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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밥
곤드레밥
  • 의사신문
  • 승인 2012.01.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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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균 <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이정균 원장
우리나라에서 동쪽으로 가면 강원도에서 경상북도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등줄기는 여행의 보고(寶庫)다. 산과 바다의 푸르름을 `눈'으로, `맛'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태백산 줄기마다, 해안도로에는 맛집들이 숨어있다. 오염이 덜 된 곳,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임이 강조되는 곳이다. 봄 산자락에서 캐온 산나물, 항구에선 신선한 해산물이 입을 즐겁게 해준다.

곤드레·딱주기 모두 정선을 대표한다 할 수 있는 산나물들이다. 곤드레 나물은 해발 700m이상 청정한 고산지대에서만 자라기에 우리나라에선 정선·평창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곤드레는 취나물 비슷하나, 털이 억세지 않고 매끄럽다. 씹으면 야들야들하다. 삶아서 소쿠리에 담긴 곤드레 더미에선 비를 흠뻑 맞은 소나무 숲의 향기가 묻어난다.

`왜 하필 그 이름은 곤드레일까?'

정확한 어원은 밝혀진 바 없지만, 못 먹고 못 입던 시절, 춘궁기 산자락마다 흐드러지게 돋아난 곤드레를 따서 삶아 먹으면 풍부한 영양 덕에 졸음이 몰려올 정도로 포만감을 느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한다.

곤드레나물밥, 돌솥밥, 가마솥밥이 주 메뉴다. 돌솥 속에 찹쌀, 멥쌀을 넣고 그 위에 곤드레나물, 참깨를 얹어 익혀낸 것. 먼저 밥을 떠내 사발에 옮겨 담고 장과 함께 비벼 먹는다. `막장', `양념간장' 그리고 `고추장'까지… 식성에 맞게 골라 비벼 먹으면 된다. 밥을 떠낸 돌솥에는 숭늉을 부어 누룽지탕까지….

`산삼대용'이라는 `황기막걸리'는 한약재 황기와 강원도산 옥수수로 만들었다. 곤드레는 4∼6월에 수확한다. 따온 나물은 일단 한번 삶은 뒤 냉동고에 보관하며 일 년 내내 먹는다. 쌉쌀한 맛에 `곤드레' 절경에 취해 `만드레'여행을 떠나보자.

강원도 산골음식, 강원도에서 직접 재배한 감자 옥수수, 배추와 산에서 얻은 나물 동해에서 잡히는 코다리를 활용한 음식이 많다. 쌀이 풍족하지 않던 시절 낱알 벗긴 옥수수로 만든 강냉이밥, 나물국죽, 감자투쟁이가 대표적이고, 닭고기 갈아 두부와 섞어 완자처럼 빚은 `닭반데기'의 `반데기'는 반죽한 가루나 삶은 푸성귀 따위를 평평하고 둥글넓적하게 만든 조각을 뜻하는 `반대기'의 사투리로 보인단다. 2018년 동계올림픽, 기대에 부풀고 자부심 넘친 강원도는 강원도의 심볼같은 `막국수'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우리 선조들의 `곤드레밥'을 생각하며 타임머신 여행을 떠나보자.

`한치 뒷산의 곤드레 딱죽이 임의 맛만 같다면 / 올 같은 흉년에도 봄 살아나지 / 아리랑 아리랑 아라이요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게.'

한치 뒷산은 강원도 정선군 동면에 있는 산이다. 정선 아라리 속의 곤드레, 딱죽이는 산나물 이름이다. 산나물의 이미지는 가난이다. 거친 산나물이지만 사랑하는 임과 함께 있는 것과 같아서 맛있게 먹는다면 흉년에도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가사 내용이다. 산나물은 그 옛날 산골사람들에겐 춘궁기를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생명줄과 같은 음식이요, 식량이었다. 요즘 거리음식들 중에는 옛날 지배계급층이 즐겨먹던 고급음식이었다. 그 옛날 춘궁기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하여 먹던 음식들은 이제 와서는 참살이, 웰빙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곤드레밥도 그 중의 하나다. 그래서 음식의 신분이 바뀌었으니,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 격언처럼, 사람팔자 모르는 것처럼 음식팔자 알 수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지 않는가. 곤드레밥은 강원도 산골 오지마을에서 곡식이 떨어진 화전민들이 굶주림을 면하려고 먹던 음식이다. 화전민들이 오곡은 이미 떨어졌고, 감자나 옥수수마저 바닥이 나면 산나물을 따다가 밥에 넣어 양을 부풀려 먹었다. 요사이 곤드레밥은 쌀밥에다 곤드레나물을 넣은 후 양념장에 비벼먹지만 옛날 오지 산골 사람들이 춘궁기에 먹었던 원조 곤드레밥은 오늘날의 곤드레밥과 너무 달랐다고 한다.

곤드레밥이 아니고 그것은 곤드레나물에 잘게 썬 콩나물을 섞어서 죽을 끓여 먹었다. 그나마 곤드레나물을 산에서 뜯어먹을 수 있는 시절 이야기고, 나물을 캐지 못할 시절에는 다른 풀을 넣어 죽을 쑤어 먹었는데, 영양실조에 걸려 얼굴은 누렇게 뜨고 부어서 부황이 들어 극심한 고생을 하고 살았다.

도토리는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의 열매다. 산간오지 마을 사람들은 가을철에 도토리를 따서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철에 도토리를 가루로 빻아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도토리와 메밀은 묵밥의 원료다. 구황식물로 분류되어 있다. 묵밥을 만들어 먹으면 맛도 좋고 영양가도 있어 좋겠지만 절량농가에서는 조금이라도 늘려 먹어야 되었기 때문에 도토리를 방아에 찧어 가루로 만들고 콩이나 옥수수를 섞어서 도토리밥을 지어 양을 풍부하게 하여 먹으면 그대로 든든한 한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었다 한다. 식량이 부족한 시절에는 밥에다 여러 가지 나물이나 채소를 섞은 나물밥을 만들어 먹고 살았다. 옛 문헌 속에 나오는 나물밥은 종류도 다양하여 콩나물밥, 시래기밥, 김치밥이 있었다하며 무밥, 쑥밥에 대한 이야기도 풍성하다. 채소, 나물 이외에도 감자나 고구마도 있었고, 칡밥도 있었다 한다. 모자라는 곡식에 각종 나물이나 채소, 열매를 넣고 짓는 이런 밥은 모자란 곡식 대신 양을 늘리기 위한 목적의 음식이었지만 이제 영양이 넘쳐나서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는 그 밥은 별미가 되어 있다.

이정균 <성북 이정균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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