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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야상곡〉 작품 541, 제3번 Ab 장조 '사랑의 꿈'
리스트 〈야상곡〉 작품 541, 제3번 Ab 장조 '사랑의 꿈'
  • 의사신문
  • 승인 2012.02.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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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롭고 정열적인 선율로 사랑을 노래

30대의 리스트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인기는 절정에 있었다. 수려하고 귀품있는 용모와 함께 뛰어난 음악성과 음악적 기교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어 유럽 음악계를 평정하였다. 그가 나타난 연주회에는 항상 많은 여인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가 닦은 손수건을 얻기 위해 여자들이 서로 격렬하게 다투었고, 그가 피운 시거의 꽁초를 가슴에 품고 다닐 정도였다. 이런 리스트에게 `사랑이라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스스로 자문한 그는 어느 날 몇 편의 시를 접하면서 3곡의 가곡인 〈숭고한 사랑〉, 〈나는 죽었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를 작곡하게 된다.

세 곡 모두가 소프라노나 테너가수를 위해서 작곡된 것이기 때문에 그 선율이 지극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워서 피아노로 편곡된 후에도 리스트의 피아니즘을 표현하는 지순한 아름다움에 빛을 더하게 된 것이다.

요즘처럼 관현악단들이나 성악가들이 나라를 옮기며 연주 여행을 할 수 없었던 당시, 피아노 편곡의 귀재인 리스트는 유명한 관현악곡이나 가곡들을 피아노로 편곡하여 유럽 전역에서 그 음악을 전파하기도 하였다.

이 가곡들을 리스트는 피아노 소품의 장르인 야상곡으로 편곡하여, 1850년 〈3곡의 야상곡(Nocturne)〉이라는 타이틀로 출판한다. 이들 중에서 세 번째 곡인 Ab장조는 〈사랑의 꿈〉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리스트의 가장 아름다운 야상곡으로 알려져 있는 〈사랑의 꿈〉은 독일 낭만파의 혁명 시인 프레일리하르트의 시 `오!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다면'에 곡을 붙여 1847년에 만든 가곡이다. 이 곡은 비교적 빠른 템포로 연주되고 있으며, 첫 머리에 등장하는 감미로운 선율이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쇼팽의 야상곡과도 매우 흡사한 분위기로 리스트는 쇼팽을 패러디하였다.

〈사랑의 꿈〉은 테너의 중후한 음성으로 막이 열린다. 피아노삼중주로 이 곡을 편곡한다면 첼로의 선율로도 옮길 수 있는 부분이다. 테너와 피아노, 혹은 첼로와 피아노가 이끌어간 선율은 유려한 피아노 패시지를 거쳐 곧장 소프라노의 멜로디로 이어진다. 소프라노, 혹은 삼중주의 바이올린 주제는 점점 더 긴장되고 고조되어 피아노의 격정적인 옥타브로 이어지게 되는데 잔잔하고 묵직하게 시작된 사랑이 정열에 불타오르는 것을 연상시킨다. 격정으로 휘몰아치는 그러한 사랑을 매듭짓는, 막을 내리는 마지막 부분 역시 열정은 사라졌어도 남아있는 사랑의 잔상으로 무척 아름다운 곡이다.

△제1번 시인 울란트의 숭고한 사랑(Hohe Liebe)은 성스럽고 종교적인 사랑 즉 순교자는 속세의 사랑과 관계를 끊음으로서 `천국의 문이 열렸다'는 그런 사랑이다. 음악은 시가 갖는 바그너의 트리스탄 풍의 도취가 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제2번 에로스적인 사랑을 표현한 것으로서 `나는 죽었다(Gestorben war ich)'는 죽음이 은유되어 있다. 울란트의 시 `귀여운 죽음(la petite mort)'을 가리킨다. “나는 애인의 축복을 받으며 죽었노라/ 나는 그녀의 팔에 안겨 묻혔노라/ 나는 그녀의 키스로 깨어났노라/ 나는 그녀의 눈에서 천국을 보았노라” 사랑의 기쁨과 가장 행복한 죽음을 노래한 시에 의한 음악으로 가끔 격렬해졌다가 조용하게 끝을 맺는다.

△제3번 보편적인 사랑을 노래한 것으로 `무조건적인 성숙한 사랑'이다. 시 `오!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다면'의 일부분인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O lieb, so lang du lieben kannst!) 무덤 앞에 서서 슬퍼할 날이 닥쳐올 것이다”에 곡을 붙였다. 음악은 서주에 흐르는 달콤한 선율이 가을 밤하늘 은하수처럼 전곡을 누비며 내내 가슴을 쓰다듬다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 조지 볼레[Decca, 1979]; 백건우(피아노)[Virgin, 1992]; 에프게니 키신(피아노)[BBC, 1999];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RCA, 1955]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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