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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작품번호 33
차이코프스키〈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작품번호 33
  • 의사신문
  • 승인 2012.03.2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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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러시아 선율로 모차르트 재해석

1870년대 후반 차이코프스키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가고 있었다.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화성학을 가르치고 있었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아직 미혼 상태에서 정신적으로도 불안하였다. 그때까지 교향곡 제1번, 피아노협주곡 제1번, 현악사중주 제1번과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완성하였으나 작곡도 활발하지 못했다.

당시 발레키레프와 국민파 음악가들과는 거리를 두고 지내고 있었지만 그는 친구에게 쓴 편지에서 `나는 러시아인이다. 뼛속까지 러시아인이다'라고 할 정도로 항상 러시아의 음악을 작곡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인지 즐거운 칸틸레나와 우울한 정서가 섞인 러시아적인 특질이 그의 음악 속에 스며들게 된다.

1876년 가을 단테의 〈지옥〉편을 근거로 금지된 사랑이 주제인 교향시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를 작곡하는데 이는 당시 초조하고 격정적인 차이코프스키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 그해 겨울 모스크바음악원 동료이자 첼리스트인 빌헬름 피첸하겐이 차이코프스키를 찾아와 첼로 작품을 의뢰하는데 이를 계기로 불안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모차르트시대의 밝고 우아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되는데 바로 이 곡이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으로서 과거의 음악을 재해석하려는 의도에서 18세기에 맞도록 독주 첼로를 목관악기와 호른 그리고 현악기들과 조화를 이루고 고전풍에 어울리도록 우아하고 세련되게 작곡하였다. 이 규모는 독주 첼로의 선율과 기교적인 표현이 방해받지 않고 독주자의 표현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다. 형식에서 교향적 형태보다는 변주곡을 선택했는데 이는 스스로 순서와 한계를 정할 수 있게 하였다. 악상은 모차르트풍의 네 마디가 균형감 있게 단아하게 꾸며졌고 모차르트가 즐겨 쓰는 A장조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곡 분위기는 로코코 양식보다는 19세기 러시아 선율에 더 가까워 보인다.

이 곡을 의뢰한 피첸하겐은 악보를 받은 후 출판사를 찾아가 차이코프스키의 위임을 받았다면서 더 급진적이고 다양한 수정을 하여 하나의 주제와 7개의 변주 형태의 수정본이 이 변주곡의 기준이 되었다. 1879년 프란츠 리스트도 참석한 가운데 연주된 초연은 대성공을 거두게 되고 그 이후 책장에 묻혀 있다가 1956년 구소련 정부에서 차이코프스키 작품집을 출판하면서 최초로 작곡가의 원전판이 빛을 보게 된다.

주제 Moderato quasi Andante 오케스트라의 비장하고 짧은 서주가 있은 후 첼로 독주에 의해 로코코적인 분위기의 주제가 이어지게 되면서 차이코프스키의 개성이 잘 들어난다. △제1변주 Tempo della Tema 주제의 템포를 유지하며 기품 있는 생동감을 불러일으킨다. △제2변주 Tempo della Tema 동일한 템포로 다채로운 표현과 환상적인 아르페지오가 흐름을 고조시킨다. △제3변주 Andante sostenuto 느린 템포로 노래하듯 선율이 흐른다.

△제4변주 Andante grazioso Un poco animato 장식음과 붓점으로 꾸며진 우아하고 화려한 변주를 노래한다. △제5변주 Allegro moderato 독주자의 테크닉이 빛을 발하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6변주 Andante 가장 러시아적인 우수와 비장미가 감도는 악상으로 첼로의 격정적이고 절제된 표현력이 돋보인다. △제7변주 Coda - Allegro vivo 피첸하겐에 의해 삽입된 곡으로 첼로의 격정적이고 빠른 템포가 한껏 고조감을 상승시키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 들을만한 음반: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2);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게네디 로제스트벤스키(지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Melodiya, 1965); 다니엘 샤프란(첼로), 키릴 콘드라신(지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Melodiya, 1975); 미샤 마이스키(첼로), 쥬제페 시노폴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DG, 1990)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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