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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은 새로운 차종에 대해 <상>
사고 싶은 새로운 차종에 대해 <상>
  • 의사신문
  • 승인 2012.02.2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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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출력 보다 `해상력 높은 10W 앰프'가 현실적

작년은 필자에게 다사다난한 해였다. 온갖 일들이 발생했다.

아주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작은 일들이 마구 엉키고 흐트러지고 꼬인 해였다. 아직도 남은 일들을 해결하고 있으니 골치 아픈 해는 분명했다.

자동차는 고사하고 오디오를 들을 시간도 없었던 이상한 한해였다. 자금난에 시달린 것 같은데 회계사는 매출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좋아하던 책도 몇 권 제대로 읽지도 못했고 앰프는 100개 정도 생산해 보려 했으나 실제로는 프로토타입 하나도 더 만들어 보지도 못했다. 프로토타입은 올해 완전히 새로운 토폴로지로 만들었다. 프로토타입은 하나가 추가되었다. 쓰려고 했던 책은 구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무튼 이상한 한해였다.

차는 별로 몰아보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서 글렌굴드가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 같은 것을 듣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이럴 때는 좋은 앰프가 필요했다. 좋은 앰프는 물론 좋은 소리를 내주는 앰프다.

좋은 앰프의 정의에 대해 필자처럼 오랜 세월 장난감들을 만진 사람에게는 일종의 중요한 기준이 있다. 그것은 앰프의 주관적인 즐거움이다. 듣는 즐거움인 것이다.

좋은 앰프라는 것은 측정기에서 몇 %의 왜율이 나온다던가 주파수 특성이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게 된다. 가격도 브랜드도 아니다(싸구려 앰프중에도 좋은 앰프가 있다). 차라리 앰프를 처음 테스트한 날 그 소리에 빠져 하루 밤을 꼬박 들었다고 한다면 상당히 좋은 앰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앰프들은 몇 종류만 기억에 남는다.

좋은 앰프를 찾았다 해도 듣기가 복잡하면 문제가 된다. 예전의 캐리라는 진공관 오디오를 들을 때에는 예열 시간이 필요했고 패스의 알레프도 상당한 예열시간이 필요했다. 너무 간단한 앰프들은 소리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어떤 앰프는 너무 부피가 컸다. 간단하며 소리가 상당히 좋은 오디오는 몇 종류가 되지 않았다.

첫 번째 테스트인 하루 밤 동안 듣기 테스트가 끝나면 긴 세월 동안 비슷한 성향의 몇가지 앰프들과의 경쟁이 남아있다. 물론 이들은 모두 좋은 앰프에 속한다.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그중에 하나를 열심히 듣게 된다.

가끔은 차에 대해서도 이런 기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관적인 즐거움이 제일 중요하다. 사람들이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차라는 것이 몇 년이 지나면 갈아 주어야하는 타고 다니는 무엇이 되었고 오래된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비싼 취미라는 것을 일부 사람들은 알기 시작한 것 같다(차를 바꿀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차들은 차를 몰 때 주관적인 즐거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주관적인 즐거움이라는 단어가 키워드이며 차의 존재이유다. 예전에는 명차라는 딱지가 붙은 차들이 있었고 가격이 비싸지 않더라도 분명 특별한 차들이었다.

오디오를 생각해보면 일본에 있는 어떤 오디오숍이 생각난다. 계측기로 가득찬 방에서 일본의 장인은 자기가 오디오를 고쳐주기는 하겠지만 시간과 돈이 많이 들며 고쳐지는 시간은 때로 기약이 없을 수도 있다고 홈페이지에 적고 있다.

예전에 뮤지컬 피델리티 A1-X를 고치기 위한 자료를 모으면서 필자는 이 가게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다(http://amp8.com 또는 http://amp8.com/english/index.htm). 주인은 Amp Repair Studio라고 가게를 소개한다.

자기가 좋아하던 앰프를 고치기 위해 가게를 들러 맞기고 수리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긴 했지만 분명히 이 가게는 오랜 세월 영업하고 있다. 그것도 수리한 앰프들의 사진을 차트처럼 올리면서 글을 적어가면서. 잘 듣다가 문제가 생긴 앰프, 회사의 AS라인에서도 빠져버린 앰프 그리고 남들이 고치지 못한 앰프. 이들을 수리하는 장인만큼이나 맡기는 사람들도 신기했다.

수리하는 앰프중에는 그다지 비싸지 않은 앰프들도 꽤 많이 있다. 하지만 주인에게는 중요한 장비다. 집착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장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꼭 그 앰프의 소리를 오래 듣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야 가능한 장사이고 적어도 진정한 마니아들이 기종마다 몇 명은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요즘은 정신이 없는 상황이지만 오디오를 만들고 듣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다. 오디오뿐만 아니라 `만들기'의 주제로 많은 일들을 되돌리고 있다(미국의 makezine처럼 `안윤호의 만들기'라는 책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필자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전자광이었다).

요즘 만드는 오디오들은 거의 10W 정도의 앰프들이다. 10W 정도에서 높은 해상도를 갖는 앰프를 만들고 있다. 해상도를 높이려면 많은 경우 클래스 A라고 하는 높은 바이어스 전류를 흘리는 앰프가 되고 만다.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인 리니어 회로의 세계다. 트랜지스터나 진공관 몇 개의 구성으로 회로구성을 해결한다. 효율은 별로 좋지 않아서 2CH 10W를 만들려면 소비전력 100W가 필요한 식이다. 크렐(Krell)처럼 100W의 클래스 A 출력을 내는 앰프는 취향이 변한 상태에서 마음 편하게 들으려면 10W나 20W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소리의 질을 따지지 않으면 클래스 A 앰프의 토폴로지들은 의미가 없다.(일반적인 앰프들은 클래스 B나 AB라고 부르는 더 적은 바이어스 회로다) 10W가 작은 출력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파트 같으면 밑에 집에서 뛰어 올라올지도 모르는 소리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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