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면허관리 시스템 불안하다
대한민국 면허관리 시스템 불안하다
  • 의사신문
  • 승인 2012.02.06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이명진 회장
전문직업성 향상을 위한 자율면허관리원 설립을 제안한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해주는 것이 바로 의사면허다. 면허를 통해 환자의 몸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자격을 부여받는 것이다. 환자의 신체를 다루기에 의사면허는 다른 어느 면허보다도 높은 직업윤리가 필요하다.

만약 전문가로서의 마땅히 해야 할 의무나 윤리에 위배되는 행위를 했을 때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는 무거운 징계를 통해 직업윤리를 유지하고 있다. 높은 전문 직업성(직업윤리, 전문지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정활동(self- regulation)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타율에 의한 면허관리로 의사의 전문 직업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은 두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경북대 환아 사망사건으로 대학병원 교수 2명이 면허정지를 받은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2011년 12월 30일 통과된 일명 도가니법(정조대법) 사건이다. 전문가 단체 스스로 해결하도록 맡기지 않고 법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시도에 자괴감마저 든다.

먼저 전문가단체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전문가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정활동을 다하지 못 했기 때문에 발생된 현상이다.

하지만 전문가 단체가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을 법으로 다스리겠다는 발상도 합리적이지는 않다. 우리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합리적인 해결방향을 찾기 위해 문제점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먼저 의사단체 내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일부 극소수의 진료실내 성범죄 동료와 비윤리적 동료들을 강력하게 징계하고 격리시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왜 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못 하는 것인가? 문제는 썩은 부위를 도려낼 칼(권한)과 결연한 자정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의사협회 정관과 윤리위원회 규정으로는 썩은 동료들을 조사하고 징계할 행정력(공권력)이 없다. 윤리위원회 위원들이 의사만으로 구성되어 있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임기도 집행부와 같아 독립적이지 못한 구조이다. 구성원들도 전문성과 자정의지가 결여 되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외부로부터 왜 비리 동료들을 징계하지 않느냐고 공격을 받을 때마다 자율 징계할 칼(권한)도 없으면서 강력 징계하겠다는 말만 해왔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매번 공수표만 날리고 있었다. 이런 사정도 모르는 외부에서는 의사협회가 제 식구 감싸기만 한다고 비난하며 모든 것을 법으로 다스리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의사협회의 부끄러운 현 주소다.

2011년 개정된 의료법에 각 중앙단체의 징계요청이 있을 때 1년 이하의 면허정지를 할 수 있게 해 놓았지만 이 정도의 법으로는 자율징계를 이루어 갈 수 없다.

생색만 낼 뿐이지 실효성이 없는 법개정이다. 의사단체가 스스로 자율정화하려는 의지가 더 강력했어야 했다. 조금 더 일찍 준비하고 깨어 있었더라면 지금처럼 타율에 의해 면허관리를 당하는 수모를 격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우리 모두 통렬한 반성과 개혁이 요구된다.

다음으로는 경북대 사건과 일명 도가니법 (정조대법)사건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숄루션을 찾아보자. 경북대 환아 사망사건의 경우 처음에는 응급실 담당 전공의와 인턴을 징계한다고 하더니 교수로 징계 대상이 바뀌어 버렸다.

한마디로 갈팡질팡이다. 조사과정에서 객관적인 관점으로 사실(fact)를 수집하고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징계 절차 중에서 빠뜨려서는 안 되는 과정이 청문(hearing) 절차다.

해당 당사자가 자신의 상황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는 청문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징계처분이 내려진 두 교수가 징계를 받아들였다고 하나 청문 절차 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또한 조사 분석과정에서 전문가(해당과 전문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의료윤리전문가, 법률전문가)들의 참여가 없었던 것 같다. 빠져서는 안 될 필수적인 징계 집행 과정들이 모두 생략된 징계가 이루어졌다. 한 마디로 어설프고 불안한 면허관리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로 의사의 전문직업성에 위협이 된 사건이 바로 민주당 최영희 의원 발의로 개정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다. 진료실에서 발생 된 성범죄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성문제와 관련하여 벌금형을 받게 되면 10년간 면허가 정지되는 법안이다. 이제 의사들은 전철을 타고 다니기도 두렵다. 젊은 시절 함부로 연애를 해도 안 된다.

혹 상대방이 나를 지적하며 자신을 성추행하려했다고 누명을 씌우게 되면 의사들은 꼼짝없이 의사 직을 그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의료인들이 나도 억울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과 공포감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공포조성법이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아픈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의사로서 심한 모멸감과 치욕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의사 전체가 성도덕 불감증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법제정의 원래 목적인 환자나 선량한 의사를 보호하는 내용을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처음부터 법의 설계가 잘 못된 것이다.

법은 국민을 보호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환자나 의사가 다 같이 보호 받을 수 있는 법이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고 수긍할 수 있어야만 한다. 실효성 있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시류에 영합하여 한건주의식으로 법을 만들어서 사회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면허가 볼모가 되어 국민들의 진료권이 위축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의사면허가 떨어졌다 붙었다하는 대한민국 면허관리 시스템이 너무나 불안하다.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진국들도 이런 문제들로 많은 고민을 했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고민과 노력들을 살펴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법으로 이루어지고 면허에 관한 사안은 철저하게 면허관리기구를 통해 자율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정하고 신중하게 면허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면허국(Board of state)이나 영국의 GMC(General Medical Council)같은 곳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들 기구는 정부 관리와 법률가, 성직자들로 1/3을 구성하고, 나머지는 의사(해당 과목 전문가, 의료윤리전문가, 개원의)로 구성되어 공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건의 조사와 청문 등을 투명하게 실시하여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의회에서 행정력을 위임받아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징계가 결정되면 강력한 징계조치가 이뤄진다. 이러한 기구의 결정에 반발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매우 공정하고 신중하게 징계절차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과 정착이 요구된다. 공정하고 안정된 의사면허 관리는 의사나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의료인들이 스스로 자율규제 할 수 있도록 면허관리기관(가칭 전문직업성 향상을 위한 자율면허관리원)을 설립하여 자율징계권한을 위임하는 법적조치가 필요하다.

의료인들은 이에 부응하여 10만의사들에게 윤리교육을 조속히 실시해야한다.

진료 중에 발생하는 성범죄를 가장 확실하게 방지하는 제도인 샤프롱제도(진료 시 보호자 혹은 다른 간호 인력을 항상 동반하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진료를 위해 “환자를 위한 진찰실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

진료실에서 환자의 프라이버시가 손상될만한 상황을 세세히 분석하여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사회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고, 진료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자율적인 제도로 정착될 것이다.

더 이상 불안한 면허관리시스템으로 의사의 전문직업성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환자와 선량한 의료인을 보호하고, 안심하고 진료하고 진료받는 안정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각 의료인중앙단체의 긴밀한 협조와 반성을 통해 안정적인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