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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구스타프 말러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 의사신문
  • 승인 2012.01.1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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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안식을 기원

말러는 1888년부터 13년간 그에게 4곡의 교향곡과 24개의 가곡에 영감을 주었던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시대를 마감하고 뤼케르트 시에 몰두하게 된다. 말러 교향곡 제1번부터 제4번까지를 `뿔피리 교향곡'이라고 하듯이 교향곡 제5, 6, 7번을 `뤼케르트 교향곡'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 말러는 3개의 교향곡 외에 10곡의 뤼케르트 가곡을 작곡하였는데 5곡의 〈뤼케르트 시에 붙인 5개의 가곡〉과 5곡의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다.

프리드리히 뤼케르트는 6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1833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막내딸 루이제가 성홍열에 걸렸고 닷새 뒤인 12월 31일 죽었다. 이어서 5살이던 에른스트 역시 이 병에 걸려 1월 16일 죽었다. 뤼케르트는 남매를 한꺼번에 잃은 슬픔과 고통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하였고 죽을 때까지 그 아이들의 초상화를 지니고 있었다.

1834년 첫 6개월 간 그는 하루 3∼4편의 시를 써서 죽은 아이들을 추모했는데 그것이 모두 443편이나 되었다. 말러가 뤼케르트의 시에 공감을 느낀 것은 말러가 가장 사랑했던 죽은 동생과 뤼케르트가 잃은 두 아이 중 하나인 에른스트가 서로 이름이 같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연가곡을 완성한 3년 후 그는 사랑하는 딸 마리아를 잃는 비운을 맞는다.

말러는 뤼케르트의 시 제2편의 56번 너의 엄마가 문으로 들어올 때, 69번 이제는 다 알겠네, 제4편의 47번 자주 생각 한다, 83번 이 같은 날씨에, 115번 태양은 곧 떠오르고 등 5편을 골라 작곡하였다. 말러는 죽음이 상징하는 암흑에 구원을 상징하는 빛을 대비시켰는데 태양, 촛불, 별 등 빛을 표현하는 시구가 들어 있는 시만을 선택하였다. 악보에 말러는 “이 다섯 곡은 나눠질 수 없는 완전한 연가곡임으로 중단 없이 연주되어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제1곡 이제 태양은 찬연히 떠오르네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처음으로 맞이하는 아침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태양은 모든 것을 비추고 있는데 우리 집의 `작은 등불은 꺼져 버렸다'라는 시구를 네 번 반복하면서 음악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고 각 절마다 미묘한 변형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곡을 제5곡 `이 같은 날씨에,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는'과 연관시켜보면 그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아이의 장례를 폭풍우가 내리는 날씨 속에서 치르고 난 다음날 태양은 여전히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는데 아버지의 `작은 등불'은 꺼져버린 것을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제2곡 이제야 알겠네. 왜 그리도 어둡게 타고 있었는가를 아이가 병으로 신음하면서 뜨거워진 눈길이 본향으로 돌아갈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가사로 노래는 시작한다. `지금은 눈빛이기만 하지만 밤마다 아버지에게 별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라고 사무치게 아이를 그리는 아버지의 독백은 이 곡의 백미다.

△제3곡 네 엄마가 들어설 때 엄마가 문으로 들어설 때 항상 같이 곁에 있던 아이가 있었던 것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아버지의 분신이며, 기쁨의 빛이 너무나 빨리 꺼져 버렸네'라고 비통하게 탄식하는 애절함이 서려있다.

△제4곡 얼마나 자주 나는 아이들이 잠깐 산책 나갔다고 생각하는지 아이는 죽었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외출했을 뿐이라고 자위한다. 결국 아이는 먼저 떠났고 곧 자기도 아이도 있는 곳으로 따라갈 것이라는 내용으로 `햇빛 속으로! 날씨 좋은 저 언덕위로!'를 외치고 있다.

△제5곡 이 같은 날씨에,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는 심한 폭풍우 속에서 아버지가 아이들을 떠나보내는 고통을 표현하고 난 후 아이들이 하늘나라에서의 안식과 평화를 기원하는 듯 자장가를 부르며 요람을 흔드는 손길같이 부드럽고 섬세하다. 제4곡에서의 햇빛 가득한 하늘나라를 그리다가 이 곡에서 갑자기 폭풍우가 스산한 날씨의 장례식에서 비통함을 노래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 채 연가곡을 마무리 짓는 놀라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 들을만한 음반: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바리톤), 칼 뵘(지휘), 베를린 필[DG, 1963]; 캐서린 페리어(알토), 브루노 발터(지휘), 빈 필[EMI, 1949]; 크리스타 루드비히(메조소프라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DG, 1973]; 토마스 햄슨(바리톤),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1988, DG]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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