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환자와 소극적 환자에 대한 접근방식 달라
말 많은 환자와 소극적 환자에 대한 접근방식 달라
  • 의사신문
  • 승인 2012.02.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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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46〉

 ■ 진료 시 힘든 상황 1

다양한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유난히 소통이 힘든 상황들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진료 시 환자가 말이 너무 많거나 말이 너무 없는 경우, 혹은 환자가 감정 조절을 못하고 화를 내는 경우에는 치료 이전에 진료 자체가 의사에게 부담이 된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진료를 위해서는 각 상황에 맞는 소통 방법을 기억해야 한다.

먼저 환자가 말이 많은 경우는 의사가 적절한 선에서 정리를 하며 진료를 진행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환자가 어떤 이야기를 한 경우 적극적으로 맞장구 쳐주면서 신속히 정리하고 다음 질문이나 소재로 넘어가는 것이다.

“네. 네. 그건 됐고요.”식으로 환자 말을 무안하게 자르면서 진료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네. 그래서 많이 아프셨군요. 충분히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구토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식으로 환자의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해주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실제 말이 많은 환자들 중에는 자신의 증상과 상태를 설명하는 가운데 자기도 모르게 설명이 구구절절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의사가 환자 이야기에 무반응하거나 적절한 경청자세(끄덕임이나 아이 컨텍, 추임새, 적절한 언어적 반응)를 보이지 않는다면 환자는 의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설명하게 된다. 그러므로 진료 시작 후 처음으로 던진 개방형 질문(“어디가 불편하십니까?”)에 대한 환자의 답변은 가능하면 끊지 말고 들으며 환자가 기본적으로 말이 많은 환자인지 말이 없는 환자인지 파악한 후에 그에 맞춰 진료를 진행해야 한다.

설명이 장황하고 말이 많은 환자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반응해주고(이들에게는 “네. 그러셨군요.” “네. 좋습니다.”같은 언어적 반응을 신속히 해주는 것이 좋음) 환자의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하거나 공감해주면서 다음 단계로 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 설명이 장황한 환자에게는 너무 주관적인 답변을 요구하는 개방형 질문 보다는 개방형 질문과 폐쇄형 질문을 1:3 혹은 3:5 정도로 던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기 환자가 많아 기본적으로 진료 시간이 짧은 병원에서는 처음에 개방형 질문을 던진 후에 그 질문에 대한 환자의 답변은 조금 길더라도 끊지 말고 들으면서(환자의 지적수준과 특성 파악) 예상되는 병명이나 증상을 2∼3개의 폐쇄형 질문으로 던진 다음 환자에게 1∼2가지 질문을 받아 답변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흔히 말하는 종합병원 3분 진료에 적합한 방법이다.

반면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있는 병원이라면 처음에 개방형 질문(“어디가 불편하십니까?”)으로 시작한 후에 예상되는 병명이나 증상을 2∼3개 정도 폐쇄형 질문으로 묻고 다시 개방형 질문(“다른 증상은 없었나요?”식으로)으로 환자에게 주관적으로 답변을 하도록 한 후에 예상하는 증상에 대해 1∼2가지 질문을 하고 마지막에 “더 궁금하신 점은 없으십니까?”식으로 개방형 질문으로 마무리 하는 것이 좋다. 즉 개방형 질문(“어떻게 오셨습니까?”) - 폐쇄형 질문(복통 외에 두통이나 구토는 없으셨습니까?) - 폐쇄형 질문(부분적으로 콕콕 찌르듯이 아프십니까? 아니면 쥐어짜듯이 전체적으로 아프십니까? - 개방형 질문(혹시 다른 통증은 없으십니까?) - 폐쇄형 질문(일정한 주기로 아프신가요?) - 개방형 질문(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십니까?) 식으로 나눠볼 수 있으며 병원 상황에 따라 혹은 환자 상태에 따라 부분적으로 질문을 늘리면 효과적이다.


반면 말이 없고 진료에 소극적인 환자들을 대할 때는 의사가 일반 환자보다 두 배로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진료 시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을 각오하고 주의 깊게 환자를 관찰하며 환자가 부담을 느끼는 개방형 질문이 아닌 단답형으로라도 쉽게 답할 수 있는 폐쇄형 질문을 던져야 한다. 환자와의 대화에 집중하여 적극적인 경청자세(눈빛, 표정, 제스처 등을 사용)를 보이며 환자의 언어 혹은 비언어적 단서에 반응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어깨와 고개를 환자방향으로 돌리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주시하며 질문의 목적을 적절히 설명해 주는 것은 소극적인 환자가 답변하는데 도움이 된다. 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공감과 경청, 재요약 등의 기법을 사용하면서 환자가 생각하는 것을 의사가 대신 이야기해주는 `반영(反映)'기법을 쓴다면 소통에 효과적이다.


