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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서울시의사회 산악회 임진년 첫 산행 서리산
산행기- 서울시의사회 산악회 임진년 첫 산행 서리산
  • 의사신문
  • 승인 2012.04.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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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석 <강남·올래성형외과의원장>

홍기석 원장

시산제서 올 한해 서의산 회원들의 안전 산행 기원

매년 첫 산행 때 제를 올리는 시산제! 올해 서울시의사 산악회의 첫 산행이 서리산으로 결정되고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진 이후 첫 행사인 셈이다.

작년에 서의산(서울시의사 산악회) 훈련반에 들어온 후, 이번 산행에선 4호차 조장까지 맡게 되어 더욱 긴장이 됐다. 아는 것 하나 없는데 잘 하라는 뜻으로 맡기셨겠지만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군다나, 71년생 90학번에 96년에 의사가 됐으니 의사로서 16년차이지만, 서의산 훈련팀에선 아직 막내. 어디가서 이쁨 받을 나이는 아니지만 이곳에선 가능하다. 그러니 막내로서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출발 당일 아침 조장들은 6시 반까지 오라는 조해석 총무님의 문자가 있었기에 서두른다고 서둘렀다. 평소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눈 비비고 눈꼽 떼고 짐 싸고, 세수도 제대로 못한 채 등산화를 묶고 나니 6시20분이었다. 늦었다는 생각에 헐레벌떡 동네 앞 대로변까지 뛰었으나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길 건너 큰길로 가서야 어렵사리 택시를 잡아 현대백화점 압구정 앞을 외쳤다. 택시 아저씨는 등산차림으로 헐레벌떡 뛰어와 타는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연신 어디가느냐? 무슨 모임이냐? 서리산은 어떤 산이냐? 꼬치고치 물어보신다. 그런데 정작 난 서리산이 경기도 가평에 있는 것 밖에 몰랐다. 그냥 얼버무리고 나니 내심 서리산이 어떤 산인지 궁금해졌다. 잠시 후면 직접 확인해볼 수 있겠지. 생각하는 순간 벌써 약속 장소인 현대백화점 앞이었다.

간신히 6시 반에 맞추어 도착하니 이미 많은 회원들이 차량에 승차하고 있었고, 좀 늦은 회원들까지 다 승차한 후, 출발 전 인원 점검을 했다. 총 4대에 버스에 약 200명의 회원이 참석을 했다. 물론 일부 도움 주는 직원들과 기자들도 따라왔지만 거의 우리 의사 산악회 회원과 그 가족이었다. 나는 4호차 반장이라 반장 일을 열심히 해보려 탑승인원을 점검했다. 그런데 자꾸 숫자가 틀려 몇 번을 셌다. 잠이 안 올 때 양을 셀 때랑 너무 똑같았다. 매번 숫자가 이리도 헷갈리다니∼.

출발 후 30분쯤 서울을 벗어나면서, 먼저 총무님이 준비한 서리산 지도와 시산제에 관한 짤막한 안내글을 배포하며 안내를 했다. 산에 대해 잘 모르고 온 나로서는 조금 미리 조사하고 안내를 해드렸으면 참 좋았을 터인데, 조금 후회가 되었다.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버스는 벌써 서리산 앞에 도착했다. 너무 빨리 왔나 했는데 아뿔싸 관광버스 네비게이션이 엉뚱한 길로 안내하는 바람에, 목적지에 다 와서 전진도 후진도 안 되는 황당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고난이도의 운전 실력을 발휘하여 후진 전진으로 뒤돌아가려던 관광버스는 결국 4대로 온 회원들이 뒤에 온 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타고, 남은 거리를 빵빵한 김밥차가 되어 오전 9시에 축령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에 도착했다. 버스 알바(산에서 길을 잃고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함)로 30분 이상을 소모했지만 계획한 시간보다 늦지는 않았다. 선견지명 있으신 산악회 임원님들의 넉넉한 시간 배분 덕이었다.

