하나 적어 가고 있다.

이렇게 관점을 바꿔서 영화의 조역으로 나오는 차 이야기를 적다보니 의외로 적을 것이 많다는 것이 분명하다. 2003년부터 지금까지 200개가 넘는 글들이 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적어준 내용도 있다.(이중 몇 명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요즘은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하루에 6000명 정도가 방문했다는 것은 기억한다.

영화광들이 보는 영화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는 관점은 조금 다른 것이 분명하다. 요즘에 나온 영화 `그랜토리노'는 풍딩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권규혁 님의 글로 보이는데 배우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랜토리노'라는 차의 이야기를 적고 있다. 영화 배우나 플롯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이야기들도 나온다. 영화 `본 얼티메이텀'이나 `본슈프리머시'의 설명도 차가 주인공이다. 광고에 나오는 차들도 이야기의 대상이다.

차들은 사람의 캐릭터와는 다르지만 분명히 다른 느낌의 강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그래서 등장하는 차들은 일종의 배역을 갖고 영화에 색조를 더해준다.

어떤 영화들은 자동차가 주인공급으로 나오기도 한다. `택시'나 `트랜스포터' 그리고 `분노의 질주' 같은 영화들은 자동차가 주인공이나 마찬가지다. 이들이 도로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은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아주 인상적인 `로닝'의 역주행 장면이나 장엄하게까지 느껴지는 `피스메이커'의 차들의 박치기게임 같은 장면은 아주 강하게 인상에 남는다. 이들이 소재가 되지 않을 리가 없다. 델마와 루이스마저 영화에 나오는 차에 포커스를 맞추면 아주 다른 소재의 이야기 거리가 되고 만다. 관점은 크게 다른 것이다. 그리고 차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들은 등장한 차를 가지고 역사를 꿰면서 하루종일 이야기 할 수 있다.

만약 필자가 이런 연재 글을 적는 다면 완전히 다른 느낌의 글이 될 것이며 분명히 History에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은 틀림없다. 그것은 블로그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의 관점이 다양한 것과 마찬가지다. 영화 `로닝'을 적은 글에는 유독 많은 댓글이 달렸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의 강력한 자동차 액션극은 없다. 분명히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영화에 나오는 차들은 수십년이 지난 것도 있고 최근의 것들도 있지만 배우들의 카리스마만큼이나 차들의 카리스마도 대단하다. 오래된 포드의 머스탱 같은 것은 당시의 느낌과 정서를 재현하며 사람들을 흡입한다. 사람들은 1970년대로 돌아간 느낌을 받으면서 영화에 빠져드는 것이다.

최원석 기자의 블로그는 완전한 컬렉션도 아니고 어떤 것들은 조금 더 정교하게 적어 놓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차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적어보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시도다. 그리고 이런 작업이 너무 진지할 필요도 없다. 이번 칼럼의 목적은 독자들에게 기자의 색다른 시점을 소개해 보자는 의도였다. 글은 많지 않지만 몇 년을 적어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다. 요즘 우리가 타는 쏘나타나 아반테 같은 차들이 미래의 영화에 나온다면 사람들은 어떤 감성으로 그 차들을 기억할 것인가? 살아가는 어떤 시기의 몇 년과 어떤 차종은 분명히 맞물려 있다. 그 강한 감수성과 감성의 뒷면, 무의식의 뒷면에는 몇 년 동안 같이 생활한 어떤 기계의 추억이 맞물려 있다. 운전을 하면서 했던 많은 생각들과 그 당시의 크고 작은 사건들은 나중에 그 차를 보는 순간 망각속에서 빠져나와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린다. 몇 년 이상이 지난 뒤에 사람들이 완벽 복원된 차를 보면서 알 수 없는 강력한 정서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차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오래된 차의 촌스럽기까지 한 이상한 도색은 그 자체로 강력한 캐릭터임에 분명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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