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의학교육에 접목한 의사 시인 - 마종기 
인문학을 의학교육에 접목한 의사 시인 - 마종기 
  • 의사신문
  • 승인 2012.01.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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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시인으로 의학계에 인문학적 소양 함양 제고

마종기(馬鍾基)
서양 의학이 이 땅에 도래한 이래 새로운 기운과 시선으로 우리나라 의학교육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의사 시인 마종기(馬鍾基)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의학과 의술은 과학의 범주 안에 존재하지만 그것을 토대로 한 의사의 의료 행위는 인문학, 심지어 예술적 정서가 함께 어우러진 복합 영역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의학계에 인문학적 소양의 함양과 예술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정진하였다.

마종기는 1960년 연세의대 1학년 때 `현대문학'지를 통해 문단에 등단하였고 2학년 때는 첫 시집 `조용한 개선'을 출간하고 제1회 `연세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이 당시 `해부학 교실'이나 `정신과 병동'과 같은 색다른 제목의 시 작품들을 발표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마종기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1963),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를 졸업한 후(1966), 같은 대학에서 방사선과 전공으로 박사학위 과정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같은 해 도미를 결심,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진단방사선과 수련의 생활을 마쳐 1971년 미국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되었고, 같은 대학의 전임강사가 되었다.
 
그 후 톨레도시의 오하이오의과대학에 방사선과와 소아과 조교수로 취임하였고 1975년 졸업식장에서 졸업반 학생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올해의 최고 교수상(골든 애플상)'을 수상해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외국 의대 출신이면서 조교수급으로는 첫 번째 수상자였다는 것이 화제였다. 그 후 톨레도방사선연합회 회장직을 거치고 많은 논문을 학회지에 발표하다가 1995년에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소아방사선과의 전문의가 되었고 미국 방사선학회의 팰로우로 추대되었다. 1998년에는 오하이오의과대학의 방사선과 및 소아과 임상 정교수로서 신설된 톨레도소아병원의 초대 부원장 겸 방사선과 과장으로 활약하다가 2002년에 미국 의사와 교수직에서 은퇴하였다.

그는 톨레도 시의 인기 의사로도 많은 감동적인 일화를 남겼지만 한국의 의학계에도 적지 않은 공헌을 하였는데, 그것은 평생을 일인이역으로 살아온 뛰어난 의사 시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취미 삼아 시를 쓰고 산문을 쓰는 아마추어적 문인이 아니었다.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문단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고 작품집은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많은 연구자들이 그의 시를 연구하고 논문 주제로 삼았는데, 많은 문학 연구자들의 학위 논문에 수십 년에 걸쳐 그의 작품 경향이 직간접으로 수없이 언급되고 있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의학적 주제가 많아 인문학 전공자들이 의학을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지렛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2003년 `문학과 의학'(공저, 문학과 지성사)이라는 단행본을 출간하였는데, 이 책은 이 방면에 대한 국내 최초의 저서로 많은 의과대학에서 의학과 인문학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참고 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2002년 이후 연세의대에 같은 이름의 학과목을 개설하여 학생들에게 강의하여 왔고, 대한의학협회가 격년제로 실시하는 `의사문학제'에도 적극 참여하여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선도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왔다.

그는 지금까지 12권의 시집과 10여 권에 달하는 수필집, 서간집, 산문집, 그리고 또 몇 권의 번역서도 출간하였다. 그는 해외에서 40년 이상을 살아오면서도 이런 작품집으로 1976년의 `한국문학 작가상'을 수상하였고, 그것을 시작으로 문단의 중요한 문학상인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미주문학상, 동서문학상과 2009년의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하면서 모든 작품들의 가치를 증명해 왔다.

또한 외국에 알릴 만한 한국 문학의 번역 대상으로도 그의 시집이 선정되어 국가의 문화기관인 한국문학번역원의 주선으로 영문 시집이 출간되었고, 여기에 `해부학 교실', `정신과 병동', `의사수업', `증례' 등의 많은 의학 관련 시들이 번역 소개됨으로써 세계의 문학인에게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영문 이후 독일어로도 번역이 완료되었고 불어 번역까지 출간이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2010년에는 의사와 문학자들이 의학의 본질을 인간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힘을 합쳐 `문학의학학회'를 창립하였는데, 그는 이 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2010년 그의 등단 50년을 기리는 문단의 축하 시낭독회가 열렸는데, 그 모임은 학교의 선후배가 아닌 단지 그의 시를 수십 년 사랑해온 문단의 뛰어난 후학 시인들이 함께 모금하고 준비해준 몇 시간에 걸친 화려한 모임이었다. 모임에 참석한 문단의 여러 중진들은 이구동성으로 오랜 의사 생활에서 온 그의 온후한 성격을 칭송해 참석한 많은 문인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집필 : 김병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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