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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
프리미엄 자동차 이야기 - 포르세 (1)
  • 의사신문
  • 승인 2012.03.1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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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의 DNA를 계승한 고성능 차의 대명사

필자는 때로 박스터를 타고 시내나 교외를 달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박스터의 무게 중심은 상당히 좋기 때문에 달리는 즐거움은 상당하다. 지붕이 없어서 전복이 일어나면 곤란하지만 이차의 무게 중심은 상당히 좋다. 배기음도 좋고 엔진의 반응도 좋다. 수동 변속기라면 더 즐거울 것이다. 연식은 별로 상관이 없다. 새 차라면 좋겠지만 오래된 차라도 관리만 잘되어 있으면 달리는 데는 별다른 트러블이 없다.

포르세의 잔존율은 매우 높아서 사고가 나지 않는 한 좀처럼 폐차되지 않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포르세들은 연식이 오래되도 잘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잔존율 통계로 알 수 있다. 비슷한 정도의 잔존율은 훨씬 더 비싼 차거나 랜드로버의 구형 차종 정도다. 원래의 구입가가 비싸니 오래 남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슷한 가격의 프리미엄 차종들이 곧잘 폐차되는 것에 비하면 포르세는 일종의 예외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는 수십년된 포르세들도 많다. 나이가 들어도 차주는 잘 포기하지 않는다.

달리는 즐거움이나 디자인의 미학이 없다면 이렇게 오래 그리고 끈질기게 존속할 수 없다. 확실히 예외적인 차라고 볼 수 있다. 충성심 강한 매니아들이 없다면 부속값이 싸지도 않은 오래된 포르세라는 것은 존재하기 힘들다. 하지만 달려보면 포르세는 역시 포르세라는 것을 알게된다. 분명히 포르세의 달리기는 특별한 점이 있다. 포르세의 운전석에 앉는것도 특별한 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모아보고 싶은 차종 가운데 포르세는 없다. 유지비가 비싼 것도 이유지만 현재보다 팔자가 상당히 좋아진다면 그보다 먼저 페라리를 타보고 싶은 이유다. 만약 포르세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다면 구형 911 과 944 정도가 콜렉트 대상이다.

그리고 현재는 팔자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고연비 디젤 자동차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집에서 타는 차들을 교체해야 한다면 그 다음 차종은 별로 크지 않은 디젤 차종이 될 것이 틀림없다. 담합되거나 조작된 기름값을 참아내고 리터당 2300원 정도의 가솔린을 넣고 마구 액셀을 밟아도 되지만 그러면 리터당 4∼5Km 정도의 연비가 나중에는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달리는 동안에는 아무 잡념없이 달리기에만 열중하겠지만.

필자는 호기심은 메탄올 연료나 합성 디젤 그리고 열분해 오일(Pyrolysis oil) 같은 것에 관심을 준다. 현재의 기름값에 대한 대안들이라고 할 솔루션을 찾는 사람이 한편으로는 포르세 같은 차종을 좋아하기도 한다. 일종의 모순이다. 분명히 빠른 달리기는 많은 연료를 소비한다. 요즘의 차들은 연비가 예전만큼 나쁘지 않으면서도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다. 평상시에는 연비가 좋지만 높은 출력을 내야하는 경우에는 물리학의 법칙이 작용해서 연료를 퍼먹는다. 스포츠카라는 이름이 붙은 차종들은 달리는 동안에는 기름을 퍼먹는다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요즘에는 Eco나 블루라는 접두어가 붙은 차종들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는 속도와 힘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포르세는 분명히 이런 사고방식의 중요한 상징이었다.

포르세의 역사는 꽤 길다. 지난번 적었던 벤츠와 BMW의 대표차종들은 1950년대 말이나 1960년대가 되어서야 나타나지만 포르세의 원형은 1930년대 초반부터 등장했다. 포르세의 조상은 폭스바겐 비틀이다. 비틀의 설계자는 포르세 박사였다.

요즘의 폭스바겐 뉴비틀은 디자인은 구형과 닮아있지만 내부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포르세의 차들은 구형 비틀의 디자인 DNA를 그대로 쓰고 있다. 고성능의 포르세라고 해도 그 원형은 거의 80년이 되어가는 구형 비틀의 디자인 DNA와 다르지 않다. 고성능 딱정벌레차가 포르세라고 보면 된다.

포르세의 디자인은 다른 차들과 다른 점이 몇가지 있다. 우선 요즘 나온 파나메라 같은 차종을 제외하면 엔진이 뒤에 있다. 엔진이 뒷 차축보다 더 뒤에 붙어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 비틀 시절부터 성립된 방식이다. 엔진이 후륜보다 뒤에 배치되고 트렁크는 앞에 있다.

요즘은 공랭식 엔진을 포기했지만 얼마 전까지는 공랭식 엔진을 고집했다. 출력이 너무 높아지자 공랭식 엔진은 유지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공랭식 엔진은 물이 없이 실린더의 핀을 방열기처럼 사용하는 방법으로 팬이 공기를 흐르게 하면 라디에이터가 아니라 엔진자체가 냉각되는 방식이다. 공랭식 엔진은 폭스바겐 비틀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디자인 특히 포르세의 아이콘 격인 911차종의 디자인은 비틀과 많은 점들을 공유하고 있다. 포르세라는 차종이 나온 것은 폭스바겐을 경영하던 포르세 박사가 2차 대전후 감옥에 수감되면서 부터다. 아들이었던 페리 포르세는 차 한 대를 직접 만들었는데 구입하고 싶은 차량이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1947년 포르세 박사가 감옥에서 풀려나기까지 경영이 어려운 회사를 운영했다.

모든 포르세의 조상이라고 하는 356은 이 당시 작은 목재소의 공간에서 만들어졌다. 물론 모든 부품은 딱정벌레차라고 하는 비틀의 것들을 이용했다. 전쟁이 끝나고 남은 설비나 부품이 없는 상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고성능의 비틀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차량이 만들어진 것이다. 356은 유럽의 딜러들에게 선을 보였고 생산 가능한 수량의 주문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 나중에는 몇 번의 개량을 통해 폭스바겐 비틀의 부품을 포르세의 부품으로 채워나갔다. 하지만 처음에 만들어진 디자인 DNA는 잘 변하지 않았다. 그것은 비틀의 DNA다. 카이맨이나 박스터의 설명에는 356을 잇는다고 적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비틀이었다.

요즘은 비틀의 디자인 DAN를 계승한 차량이 무서운 마력으로 도로를 달린다. 원래는 가볍고 날렵한 스포츠카였는데 어느날부터인가 머신처럼 그리고 무엇인가 완벽한 기계처럼 변했다. 초기의 개념이나 성공의 요인도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BMW의 달리기도 처음과는 많이 변했다. 하지만 일정한 수준의 성능과 견고성 그리고 제조품질이 높은 차들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높은 것도 문제이고 복잡하다는 것도 문제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앞으로 차들의 출력은 현실과 타협을 할 것이고 복잡한 메카니즘도 어느 정도 간소화되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중요한 프로토타입의 하나로 복귀할 터인데 그중의 하나는 비틀과 911 사이에 있는 그 무엇이 될 것이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 적을 내용이기도 하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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