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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고 지지하되 오해 없도록 정확히 표현해야
공감하고 지지하되 오해 없도록 정확히 표현해야
  • 의사신문
  • 승인 2012.03.2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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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51〉

  ■ 정신과에서 보는 까다로운 유형

우리 사회의 작은 축소판으로 볼 수 있는 `진료실'이라는 공간에서 남녀노소 다양한 환자들과 소통하다보면 성격이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어 소통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평소 필자가 이야기했던 커뮤니케이션이 힘든 유형들과 함께 정신과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문제 성격 유형들을 참고한다면 실제 진료에 도움이 될 것 같아 Steven A.Cole and Julian Bird의 〈The Medical Interview〉에서 정신과 문제 성격 유형을 발췌하여 설명한다. 그 아무리 소통이 힘든 사람일지라도 `틀렸다' `나쁘다' `좋지 않다'가 아닌 `다르다' `그럴 수도 있다'라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훨씬 원활한 소통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특별히 문제 성격 유형의 사람들과 소통 할 때는 평소보다 공감해주고 지지해주는 의사소통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은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기에 그들과 똑같이 강하게 나가면 더욱 소통이 차단되며 치료가 어려워진다. 다독여주면서 부드럽게 대하되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정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전 키케로가 말했던 “나를 설득하고 싶다면 당신은 내가 생각하는 바를 생각하고, 내가 느끼는 바를 느끼고, 내가 말하는 바를 말해야 한다”는 말은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만 특히 까다로운 환자들에게 매우 빛을 발하는 소통법이라 생각된다.

강박적인 사람들(Compulsive)은 세부사항을 신경 쓰며 경직되고 조직적이고 예측 가능한 생활을 한다. 이 사람들은 합리적인 과정을 중시하고 감정을 무시한다. 또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작은 부분으로 나누고 하나씩 일정한 방식대로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이들은 오직 사실 적인 것만을 요구한다.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낄 때 능력을 잘 발휘하기에 주위를 통제하려고 노력하며 불확실한 것을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모호함, 불확실함, 감정적인 것에 직면하면 위협을 느낀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내면의 갈등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분노, 불안, 슬픔의 감정이 무시, 대치되고, 다른 사람에게 투사되고 통증 같은 신체증상으로 경험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은 보통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곧 강박적인 사람이 합리성과 통제를 선호하는 것은 이러한 자신의 내면적인 감정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이나 주변 생활이 통제되기를 바라며 원하는 정도로 통제되면 안전하다고 느끼고 안도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의사 역시 강박적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이들이 불확실함을 느끼지 않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주는 것이 좋으며 최종 치료 결정권이나 환경에 대한 결정권도 가능하면 그들에게 넘기는 것이 효과적이다.

의존적인 사람들(Dependent personality disorder)은 스스로 외부의 도움 없이 생활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정서적인 지지를 얻고 일상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한 명 이상의 `특별한' 사람을 찾는다. 이러한 도움과 지지가 없을 때 의존적인 사람은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화를 내고 더 많은 도움을 요구한다. 이들은 거부되는 것과 혼자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보살핌과 보호받기를 강력히 원한다. 다른 사람들의 적극적인 돌봄과 도움이 있을 때만이 일시적으로 불안함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보호받으려는 요구를 끝없이 하게 되지만 오히려 보호받으려는 요구들이 증가함에 따라 가장 두려워하는 거부를 스스로 유발하게 된다. 그러므로 의사 역시 의존적인 사람들에게는 지지적인 태도로 공감해주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인간적인 관심을 갖고 작은 부분이라도 함께 걱정해주는 것이 좋다. 나아가 무리한 부탁이나 요구를 해오더라도 그들이 거부당했다는 생각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무 자르듯 거절하지 말고 부드러운 태도로 제 3의 대안 등을 제시하며 요구를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합리성·통제 선호 강박적 유형, 구체적 정보·치료 결정권 줘야
    히스테리 유형, 자주 칭찬하고 인정하되 공과사 명확히 구분을
    자아결핍의 자기애적 유형, 특별대우 받는 느낌의 소통 효과적



히스테리적인 사람들(Histrionic patients)은 감정의 폭이 매우 크다. 또 감정적, 대인관계, 성적인 면에서 유혹적인 경우가 많다. 복장이나 행동 양식이 화려한 편이며 정서는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에게는 종종 천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히스테리적인 사람은 본인이 찬양의 대상이 되기를 원한다. 또한 깊은 무의식 속에서 사랑을 갈망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그러므로 의사 역시 환자를 자주 칭찬하며 인정하는 자세를 보이되 적절한 한계선을 긋고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거나 접근을 한다면 동요되지 말고 정중히 거절해야 한다.