말 많은 환자, 적극적으로 맞장구 쳐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소극적 환자, 표정·눈빛 주시하며 폐쇄형 질문·반영기법 효과적
화난 환자에겐 공손하게 대하되 의사의 의견은 분명하게 전해야


특히 환자가 침묵하는 것은 환자의 내성적인 성격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환자는 순간 의사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하는 중일 수도 있다. 또 의사의 실수나 무관심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아 침묵을 지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환자의 표정이나 눈빛 등 비언어들을 관찰하면서 환자가 왜 침묵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때로는 침묵이 계속되는 것이 외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질환의 증세나 증후인 경우도 있으니 환자가 설령 말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환자의 마음을 표현하는 표정과 눈빛 등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이렇듯 진료 시 환자가 말이 너무 많거나 없는 경우와 함께 진료가 힘든 대표적인 상황 중의 하나가 바로 진료 시 환자가 화를 내는 경우일 것이다. 순간적으로 욱하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거나 치료에 대한 의사와의 의견 대립, 갑작스럽게 선고받은 심각한 병명을 받아 들일 수 없어 화를 내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화를 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화가 난 환자와 직면하게 될 때는 폭력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에게 똑같이 맞대응 한다거나 환자를 상식 이하의 사람으로 취급한다면 환자는 더욱 분해하며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폭력을 사용할지 모른다. 화를 내는 환자,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환자와 소통을 원한다면 의사는 더욱 점잖게 행동해야 한다. 감정이 격해질수록 말 한마디라도 각별히 조심하고 염려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하자. 화를 내는 환자에게는 깍듯이 존대어를 쓰며 더욱 공손히 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그렇다고 화를 내는 환자에게 무조건 잘해주고 환자의 요구를 수용해주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안 되는 것이나 의사의 의견이 있다면 분명하게 이야기하되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공손함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종종 의사들 중에는 화가 난 환자가 요구하는 것을 결과적으로는 들어주면서도 그 태도에 있어서는 환자를 무시하는 느낌을 담고 있어 오히려 환자의 화를 돋우는 경우도 있다. 그거야 말로 가장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이다. 강조하지만 메시지 자체의 의미는 환자의 의견을 들어줄 수 없을지라도 그것을 전하는 태도와 말씨는 공손해야 한다.

일단 의사의 태도가 공손하고 말씨가 부드러우면 환자 역시 그런 의사에게는 계속해서 화를 내기 힘들다. 아울러 환자가 화를 내는 것은 당장 기분이 나빠서 분풀이로 화를 내는 것일 수도 있고 의사에게 어떤 요구하는 바가 있어서 화를 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환자가 기분 나쁜 점이 무엇인지 왜 화를 내는지 정확히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암 말기 진단 같이 환자 입장에서 인정하기 싫은 심각한 병명을 진단받고 화를 낸다면 그것은 의사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의 속상하고 절망적인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고 분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런 환자에게는 마음을 공감해주고 가능하면 화를 받아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의사에게 `∼ 해주세요!'라고 직접 얘기는 못하고 무작정 화를 내면서 의사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서 읽고 행동을 취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있다. 또 의사와의 의견대립으로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화를 폭발시키는 환자가 있다면 그런 환자는 좀 더 단호하게 행동하여 의사를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 때는 환자를 무시하는 태도가 아닌 예의바르되 위엄 있는 의료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실제 필자가 의사들 교육을 위해 여러 병원들의 진료 현장을 모니터 해보면 환자가 화를 내는 많은 경우는 의료 과실보다는 의사의 사소한 태도나 말 때문이었다. 즉 의사가 바쁜 진료로 간과했던 부분(태도나 말)에 대해 섭섭함을 느끼고 화를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자가 화를 낸다면 일단 그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잘못한 일(미안한 일)이 없다고 생각되더라도 섭섭한 마음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평소부터 의사-환자 관계에서 라포가 잘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라포가 잘 형성된 환자는 의사에게 섭섭한 게 있더라도 여간해서는 화를 내지 않는다.

또한 화가 난 환자를 대할 때는 `해와 바람' 이야기를 떠올려야 한다. 결국 나그네의 옷을 벗게 한 것은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아닌 따스하고 포근한 태양이었다는 것을. 화를 내는 환자 역시 의사가 따스함으로 감싸 안을 때만변화된다. 이번 한 주는 매섭고 강한 바람이 아닌 좀 더 포근하고 따스한 태양 같은 의사가 되면 좋을 것 같다.

이혜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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