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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치료에 잘 따르도록 다양한 설득기법 이용을
환자가 치료에 잘 따르도록 다양한 설득기법 이용을
  • 의사신문
  • 승인 2012.02.0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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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실천 프로젝트 - `진료 잘 하는 의사 되기' 〈45〉

■진료 시 유용한 설득 커뮤니케이션

환자가 치료에 잘 따를 수 있도록 적절히 동기부여를 하며 효과적으로 이끄는 것도 의사에게 필요한 역량이다. 환자 진료 시 유용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기억한다면 환자의 내재적 동기를 높여 좀 더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가장 먼저 환자의 내재적 동기를 높이는 설득 방법으로 `소셜 레이블링 테크닉'(social labeling)이 있다.

이것은 `사람은 사회적으로 평가 받은 데로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는 사회학적 심리를 이용한 설득 테크닉이다.

일례로 의사가 환자에게 치료를 열심히 받는다고 지속적으로 그 성실함을 칭찬하면 환자는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더욱 치료에 열심히 임한다는 것이다. 즉 소셜 레이브링 테크닉은 의사가 원하는 역할을 환자에게 부여하여 환자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주 클레임을 걸거나 사소한 트집을 잡는 까다로운 환자, 얄미운 환자에게도 오히려 좋은 환자라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며 이 테크닉을 이용하면 의외로 환자가 좋은 모습으로 변모하는 경우도 많다.

아울러 환자가 소극적이고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는 스타일이라면 치료를 진행할 때도 조금씩 순차적으로 요구를 높여 승낙을 얻어내는 풋 인 더 도어(foot in the door)테크닉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것은 작은 요청이나 쉬운 조건을 먼저 제시하여 그것이 관철되면 점차 요청이나 조건을 높이는 설득기법이다. 쉽게 말해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식의 조심스러운 설득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소심하고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환자에게 매우 적합하다. 약복용이나 치료(수술) 혹은 생활습관의 변화에 대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소극적인 환자일지라도 부담이 되지 않는 쉬운 조건을 제시한다면 받아들일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은 요청을 제시하여 승낙을 받고 환자와 상호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점차 요청을 높이면서 더욱 큰 요청을 제시하여 결국 승낙을 받아내는 것이 바로 풋 인 더 도어 테크닉이다. 일례로 다이어트가 필요한 환자에게 밥을 한 숟가락씩 남기는 비교적 쉬운 제한부터 시작하며 점차 전체 칼로리 조절이나 오후 6시 이후 금식, 주 3회 운동 등 점차 높은 수준으로 이끌 수 있다. 즉, 이 테크닉은 일단 치료나 생활 습관의 변화를 시작하도록 거기에 발을 들이게 하는 설득 방법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쉬운 요청에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치료를 시작(결정)하게 되면 그것을 해내는 과정에서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어 점차 높은 수준의 요청에도 (처음부터 어려운 요청을 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잘 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면 환자가 거침없고 적극적인 스타일이거나 치료의지가 높은 경우라면 처음부터 매우 높은 수준의 요청을 제시한 다음 점차 그 보다 작은 요청을 해서 결국 승낙을 얻어내는 도어 인 더 페이스(door in the face) 테크닉을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 테크닉은 풋 인 더 도어 테크닉과 정반대로 진행된다. 작은 요청부터 큰 요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요청으로 시작하여 작은 요청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일례로 비만 환자에게 처음부터 간식을 전혀 먹지 못하게 하다거나 6시 이후 물 이외에는 금식 같은 다소 부담스러운 요청을 제시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요청에 환자는 부담을 느끼거나 어려워 할 확률이 크다. 그러면 요청의 수준을 처음보다 낮춰서 다시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식은 먹되 저지방 우유나 토마토 등 저칼로리 간식으로 바꾸게 하고 6시 이후 금식이 힘들면 식사는 6시 이전에 하되 저칼로리 간식은 6시 이후에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처음 받았던 요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져서 받아들일 확률이 훨씬 커진다. 그러나 이 테크닉은 처음부터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청을 하기 때문에 치료 의지가 전혀 없거나 소심한 스타일의 환자라면 적절치 않다. 또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환자의 특성을 잘 모르는 초진 환자에게는 조심스러우니 주의하자.