자학적인 사람들(Self-defeating patients)은 삶에서 고통을 느끼고 이러한 고통의 경험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자신들이 항상 다른 사람에게 헌신하고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며 고통을 당하는 사람의 역할을 지속하려는 심리적인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 무의식적인 죄의식이나 오랫동안 고통 받은 부모와의 동일시 때문에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지 않으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증오하거나 죄의식, 패배의식과 같은 견딜 수 없는 감정과 직면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희생을 하고 고통 받기를 원하는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회복되거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갈등이 된다. 고통이 실제적인 것이기 때문에 회복하는 것은 유혹이 될 수 있지만 생활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두려운 감정을 유발한다. 그러므로 의사 역시 자학적인 사람들과 소통할 때는 다른 환자들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들의 고통을 존중해주고 지지적인 태도로 적절한 한계를 정하며 단계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경계성 사람들(borderline)은 불완전한 대인관계, 불안정한 기분, 충동적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비교적 지속적인 인격 특성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는 기능 장애가 심한 인격 장애다. 친밀한 관계에서 감정의 심한 변화 곧 강렬한 애정, 사랑과 미움이나 증오가 교차됨을 자주 경험한다. 이러한 성격은 다른 상황과 여러 다른 인간관계로까지 이어진다. 다른 사람에 대해 사랑과 증오를 오가는 감정을 자기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특징적인 감정 동요와 함께 경계성 사람들은 극도의 기분 변화, 혼자되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 작업 완수의 어려움, 충동적인 행동을 경험한다. 특히 경계성 사람들은 주위 사람과 환경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그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감정적 지지와 일관성을 필요로 하지만 내부의 정신적인 장애와 불안정한 성격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실패할 때가 많다. 의존적 성격처럼 경계성 사람들의 요구는 처음부터 두려워하는 대로 거부되기 쉽다. 이러한 거부로 인해 세상은 믿을 수 없으며 무정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가까운 대인 관계에서 느끼는 쓸모없음, 거부, 쓰라림 같은 비극적인 순환이 계속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 역시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지속적인 확신과 믿음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단, 부당한 요구에는 앞서 히스테리성 환자에게처럼 분명하고 지지적인 태도로 한계를 정해줘야 한다.

자기애적 사람들(narcissistic patients)은 자신이 특별한 재능과 경험을 가지고 있어 특별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특별대우에 대한 기재가 실제 경험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기애적인 사람은 세상이 인정하지 않아도 권리를 주장한다. 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에 휩싸여서 모든 경험은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걸러지고 채색된다. 자신의 욕구와 편의를 위한 규칙, 정책, 시술을 기대하고 다른 사람과 같이 평범한 대우를 받으면 화를 낸다. 이러한 자기애적 성격 특성과 특히 자기애적 인격 장애는 불안정한 기초와 자아 결핍이 있다. 자기애적인 자존심은 상처받기 쉽고, 외면적 자신감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존중하거나 대우하는 것에 의존한다. 그래서 이들의 불안한 자존심은 이들이 사회적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더욱 위협을 느낀다. 그러므로 의사 역시 이들과 소통할 때는 가능한 이들의 특별함을 인정해주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 그를 만족시킬 수 있는 특별대우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특별히 환자 분에게만 해드리겠습니다.”식으로 이야기하며 존재를 인정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무리한 요청을 해온다면 “A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해드릴 수 없습니다만 특별히 A는 해드리겠습니다.”식으로 제 3의 제안을 하며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이번 한 주는 우리 병원 환자들의 성격이나 특성에 더욱 관심을 갖고 그에 맞춰 소통하면 좋을 것 같다.

이혜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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