모두 차에서 내려 서리산 초입에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서울시의사 산악회 박병권 회장님의 간단한 인사말을 들었다. 그리고 항상 든든하고 믿음직하신 연재성 등반대장님의 일정소개를 듣고 산행을 시작했다. 일부 안 가져오신 분들에게 여분의 아이젠을 챙겨드렸다. 모자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다들 준비를 잘 해오셔서 다행이었다. 나는 노민관, 유승훈, 정익환 선생님과 함께 후미를 맏게 되었다. 후미는 자연스럽게 등반대장님 병원의 두 간호사들, 그리고 김윤정 선생님과 김 선생님의 어머님과 함께 이루어졌다.

천천히 오르는 길을 둘러보니 잣나무가 생각보다 주위에 많아 피톤치드를 마음껏 무료로 마실 수 있어, `맞다! 여기가 바로 그 축령산 자연 휴양림이구나' 저절로 깨닫게 된다. 다음에는 옆에 있는 축령산도 한번 다녀왔으면 하는 기대도 해봤다.                              

처음 길은 아이젠 없이도 갈수 있는 길이어서 좋았지만, 조금 지나니 점점 눈이 많아져 처음에는 부드러웠던 눈길이 미끄럼 길로 변하게 된다. 아이젠을 착용해야할 시간인가 보다. 느는 뱃살에 허리가 구부러지지 않아 아이젠을 착용하기 위해 눈밭에 털썩 앉아서 아주 쉬운 것을 어렵게 착용하고 일어나보니 눈밭에는 나의 큰 *** 자국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이걸 보면 곰의 영역 표시로 오해할 듯한…. 후미를 챙겨서 성큼성큼 눈길을 걷고 있는데 아이젠에 눈이 얼음덩이처럼 붙어버려 자꾸 떼어버려도 혹부리 할아버지의 혹처럼 계속 붙어 다녀 눈길 내내 높은 키높이 등산화를 신은 듯한 기분이었다. 키높이 신발의 불편함이 이 정도일진대, 여자들 하이힐의 불편함이야. 


목적지 근처서 버스알바로 난감 불구 철저한 준비덕 무사 등정
눈길을 오르는 중 봄 준비 한창인 나무들 보면서 벌써 5월 기대
시산제 술잔 직접 올리는 영광·회원과 보낸 풍성한 시간에 감사


그렇게 고군분투하며 노민관 선생님과 산에 관한 잡담들을 서로 나누며 조금 올라가니 철쭉군락의 철쭉동산에 이르렀는데 나무들 키가 내키(참고로 내키는 171cm이다)보다 약간 높은 정도로 약 500m 정도 양옆으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하지만 나뭇가지가 중간 중간 삐쭉삐쭉 튀어나와 허리를 구부리지 않으면 찔릴 위험이 있어, 마치 동굴을 지나가는 느낌으로 요리조리 빠져 나가며 눈길을 지났다. 이미 나뭇가지 끝에는 꽃봉오리가 새순처럼 붙어있었다. 저것들이 핀다면…. 곧 다가올 철쭉 핀 5월에 가면 아주긴 꽃가마를 타고 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또 이렇게 눈꽃이 핀 서리산의 철쭉동산과 철쭉 핀 5월동산을 합성한다면 하얀 눈밭에 빨간 철쭉이 대조를 이뤄 너무 멋져 보일 것 같은 상상도 해봤다.

산행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높이도 적당한 것 같고 산이 그리 높지 않아 가족과 함께 5월에 다시 오면 꽃가마를 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정말 꼭 다시 와봐야겠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눈길을 걷다보니 어느덧 서리산 정상!

정상은 웅장하진 않지만, 왼쪽 철마산과 오른쪽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12시간 이상 걸린다는 철마-천마-주금 능선이 조망되고, 반대편으론 아마 운악산, 명지산이겠지 싶은 산들이 펼쳐져있다. 눈 구경도 할 만큼 했고, 후미지만 시산제에 참석하려면 이제 하산을 해야 한다. 하산길은 생각보다 미끄러워 아이젠의 고마움을 다시금 느꼈다. 역시 겨울 산행시 아이젠과 스틱은 꼭 필요한 것 같다.

