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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연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구스타프 말러 연가곡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
  • 의사신문
  • 승인 2012.01.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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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날의 이상과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

말러 가곡의 특성은 가곡과 교향곡 사이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의 교향곡들은 모두 가곡의 체험에서 발전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 소재는 대개 그의 관현악 반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 그의 음악특성이며 `교향악적인 가곡'이라는 장르를 창조하면서 독일 가곡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된다.

가곡의 가사는 자신의 자작시도 있으나 독일 시인 뤼케르트의 시와 독일민요 등에서 채택한 민속적인 내용의 시를 사용하였다. 가곡의 반주는 대부분 큰 규모로 노래로만 표현하기 힘든 음악적 색채를 그리고 있다. 관현악을 반주로 사용함에 있어서 강렬한 음향보다는 정교하면서 섬세하고 풍부한 음색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말러가 유년기를 보낸 조그만 시골 도시에서 들었던 수많은 민요와 그 지역에 주둔하고 있었던 군부대의 행진곡은 그에겐 아주 중요한 음악적 소재였다. 말러는 유년기에 이미 수 백곡의 민요를 외웠다고 한다. 이 가곡집에서도 민요조의 선율과 행진곡풍의 리듬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은 곧 그의 고향과 어린 시절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곡 전반에 이런 단순함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고 이와 대조되는 복잡한 구성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모두 6곡으로 작곡되었는데 현재 2곡의 행방은 알려져 있지 않고 4곡만 남아 있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세계 최초의 관현악 반주에 의한 자작시에 붙인 네 개의 연가곡이다. 작곡 동기는 말러가 1883년 카셀 오페라극장의 부지휘자로 있을 때 그 극장에 전속되어 있는 소프라노 요한나 리히터와 사랑을 나누다 실패로 끝나게 된 것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연의 회상이라기보다는 어린 시절과 청년기의 추억을 통해 젊은 날의 이상과 고뇌를 추상적으로 그렸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불안정한 어린 시절은 말러의 음악 속에서 삶의 긴장감, 독특한 염세관과 종교적이라 할 만큼 고독감, 인간의 불안과 자연회귀 등으로 강렬하게 나타난다.

연가곡의 내용은 사랑하는 연인이 시집가는 날 집에서 홀로 괴로워하는 젊은이가 자연의 위안을 받고자 하지만 또 다시 좌절하고, 그 마음이 분노로 가득 차게 된다. 결국 괴로움으로 신음하던 청년은 방랑의 길을 떠나다 어느 보리수 밑에서 비로소 안식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24살의 청년 말러의 젊은 날 사랑이야기인 이 연가곡은 그의 제1번 교향곡의 주제 음악으로 사용되었고, 이후 그의 9개의 교향곡은 모두 가곡과 깊은 연관성을 갖게 된다.

△제1곡 그녀의 결혼식 날(Wenn mein Schatz Hochzeit macht) 차마 결혼식장엔 가지 못하고 방안에서 괴로워하는 청년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중간에는 잠시 새들의 즐거운 노래도 들린다. △제2곡 아침에 들판을 거닐면(Ging heut' morgen <&25073>ber's Feld) 교향곡 제1번의 제1악장에 인용된 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고 밝은 톤을 유지하면서 노래되고 조용하게 끝난다. 새들이 즐겁게 노래하고 꽃들은 화려하게 피어있는 그 아침, 그러나 내겐 그런 희망찬 아침이 아니라는 젊은이의 마음이 역설적인 밝은 톤으로 나타난다.

△제3곡 분노의 칼(Ich hab ein gl<&25073>hend Messer) 격렬하게 호른과 트럼본의 연주로 시작된다. 세상 만물이 온통 그녀와 연결되어 나타난다. 사랑의 배신이 분노의 칼로 가슴에 꽂힌 청년의 가슴앓이가 불협화음의 강열한 선율로 폭발하는 곡이다. △제4곡 푸른 두 눈동자(Die zwei blauen Augen) 장송행진곡으로 시작된다. 장송행진곡은 염세적인 말러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괴로움으로 신음하던 청년은 드디어 방랑의 길을 떠나고 어느 보리수 밑에서 비로소 안식을 찾는다. 이 부분은 교향곡 제1번의 제3악장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 들을만한 음반: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바리톤),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필하모니아 관현악단[EMI, 1952]; 자네트 베이커(메조소프라노), 존 바리롤리(지휘), 톤 할레 교향악단[EMI, 1958]; 토마스 햄슨(바리톤), 레너드 번스타인(지휘), 빈 필 관현악단[DG, 1990]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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