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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뤼케르트 시에 의한 5곡의 가곡〉
구스타프 말러〈뤼케르트 시에 의한 5곡의 가곡〉
  • 의사신문
  • 승인 2012.01.1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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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비애, 관현악의 맑은 색채로 표현

말러는 1901년부터 뤼케르트의 여러 시에 곡을 붙여 가곡으로 만들었다. 말러가 작곡한 가곡들 중 1905년 빈에서 제1곡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하다면'을 제외한 4곡이 말러의 지휘로 초연된 후 미발표상태로 있다가 말러 사후에 〈최근작의 7개의 노래〉로 발표된 후 그중 `죽은 곳', `소년 북치기'를 빼고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곡의 가곡〉으로 출판되었다. 이 곡들은 1901년 여름에서 1902년에 작곡된 것으로 곡의 내용이 서로 관련이 없어 다른 연가곡처럼 순서가 정해지지 않아 자유롭게 불린다.

말러는 〈대지의 노래〉를 포함하여 10개의 교향곡을 썼으나 본질적으로 가곡 작곡가의 특성이 강했고, 교향곡은 모두 가곡과 지휘의 체험에서 얻어진 것이다. 피아노반주보다 관현악반주로 된 가곡을 써서 가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의 음악세계는 니체나 쇼펜하우어에 경도하여 절망감과 염세관을 강하게 나타낸다. 때로는 초연한 탐미를 보이면서, 종교적이라 할 만큼 고독감을 표현하였다. 대부분 대편성의 관현악을 사용하여 맑은 색채를 그리고 있으며 세기말 정서 속에서 낭만파적인 교향곡의 마지막 작곡가이다.

△제1곡 아름다움 때문에 사랑한다면 물질적인 면이나 외모적인 면에 이끌리는 사랑보다는 사랑을 위한 순수한 사랑을 하고자 갈망하는 노래로서 교향곡 제5번 아다지에토와 더불어 그의 부인 알마를 위해 쓴 곡이다. 이 가곡집에서 말러가 유일하게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곡을 하지 않은 곡으로서 맥스 푸트맨이 말러의 피아노 반주를 관현악으로 편곡하였다.

△제2곡 내 노래를 엿듣지 말아요 말러 자신은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 다른 사람이 작품을 보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이 곡의 가사도 지금 작곡 중인 노래를 남에게 보이는 것이 싫다는 내용으로 이 시는 자신이 쓴 것 같이 자기 심정을 잘 표현 해주고 있다.

△제3곡 한밤중 어둠 속의 비애감을 잘 표현한 곡으로 번뇌와 고통 속에서 스스로의 무력함을 절감하고 절망과 실의 속에서 하나님을 통해 기쁨과 환희를 맛보게 되고 절대자를 찬미하는 감동적인 클라이맥스를 들려준다. 관현악 연주의 후반부에 피아노가 합류하는 유일한 곡으로 전반적으로 현악기가 사용되지 않고 관악기는 다른 곡에 비해 규모가 크다. 1920년 알마 말러는 이 곡을 아놀드 쇤베르크에게 헌정했다.

△제4곡 나는 보리수의 향기를 맡네 보리수 나뭇가지에서 풍기는 향기에 애인을 사모하는 마음을 노래한다. 하프와 클라리넷의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연주로 한가로운 오후 보리수나무의 향기에 애인을 생각하는 여인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제5곡 나는 이 세상에서 잊혀지고 이 가곡은 이 세상에서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시인의 고독과 말러 자신의 심상이 잉글리시호른의 깊은 향수와 정감에 찬 선율에 뒷받침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번잡한 세상에서 멀리 떠나 자신만이 마음의 평화 속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 깊게 새겨져 있으면서 꿈꾸듯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 노래는 그 깊이와 품격으로 말러 가곡 가운데 최고의 걸작이다. 이 가곡은 교향곡 제5번 제4악장과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의 제2곡 `이제야 알겠네, 왜 그리도 어둡게 타고 있었는가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향곡 제5번 제4악장 Adagietto에서 그의 부인 알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면서 이 가곡의 선율을 인용하고 있다. 이 곡은 이 세상을 떠난 고독한 영혼의 독백처럼 쓸쓸하고 영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 표현의 절정을 이루는 이 악장 종결부의 정열적인 클라이맥스에서 이 가곡의 `나의 사랑과 나의 노래 속에'의 선율이 첼로와 베이스의 저음으로 등장한다.

■ 들을만한 음반: 디트리히 피셔-티스카우(바리톤), 빌헬름 후르트벵글러(지휘), 필하모니아[EMI, 1955]; 크리스타 루드비히(메조소프라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74]; 캐서린 페라이어(알토), 브루노 발터(지휘), 빈 필[Decca, 1952]; 토마스 햄슨(바리톤),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DG, 1990]; 쟈넷 베이커(메조 소프라노), 존 바리롤리(지휘), 런던심포니[EMI, 1969]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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