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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외국인 환자와의 소통에도 관심 가져야
다문화 시대…외국인 환자와의 소통에도 관심 가져야
  • 의사신문
  • 승인 2012.02.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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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48〉

■ 다문화 외국인 진료

얼마 전 몸이 아파 병원에서 진료 받은 중국인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통증을 호소하는 자신에게 의사가 “지금 느끼는 통증이 1부터 10까지 중 어느 정도의 통증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서 너무나 당황스러웠다고. 도대체 1이 어느 정도의 통증이고 10이 어느 정도의 통증인지 모르는데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한편 필자가 아는 한 미국인 친구는 과거 의사가 관장을 하라고 한 것을 간장을 먹으라는 것으로 잘 못 이해하고 며칠간 간장을 챙겨 먹은 적도 있다. 두 상황 모두 그저 웃고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TV 방송에서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공익 캠페인이 진행될 만큼 우리나라도 명실상부한 다문화 국가다. 주변을 둘러보더라도 가족이나 친구들 중에 외국인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므로 이제는 진료를 보는 의사 역시 글로벌 시대에 맞게 외국인 환자와의 소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동안의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환자와의 소통은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진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의사가 환자와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환자의 치료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 모든 의사가 외국어에 능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어권 국가라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겠지만 다양한 국가 사람들에게는 영어만으로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어떤 문화권 외국인과도 소통이 되기 위해서는 외국인 환자를 진료할 때 몇가지 주안점을 진료 지침처럼 기억해두어야 한다.

1. 천천히, 정확한 발음으로, 객관적인 언어로, 가능하면 쉽게

환자에게는 병원에서 진료 받는 상황 자체가 심적인 부담이 된다. 그러므로 의사는 그 모든 환자에게 천천히 설명해야 하지만 특히 언어가 다른 외국인 환자에게는 더욱 천천히 정확한 발음으로 설명해야 한다. 중간 중간 포즈(쉼)을 정확히 주면서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짧게 이야기해주고 의학 용어나 신체 부위는 영어 단어나 국제적으로 쓰이는 표현으로 이야기해주면 효과적이다. 물론 외국인 환자에게는 주관적인 언어나 애매모호한 언어를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글쎄요”라고 말하는 것이 부정의 뜻을 담고 있지만 영어로 직역하면 'NO'보다는 `YES'로 번역하게 된다.

즉 외국인 환자에게는 YES와 NO를 더욱 분명히 이야기해주어야 하며 어떤 한계를 규정짓거나 주의를 줄 때 역시 돌리지 말고 직접적으로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대신 표정이나 눈빛을 따뜻하게 하고 배려있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환자에게는 나쁜 의사로 인식되지 않는다. 특별히 만국 공통어인 숫자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은 외국인 환자 진료 시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환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명확한 단어로 짚어주면서 이야기하자. 단, 앞서 소개한 사례에서처럼 “1부터 10까지 통증 중 어느 정도의 통증입니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경우에는 각 숫자가 어느 정도의 통증을 나타내는지 외국인 환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언급해 주는 것이 좋다.

2. 그래프와 사진 등을 적극 활용하라.

그래프나 사진, 도표, 모형, 교육용 영상물 등은 언어가 다른 외국인 환자의 이해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모든 환자에게 이러한 시각 자료들은 도움이 되겠지만 특히 언어가 다른 외국인 환자에게는 언어가 다른 의사의 30분 설명보다 5분짜리 영상물을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장기관이나 혈관, 뇌, 치아 모형 등도 환자에게 설명할 때 적절히 이용하여 직접 모형의 부위를 보여주며 설명하면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그러므로 외국인 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에서는 환자의 병명이나 증상에 따라 도움이 될 수 있는 시각 자료들을 찾아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단, 여기서 역시 주의할 점은 그러한 영상이나 사진이 누가 봐도 편견이나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의 충분한 설명이 함께 지원되지 않는다면 영상이나 사진이 보는 사람의 가치관이나 경험, 지식수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주관적 언어는 사용 금지 `Yes'와 `NO'로 분명하게 의사전달을
병명·주의사항 등 메모해주면 진료 후 환자가 이해하는데 도움
대기시간에 미리 문화·생활습관 등 사전파악 라포 형성에 활용



3. 팸플릿이나 메모를 활용하라.

특별히 필자가 외국인 환자 진료 시에 의사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팸플릿이나 메모를 적극 활용하라는 것이다. 환자의 증상과 관련된 교육용 팸플릿(제약회사에서 약품 홍보용으로 나눠준 팸플릿이라도)을 보면서 환자에게 설명하고 거기에 환자의 상태나 위치, 증상 등을 직접 펜으로 표시해주는 것이다. 또 환자의 병명과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 주의사항 등은 팸플릿이나 메모지에 메모해 준다면 환자는 설령 의사의 설명을 정확하게 못 알아들었을지라도 추후에 사전을 찾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정확한 뜻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환자의 질병이나 증상에 따라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유용한 정보 사이트를 알려주거나 관련 책을 소개해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4. 통역을 이용하거나 외국어 능력을 키워라.

지역상 외국인이 많이 찾는 병원이라면 병원에 아예 외국인 환자 전담 의사를 두거나 통역관을 두는 것도 방법이 된다. 우리 병원에 많이 오는 외국인과 소통할 수 있는 통역관을 두는 것은 정확한 진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통역관을 두는 것이 여의치 않다면 의사 본인이 진료에 필요한 기본 영어회화 능력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영어권이 아닌 사람일지라도 기본적인 영어 표현은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의사들은 자기 전공분야와 주로 보는 증상이 있는 만큼 진료에서 사용되는 영어가 일반 비즈니스 영어보다 특별하고 제한적이다.

글로벌 시대에 자신의 전공과 그에 해당되는 환자들과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실력을 구비하는 것은 경쟁력이 된다.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보다 제스처가 크고 표정이나 몸짓으로 감정 표현을 잘하기에 의사 역시도 표정이나 눈빛, 제스처 등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환자의 이해를 높이고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5.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라.

같은 노랑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 환자일지라도 어느 문화권에서 온 사람이냐에 따라 가치관이 전혀 다를 수 있다. 특히 수혈이나 장기 이식, 음식 섭취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외국인 환자를 진료할 때는 치료 방법이나 식이요법, 생활습관의 변화 등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 환자가 어느 문화권에서 왔고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병력은 없는지, 가족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등 기본 사항들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이슬람권 국가에서 왔어도 지역에 따라 금하는 음식이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외국인 환자에게는 대기 시간에 진료에 참고할 수 있는 간단한 양식을 작성하도록 해서 진료 시 적절히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특히 외국인 환자를 대할 때는 무엇보다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금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나 말을 할지라도 문화가 다른 만큼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Yes-But' 기법을 활용하여 “문화가 다른 만큼 환자 분이 거부하시는 이유는 이해가 됩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생활해 오셨다니 바꾸시기 힘드실 겁니다. 그러나 지금 가장 급한 것은 환자 분의 건강을 지키는 일입니다”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환자의 마음을 읽어주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국적이나 문화 등은 전혀 다를지라도 외국인 환자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그 아무리 논리적인 이야기일지라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문화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면 진료나 치료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외국인 환자에게 역시 진료 초반에 확실한 라포를 형성해야만 효과적인 치료로 이끌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적극적으로 경청해주고 아픈 마음을 헤아려주면서 라포를 형성하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만국 공통어다.

이번 한 주는 외국인 환자는 물론 모든 환자에게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길 바란다.

이혜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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