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9:45 (목)
프리미엄 차종 이야기 - BMW 〈14-하〉
프리미엄 차종 이야기 - BMW 〈14-하〉
  • 의사신문
  • 승인 2012.01.13 0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전적 이미지의 BMW 마지막 차종 E38

사실 M30 엔진의 특성은 정숙함보다는 스포츠성과 내구성을 자랑하는 것으로 럭셔리카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차체는 크고 엔진은 스포츠 성향인 차라면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실제로 1990년대 중반까지의 7시리즈는 조용하다기 보다는 다이내믹한 드라이브를 원하는 부유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라고 보아야 한다. 최고 출력을 내려면 5000 RPM을 넘겨야하는 고 RPM 성향의 엔진이다.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에 7시리즈를 탄다는 것은 드라마에 나오는 회장님들 수준으로 기억한다. 운전사가 딸린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결국 차의 성능이나 특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운전사가 회장님을 모시고 최고 출력 RPM으로 달리는 모습은 그림이 안 나온다. 그래도 차는 무난하게 달렸다. 20년 이상 사람들이 만족해 온 엔진이기 때문이다. 저속 토크가 크게 딸리지도 않은 것이 M30이 레이싱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이유이기도 하다.

E32 이후에는 갑자기 7시리즈의 특성이 바뀌었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생산된 E38은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고전적인 BMW 디자인의 요소를 갖고 있는 마지막 차종이라는 평가도 있다. 2001년 이후에는 크리스 뱅글의 완전히 새로운 BMW 디자인이 적용되어 예전의 각지고 단단한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당황하고 싫어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새로운 디자인에 금방 적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마지막 E38 생산차량들의 판매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좋아하지 않는 크리스 뱅글의 디자인이 요즘 굴러다니는 BMW 시리즈다. 필자 역시 아직도 좋아하지 않는다. 새로 나오는 F시리즈의 디자인도 그 맥을 이은 것 같다.

1994년부터 출시된 E38의 엔진군은 완전히 바뀌고 만다. 엔트리급인 728에만 L6 엔진인 M52(5나 3시리즈에 사용되는)를 적용하고 730부터는 모두 V8 엔진을 적용한 것이다. M60 엔진을 거의 모든 시리즈에 적용했다. 차는 이전의 간소한 느낌에서 점차 본격적인 럭셔리카로 변신해서 차안에는 없는 것이 없다. 스피커도 많아지고 전자장비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앞좌석 의자에는 The continuous-motion Active Comfort Seat 라는 장치를 설치해서 장거리 여행에도 피곤하지 않도록 했다. 실내 장식이나 편의 장비도 대폭 개량됐다.

그 다음에 나온 E65는 L6 N52 엔진이 730까지의 엔트리급에 쓰이고 735부터는 모두 N62엔진의 V8 엔진이었다. V8은 7시리즈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셈이다.

차의 모습이 궁금한 독자들은 E32 BMW나 E38 BMW 같은 키워드로 구글의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된다. 과연 10년전에 왜 E38에서 E65로 넘어가며 사람들이 그토록 반발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요즘은 새로운 디자인에 완전히 익숙해져서 반발할 사람도 없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7시리즈를 소장할 마음이 없다. 우선 너무 큰 차를 싫어하고 부품 값이 3과 5보다 훨씬 비싸다. 예전에 바바리아에 대한 인상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더 디자인이 아름다운 벤츠의 W140을 소장하고 싶다. 디자인은 W140이 더 나은 것 같기 때문이다. 구형중에서는 E38이 가장 관리하기도 편하고 완전 전자화되지도 않아 좋지만 대부분이 V8이라 걸리고 특성은 E32가 제일 마음에 들지만 연식이 연식이니 만큼 귀찮아질 일이 눈에 선하게 보이고 있다. E32가 끌리는 이유도 전설적인 M30 엔진 때문이다.

만약 올해보다 내년에 자금사정이 좋아져 머리가 조금 더 가벼워진다면 몰아보고 싶다. 하지만 오래된 차라도 부품 값은 상당히 비싸서 경우에 따라 차량 가격을 넘는 수도 있다. 이것은 모든 오래된 올드카의 비애다(필자의 란치아 카파도 현재 차량 가액보다 스티어링 랙 값이 더 비싸다). 때로는 부품문제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생산댓수가 적은 차량이라면 수급자체가 리스크인 경우도 있다.

현실적으로 7시리즈를 중고로 타보고 싶다면 현재 돌아다니는 E65가 가장 저렴할 수도 있다. 정비가 웬만큼 되어 있다면 크게 돈 들어갈 일도 없으며 부품도 구하기 쉽다. 몇 년 지나면 중고차값은 처음대비 높은 비율로 떨어져서 구입 장벽이 줄지만 정비할 일이 생기면 역시 7시리즈는 럭서리 차종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