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7:41 (토)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대법 판결을 앞두고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대법 판결을 앞두고
  • 의사신문
  • 승인 2012.02.23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이명진 회장
성모병원 백혈병 환자의 임의비급여에 대한 고법판결이 작년에 있었다. 법원은 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당 성모병원 김 모 교수는 “의사를 그만 둘 수는 있지만 죽어가는 환자를 그냥 둘 수는 없다”면서 “의료전문가들이 급여 인정을 요구했지만 이를 묵살하거나 늦게 결정을 내려 임의비급여 사태를 초래했다”고 강력한 온정적 간섭주의를 표명했다.

반면 심평원의 이 모 위원은 “모든 병원과 의사가 자기 스스로 약을 결정하고 비급여한다면 모든 질서가 깨지고, 건강보험은 유명무실화 될 수 있다”고 피력하며 한정된 보험자원을 지키려는 배분의 정의를 주장했다. 두 입장이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법원의 판결과 함께 이 문제를 의료윤리 네 가지 원칙(자율성 존중 원칙, 악행 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의 기준에 맞추어 생각해 보았다.

먼저 자율성 존중의 원칙의 관점에서 살펴 볼 때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 문제가 대두된다. 성모병원에서 임의비급여를 택했을 때 환자에게 심사기준을 초과하는 약제사용이 환자의 생명에 꼭 필요한 것인지,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를 받은 치료행위였는지 살펴봐야 한다. 또한 환자마다 설명과 함께 동의를 받을 때 각 환자마다 받았는지가 환자의 자율성 보장의 원칙에 핵심이다.

두 번째로 악행금지의 원칙의 관점이다.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을 위해 기준을 초과하는 진료행위를 한 것이 악행인지 아니면 의사로서 심평원의 심사기준을 초과하면 안 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행위를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악행인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았으면 한다.

세 번째로 생각할 관점이 선행의 원칙이다. 의사로서 현행 심사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진료를 할 것이고, 이로 인해 의사를 못하더라도 그냥 둘 수 없다는 결정을 한 김 교수의 발언은 온정적 간섭주의의 표현이라고 본다. 이러한 온정적 간섭주의가 환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질 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살펴보아야 할 관점이 바로 정의의 원칙이다.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정의롭게 배분을 할 수 있는 지가 이 원칙의 초점이다. 심평원의 담당상근위원은 무분별한 임의비급여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심사제도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백혈병과 같이 촌각을 다투는 치료를 요하는 질병의 경우 사전신청제도를 통해 인정받은 후 항암제 투여를 기대하는 것은 의료인의 전문적 직업 수행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온정적 간섭주의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사건 뿐 아니라 무리한 전국민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여 부족한 재정으로 운영하고 있는 현 의료보험제도가 공정한 배분을 담당할 수 있는 제도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또한 사전심사제도 자체가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심사기준으로 해결하기 힘든 질병은 다른 방법으로 치료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정의로운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사례는 의료윤리 네 가지 원칙의 관점에서 분석해 볼 때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이번 판결이 있은 후 환자의 동의에 의한 요양급여기준 초과사항 진료는 가능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정하균 의원 대표 발의로 진행된다는 고무적인 소식이 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윤리적으로 고민해 보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보면 더 정의롭고 안정된 사회를 이루어 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