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8:07 (화)
에어백 이야기
에어백 이야기
  • 의사신문
  • 승인 2009.04.17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전 장비 작동되는 '수십분의 초'에 생사 나뉘어

이번 주는 내내 에어백과 관련이 있는 주였다. 그렇다고 필자 눈앞에서 에어백이 터진 것은 아니다. 주초에는 에어백이 터진 차들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광경을 지켜보았고 물론 이 에어백은 사고로 인해 터진 것이었다.

주중에는 대구의 폐차장에서 에어백을 터뜨리는 장면을 직접 보았다. 방음설비를 하고도 웬만한 사격장 근처에 온 것 같았다. 에어백은 전기선을 연결하고 전류를 강하게 흘리면 터진다. 폐차장 아저씨 말로는 에어백이 터지면 그 위를 지나가던 지게차가 움찔한다고 하는데 일리는 있어 보인다.

M16이나 K2 같은 소총의 화약량이 4.7G 전후인데 에어백은 그보다는 많은 화약을 사용하는 것 같다. 수류탄은 50G 정도다. 아마 수류탄보다는 적을 것이다.

이 화약이 폭발하면서 천이 펼쳐져 충격시의 무서운 가속도 충격을 막아낸다. 차는 감속하지만 내부의 사람은 가속한다. 에어백이 터지는 광경을 수십 번을 보니 조금 무서워져서 웬만하면 충돌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글을 쓰기 전날 필자와 친한 포올모터스에서 에어백과 프리텐셔너를 선물로 받아왔다.(이 회사는 필자같이 까다로운 고객을 몇 년 이상 아주 잘 참아냈다) 이제 푸조 605를 타는 사람이 적어졌기 때문에 차들보다 많은 부속을 유지할 이유는 없어졌기 때문이다. 공장 사람들은 필자가 마음에 드는 차를 아주 오래 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래 타면 메인터넌스 비용이 늘어난다. 그러나 그 공장에서 사고가 난 차들을 보자 이제는 적어도 에어백이 2개가 넘는 차를 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간만에 일어난 발상의 변화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벤츠의 E클래스 모델이 사고가 나서 옆의 커튼 에어백이 터진 장면을 보고 나서였다. 에어백의 화약은 창문틀의 밑 부분에 있고 개스관으로 가스가 올라와서 에어백이 커튼처럼 측면을 보호한다. 물론 비싸지만 분명히 머리를 보호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뒷좌석의 승객도 충돌시 무사하려면 있는 편이 났다. 그래서 유럽의 초소형차중에는 이미 6개의 에어백이 기본으로 달려나오는 차들이 많다. 대신 차량의 가액이 올라가고 사고시에는 수리비의 증액이 일어난다. 하지만 차보다 사람이 더 귀한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돈을 조금 더 벌어서 신형을 하나 사고 싶다는 당연한 말을 하게 되었다.(필자가 제일 열심히 몰고 다니는 MI16은 에어백이 없다)

충돌시에는 에어백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안전벨트도 중요하다. 안전벨트는 에어백과 절묘한 타이밍으로 합동작전을 해야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안전벨트는 갑자기 당기면 탁-하고 걸리는 느낌이 나지만 충돌시에는 너무 늦게 그리고 많이 늘어난다. 안전벨트를 빠르게 조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미리 장력을 가하기 위한 장비로 화약을 사용한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벤츠의 W124에 아마 처음으로 사용한 것 같은데 요즘은 이 장치 역시 흔하다. 프리텐션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부상을 줄일 수 있다. 몸이 고정되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몸을 벨트가 어느 위치에서 잡고 에어백이 급가속과 급감속을 막아주는 약간의 시간을 벌어준다. 그래도 많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정도까지 발전하는 데에도 몇 십년이 걸렸다.

그러나 추돌은 측면추돌도 있고 후면 추돌도 있다. 역시 위험하다. 예전에 헤드레스트가 없을 때에는 추돌시에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그 사소한 헤드레스트를 도입함으로서 안전성은 많이 증가했다. 사브 같은 업체는 하이퍼플렉션과 익스텐션을 조금 더 잡아주는 헤드레스트를 개발해서 안전성을 증가시켰다.

그러나 사람의 머리는 상당히 많은 관성을 갖고 있다. 무거운 머리가 작은 경추에 붙어있는 셈이다. 앞서 말한 프리텐셔너보다 더 강력한 레이싱용의 4점식이나 5점식 벨트를 사용하더라도 몸은 움직이지 않겠지만 머리의 움직임은 대책이 없다. 충돌이 일어나면 시트에 변형이 올만큼 큰 충격이 가해지지만 몸의 움직임은 머리에 비하면 심하지 않다.(시트의 강도 역시 안전에는 결정적이다) 사고시의 상황은 모조인형 더미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똑같지는 않아도 많이 비슷하다. 유튜브의 동영상은 구글로 `CRASH TEST'라고 치면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이 정도의 충격을 막으려면 역시 상당한 장비가 동원된다. 대표주자가 에어백이다. 에어백만 있어도 부상의 정도는 상당히 줄어든다.

그러나 고속에서는 별다른 효력이 없다. 속도가 2배가 늘어나면 에너지는 4배로, 3배인 경우는 9배가 된다. 이 정도 속도에서 살아남으려면 NASCAR 레이싱의 안전장구처럼 변해야 한다.(http://auto.howstuffworks.com/auto-racing/nascar/nascar-basics/nascar-safety.htm/printable) 필자는 언젠가는 나스카레이싱의 안전장비의 일부가 변형되어 일반 운전자를 보호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개량되어야 할지는 모르지만 HANS 디바이스 같은 것들은 상당히 재미있다. 경추의 격렬한 움직임은 가벼운 스프링 정도로 예방할 수 있다.

헬멧은 필수품이기는 하지만 머리의 관성을 높인다. 그런데 헬멧을 살짝 가벼운 스프링으로 시트에 붙여 놓는 정도로 두개골의 급가속, 감속을 예방할 수 있다. 몸보다는 가볍기 때문에 큰 힘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정도의 가벼운 장치로도 레이싱에서 생사가 갈렸다. 예전의 챔피언은 같은 사고로 죽었지만 그후 HANS 장치를 단 선수는 살아남았다.

아무튼 장비라는 것은 때로 생사를 갈라놓는다. 이들이 작동하는 시간은 수 십분의 일초, 수분의 일초 정도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