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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처벌만으로 막을 수 없다
성범죄, 처벌만으로 막을 수 없다
  • 의사신문
  • 승인 2012.01.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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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이명진 회장
진료실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로 인해 최근 모정당에서 성범죄 의사의 면허를 영구 박탈하는 법안을 만들자는 입법 시도가 있다. 전문가 집단의 생명과도 같은 자율규제를 스스로 하지 못 해 외부 간섭을 받는 딱한 처지가 되었다.

전문가 단체 스스로 해결하도록 맡기지 못 하고 외부에서 법으로 다스리려고 하는 시도에 자괴감마저 든다. 먼저 의료인으로서 스스로 자정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의사로서 자존심을 접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번에 입법하려는 개정법안은 환자를 진료실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입법 의도라고 한다. 하지만 제안된 개정안 내용을 보면 진료실 내 성범죄를 처벌 할 수는 있어도 예방 효과는 전혀 기대 할 수 없어 보인다. 환자가 보호되는 내용은 전혀 없고 단지 범행에 대한 처벌에만 집중되어있다.

내용적으로 충실하지 못하고 입법과정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이번에 발의된 의료법 개정 내용은 의료행위 중 발생한 성범죄로 금고이상의 형을 받는 의료인의 면허를 박탈하는 것이다. 성범죄는 단순한 성희롱의 수준부터 성추행, 강간, 미성년자나 지체부자유자에 대한 성범죄 등 다양하다. 이 개정 법안에 따르면 금고이하의 선고를 받은 의료인에 대한 처벌이나 벌칙 등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없다. 너무 단편적이고 준비 없는 입법 행위이다. 물론 이런 입법의도를 내비침으로써 사회와 의료인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일부 나쁜 동료들 때문에 전체가 욕을 먹는 것을 자존심 상해하고 이런 동료들을 도려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많은 의료인들에게 공감을 사기는커녕 분노와 반감만 일으켰다, 왜 일까? 이번 개정안은 전체 대다수의 선량한 의료인과 환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 집단을 희생물로 삼아 한 건 올려보자는 속내만 느껴진다. 의료인단체는 의사협회 뿐 아니라 치과의사협회 , 한의사협회, 간호사협회등 많은 직역이 있다. 입법과정에서도 의료계 모든 직역단체에게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단지 의사협회의 답변만을 가지고 의료계 전체의 입장이고 대다수 의료인들의 생각인양 호도해 버린 심각한 절차적 오류까지 범하고 있다.

법이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고 수긍 할 수 있어야만 한다. 실효성 있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매번 일이 발생할 때 마다 법을 만들 수는 없다. 범죄행위를 잡기 위해 진료실마다 경찰관을 세워 둘 수도 없다. 진료실 성범죄는 억압하고 겁주는 법안만으로는 예방되거나 줄일 수 없다.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협조와 노력 없이는 그 어떤 법도 실효성이 없다.

의료인들을 몰아치는 이런 부정적인 의료법개정 방법은 없어져야 한다. 먼저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제도를 만들고 실천하도록 격려하고 임무를 맡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의료인들은 이에 부응하여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진료 중에 발생하는 성범죄를 가장 확실하게 방지하는 제도인 샤프롱제도(보호자 혹은 다른 간호인력을 진료시 항상 동반하게 하는 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한다. 정부는 면허관리기관을 설립하여 의료인들이 스스로 자율규제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법적조치가 필요하다. 환자와 선량한 의료인을 보호하고, 안심하고 진료하고 진료받는 환경조성을 위해 정부와 국회 그리고 각 의료인중앙단체의 긴밀한 협조와 행동이 필요하다. 성범죄는 처벌만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에 의료인 등을 추가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지난달 30일 오후 3시에 열린 제304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재석 187인 중 찬성 183인, 기권 4인으로 가결,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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