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가 되어버린 의사면허
정조대가 되어버린 의사면허
  • 의사신문
  • 승인 2012.01.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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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이명진 회장
최근 아동성범죄를 포함하여 진료와 관계없는 벌금형의 성범죄를 지었을 때 10년간 면허를 박탈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 했다. 일명 도가니 사건과 의대생들의 성추행사건, 초등학교, 중학생들의 성범죄 발생을 빌미로 밀어 부친 감정법이다. 이런 감정법의 문제점에 대해 진지한 법리적 검토를 제대로 해보기나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한 마디로 아마츄어리즘의 극치를 보이는 법이다. 차라리 성범죄 의사들을 무기징역에 처하지 왜 10년간의 면허 정지만 시키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 의사들은 전철을 타고 다니기도 두렵다. 젊은 시절 함부로 연애를 해도 안 된다. 혹 상대방이 나를 지적하며 자신을 성추행하려했다고 누명을 씌우게 되면 의사들은 꼼짝없이 의사 직을 그만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 면허가 중세시대의 정조대가 되어 버렸다. 의사면허는 환자를 치료하라고 국가가 면허해준 것인데 이 면허를 아무나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로 생각하는 것 같다.

숨도 못 쉴 공포 사회를 조성하는 법안이다. 이렇게 위험한 법은 시행 전에 빨리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보완 후 시행하거나 다른 대체 입법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생각만해고 소름 끼치는 처벌만 있다. 법제정의 원래 목적인 환자나 선량한 의사를 보호하는 내용을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고삐 풀린 망나니법이다. 칼이 어떻게 어디로 날아다닐지 모를 지경이다.

사회에서 제일 위험한 사람은 무식하고 열심만 내는 사람이다. 법은 국민을 보호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의사나 환자나 다 같이 보호 받을 수 있는 법이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고 수긍할 수 있어야만 한다. 실효성 있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시류에 영합하여 한건주의식으로 법을 만들어서 사회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면허를 볼모로 잡아 국민들의 진료권이 위축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의사면허가 떨어졌다 붙었다하는 불안한 면허관리 시스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한민국의 면허관리 시스템이 너무나 불안하다.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진국들도 이런 문제들로 많은 고민을 했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고민과 노력들을 살펴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범죄에 대한 처벌은 법으로 이루어지고 면허에 관한 사안은 철저하게 면허관리기구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정하고 신중하게 면허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면허국(Board of state)이나 영국의 GMC(General Medical Council)같은 곳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들 기구는 정부 관리와 법률가, 성직자등이 1/3을 구성하고 나머지는 의사(해당 과목 전문가, 의료윤리전문가, 개원의)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강력한 행정력이 동반되어 정당한 절차에 의해 징계가 결정되면 강력한 징계조치가 이뤄진다. 이러한 기구의 결정에 반발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매우 공정하고 신중하게 징계절차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과 정착이 요구된다. 공정하고 안정된 의사면허 관리는 의사나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하다. 정부는 면허관리기관을 설립하여 의료인들이 스스로 자율규제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법적조치가 필요하다.

의료인들은 이에 부응하여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진료 중에 발생하는 성범죄를 가장 확실하게 방지하는 제도인 샤프롱제도(보호자 혹은 다른 간호 인력을 진료 시 항상 동반하게 하는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한다. 환자와 선량한 의료인을 보호하고, 안심하고 진료하고 진료받는 환경조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 그리고 각 의료인중앙단체의 긴밀한 협조와 행동이 필요하다. 성범죄는 처벌만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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