다음으로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리스트를 제공하여 더욱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바로 리스트 테크닉이다. 일반적으로 유명인이 많이 다니는 병원에 환자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이러한 리스트 테크닉이 발휘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인이나 존경 받는 오피니언 리더, 나와 동병상련 처지의 환자 리스트는 환자들에게 더욱 설득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환자들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리스트는 바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자신이다. 곧 의사가 환자에게 약이나 치료를 권하며 “저도 작년부터 이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이 수술을 받으셨습니다”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환자에게 가장 큰 신뢰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셜레이블링, 칭찬·격려로 환자의 내재적 동기 높이는데 적절
경각심 주기 위한 `공포소구 테크닉' 수위 조절 못하면 역효과
어려운 치료에 직면한 환자에겐 `성공담'이 용기와 희망 북돋아


결국 환자가 의사 말에 잘 따르도록 의사는 각 상황에 맞춰 환자를 설득해야만 한다. 이럴 때 상황에 따라 장소를 적절히 바꿔 이야기하면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소교체 테크닉이다. 실제 병실에 누워서는 치료를 거부하던 환자가 진료실이나 수술실에서는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고 치료를 받겠다고 이야기 하거나 밀폐된 진료실이나 가족들이 지켜보는 병실에서는 마음의 문을 닫고 의사의 질문에 대답도 잘 하지 않던 환자가 진료실이 아닌 병원 정원 벤치에서는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그 예다. 특히 환자 중에는 경제적인 이유나 가장의 권위를 이유로 가족들 앞에서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많은 만큼 가능하면 적절히 장소를 선택하여 환자가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때로 치료가 시급하거나 당장 식이요법을 시작해야 하는 환자임에도 치료 의지가 약하거나 그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공포감이나 긴장감을 조성하여 설득력을 높이는 것이 `공포소구 테크닉'이다. 흔히 의사들이 말 안 듣는 환자에게 겁을 주는 것이 그 예다. 일례로 당뇨환자가 식이요법을 지키지 않고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는다면 당뇨 합병증이 얼마나 무서운지 이야기하여 경각심을 심어준다거나 담배를 끊지 못하고 줄담배를 피우는 환자에게 담배로 인해 각종 암으로 죽을 수 있다고 공포감을 조성하여 금연을 유도할 수 있다. 물론 너무 과장을 하거나 거짓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의사의 치료에 따르지 않아 건강이 악화될 수 있는 환자 혹은 당장 죽을병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칫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있는 만성질환자들에게는 때때로 공포소구 테크닉을 이용하여 환자가 긴장감을 갖고 치료에 임하도록 사용하면 유용하다. 단, 너무 강한 위협은 겁쟁이 환자에게는 오히려 공포심만 조성하여 처음부터 치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으니 환자 성향을 고려해 수위조절을 해야 한다.

특별히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에게 지속적인 동기를 부여하여 치료에 열심히 따를 수 있도록 잘 이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성향이나 관심사에 맞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동기화 기법'이다. 일례로 고도 비만 치료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위 절제수술을 받는 환자는 분명 비만으로 인한 각종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수술 후 달라진 날씬한 모습에 대한 동기가 부여되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 때 환자가 과연 수술 후 건강하게 살고 싶은 것과 날씬한 몸이 되고 싶은 것 중 어디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에 따라 좀 더 강한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다. 모든 수술이 그렇지만 성형수술이나 피부시술, 기타 만성질환자들에게는 그들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적절한 동기를 부여해 줄 때 치료는 물론 치료 결과에도 만족을 줄 수 있다.

끝으로 다른 환자들의 성공담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환자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동기 부여)이 바로 `성공담 테크닉'이다. 흔히 어려운 치료에 성공한 환자들의 이야기는 그 치료에 임하려는 환자들에게 치료에 대한 의지를 갖게 하며 용기를 북돋아주는 영양제가 된다. 특히 잘 들어보지 못한 특이 병에 걸린 환자, 어느 날 갑자기 불이의 사고를 당해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지 못하는 환자, 말기에 암을 발견하여 낙심하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그런 상황에서도 병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비슷한 환우들의 이야기가 매우 큰 희망을 줄 수 있다. 억울한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을 자신과 비슷한 증상에 걸린 다른 환자의 성공담을 통해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번 한 주는 진료 시 환자들의 내재적 동기를 높일 수 있는 `소셜 레이블링 테크닉'을 적극 사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혜범(커뮤니케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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