계속된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보니 후미로서 천천히 기다리며 왔는데도 연 대장님 간호사 둘이 행방이다. 일설에는 너무 힘들어 뒤로 돌아서 다시 하산했다는 말도 들렸고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하지만 천천히 올라오고 있다는 말도 있었다. 확실한 소재파악을 위해 보호자이신 연대장님께 전화 연락을 했다. 아직 철쭉동산이란 연락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역시 대장님의 직원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 오르기 전부터 두 분 첫인상이랄까? 외모와 전문가급 장비에서 보이는 포스는 이미 연 대장님 급이었기에. 그래도 후미의 책임인 지라 기다려 주려니 제약회사 직원 2명이 밝은 얼굴로 본인들이 기다려 준다는 것이 아닌가? 여기가 오작교는 아니지만 미혼일 것으로 보이는 제약회사 직원이기에 맡기기로 하고 시산제 준비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산제 시작 30분 전이다. 준비할 것들이 꽤 있을 것 같은데 막내가 늦으면 안 될 것 같아 좀 더 분발해 빠른 걸음으로 내리막길을 뛰듯 걸었다. 하지만 휴양림 산장 아래에서는 시산제가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연재성 대장님의 선언이 들렸다. “지금부터 단기 4345년 서울시의사 산악회 시사제를 거행하겠습니다. 일동 차렷! 시산제에 앞서 순국 선열 및 먼저 가신 산악인에 대한 묵념이 있겠습니다”

이어지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산악인의 선서'를 다 같이 따라했다.

강신 순서에서는 초헌관인 박홍구 고문님이 박병권 회장님에게 강신잔을 따르고 회장님께서 회원들의 무사 산행을 바라는 제문을 읽으셨다. “단기 4345년 2월5일 희망찬 새해를 맞으며 서울시의사 산악회 회원 일동은 경기도 남양주군 서리산에서 시산제를 거행함에 앞서 천지신명과 서리산 산신에게 엎드려 고하나이다. 전지전능하신 천지신명과 서리산 산신이시여! 금일 저희들은 이곳 서리산에서 지난 한해를 깊이 반성하며, 내일의 번영과 도약을 위한 일념으로 전체 회원의 정성을 모아 성스런 제를 올리나이다.(중략) 올해도 박병권 회장님 이하 모든 회원들이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서울시의사회 나현 회장님을 비롯한 모든 회원들에게도 축복과 건강을 지켜 주시기를 두 손 모아 기도 드리옵나이다”

제문을 끝내고 박병권 회장님이 첫 잔을 올리고 박태규 고문님이 두 번째 잔을, 그 뒤로 연장자 순으로 잔을 올렸다. 끝잔은 최연소자가 올리는 순서가 있었다. 바로 나였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지만 흰 봉투에 만원짜리 지폐 몇 장을 넣고 돼지머리 입안 가득히 문 봉투 사이에 내 흰 봉투를 끼워 넣은 후 헌작을 했다. 그리고 절을 하며 “산신령님, 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올 한해 저희 회원과 제게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하고 속으로 짧은 바램을 빈 후 자리를 일어났다.

나를 끝으로 시산제를 마쳤고, 남은 돼지 머리고기를 듬성듬성 잘라 제를 올린 퇴주와 함께 회원들과 술잔을 나누었다. 다 같이 즐겁게 시산제 자리를 즐긴 후 바로 앞에 있는 음식점에서 돼지 목살과 삼겹살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우리 회원 수에 비해 일손이 부족해 직접 밑반찬을 퍼다 날랐지만 고기 맛은 기가 막혔던 것 같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시장이 반찬이라, 배가 고파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얼지 않은 순수 국산 삼겹살로 예약하고 확실히 다짐받고, 재차 확인한 고기라 다른 분들도 맛있게 드셨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무사히 시산제 산행을 마치니 오후 3시30분쯤 되었다. 서울로 다시 오기위해 각자의 버스로 올랐다. 그리고 깜박 잠든 사이, 차도 막히지 않아 어느새 도착! 모두와 헤어지고 집으로 향했는데 오후 5시 약간 넘은 시간이라, 하루가 매우 길게 느껴진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거행된 시산제라 회원들에게 풍성한 저녁시간까지 선물한 것 같아 내 마음도 뿌듯, 나도 가족들과 함께할 시간이 많아져 뿌듯!

이래저래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성공적인 시산제였던 만큼, 올 한 해 서울시의사 산악회 그리고 모든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행복 가득한 흑룡의 해가 되리라는 느낌이 팍! 가슴에 꽂히는 너무도 즐거운 하루였다.

홍기석 강남·올래성형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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