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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차종 이야기 - BMW 〈14-상〉
프리미엄 차종 이야기 - BMW 〈14-상〉
  • 의사신문
  • 승인 2012.01.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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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 개념에서 럭셔리 차로 점점 변해가

요즘 중고차 시장은 정말이지 많은 차들이 나오고 있다. 예전 같으면 호기심으로 사보고도 남을 차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에는 레어 매물도 상당히 많다.

벤츠 S클래스 W140이나 그 이후의 모델들도 싸다. 얼마 전에는 BMW의 1994년식 7시리즈 E32 730i가 매물로 나왔다. 이 차는 M30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예전의 M30 엔진 탑재 535i보다는 덜 관심이 가지만 M30 엔진을 탑재한 차를 언젠가 몰아보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M30 엔진은 예전에 레이싱 엔진이었다. 이 엔진의 레스폰스를 즐겨보고 싶었다. M10 엔진도 마찬가지지만 M10 엔진이 탑재된 차를 아직 보지 못했다.

하지만 오래된 차라는 것은 상당히 손볼 부분이 많아 오랫동안 방치하면 브레이크 캘리퍼가 혼자서 망가지기도 하고 타이밍 벨트가 기대 수명보다 훨씬 빨리 끊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남들이 꾸준히 정비해온 차들이 좋지만 비싼 것이 문제였는데 요즘은 상당한 매니아들도 마구 차들을 포기하고 있다. 제일 좋아하는 차만 남기고 정리하는 추세인 것 같다. 더군다나 세상은 불경기 비슷한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 마음 편한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요즘처럼 정신이 없으면 1∼2대만 남기고 모두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친구가 란치아 카파를 정리하고 싶어 해서 말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구입하는 마지막 저연비차로 놔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를 달고 있다.

BMW 구형차들의 매력이라면 스포츠카 비슷한 느낌이 나는 것이다. 투어링 레이스에 나갈 것 같은 차량들이 스포츠 세단으로 팔렸고 사람들은 그런 차를 좋아했다. 달리기의 지존처럼 생각되었고 당시에는 실제로 그렇게 달렸다. 그러다가 점차 달리기보다는 편안하고 럭셔리한 느낌의 차로 변해갔지만 그래도 잘 달린다는 이미지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E36에서 E46으로 변할 때의 3시리즈나 E34에서 E39로 변할 때의 5시리즈의 느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차들의 제원이나 성능은 좋아졌으나 하드코어한 느낌은 줄어들었다. 차체도 커졌고 편의 장비도 늘었다. 그리고 예전만큼 강렬한 느낌은 점차 줄어든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편하고 잘 달리는 차였는지도 모른다. 빠르게 차를 드라이빙 하려면 높은 운전 실력이 요구되고 높은 집중력도 필요하지만 전자장비가 있다면 굳이 목숨을 건 드라이브를 하지 않아도 된다. 사고가 나도 에어백이 있다. 자금의 여력만 된다면 빠르게 몰아도 나머지는 차가 알아서 달려줄 수도 있는 것이다. 나중에는 액셀마저도 컴퓨터가 제어한다. 초기에는 이런 일들을 싫어하는 운전자들도 많았다. ABS 마저도 불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면 당연히 타이어의 로킹이 발생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ABS 없는 차를 만들기 위해 ABS 제어기의 케이블을 뽑아놓는 사람이 없지만 초기에는 ABS를 거추장스럽고 코너에서 타이어가 잠기지 못하게 하는 존재로 보는 사람도 많았다. 그러니 TCS나 ESP는 말할 필요도 없다(물론 시승 동영상을 찍으며 ESP나 TCS를 끄는 운전자도 있다). 요즘은 이런 운전자들이 줄고 있으니 변한 것은 차가 아니라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말하자면 운전을 너무나 좋아하고 목숨을 걸다시피하는 하드코어 운전자들은 줄고 있다(수동변속기를 사용할 줄 아는 운전자조차 귀해지고 있다). 5시리즈 E34의 경우처럼 1980년대 말이나 1990년대 초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추구하던 달리기가 모든 것이라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그 다음세대인 E39에서 보는 것처럼 보다 완벽한 기계와 편안한 드라이빙으로 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Fun to Drive의 개념이라는 것이 세대에 따라 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긴 필자도 요즘은 하드코어 드라이브를 해본 기억이 적다. 예전에는 어쩐지 그런 것이 유행이었다.

BMW의 기함급인 7시리즈는 예전에 적었듯이 바바리아라는 모델로 시작된 New Six가 그 시작이다. 7시리즈의 출발은 바바리아의 계승인 E23으로 출발했다. 엔진은 M30이 주력이었다. 그전의 New Six가 M30이 주력이었던 것처럼 1977년부터 1986년까지 생산된 7시리즈의 첫 차종 E23도 M30 엔진이 주력이었다. M30 엔진은 12밸브 L6 엔진으로 5500 RPM 근처에서 최고 출력을 내고 4300RPM 근처에서 최고토크를 낸다. 처음에는 럭서리카라는 이미지보다 독일에서 나온 비교적 가볍고 민첩한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요즘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당시의 자동변속기는 7시리즈도 3단이었다. 수동변속기는 4단이었다. BMW만 그런 것이 아니라 벤츠도 같은 단수의 변속기를 썼다. 벤츠의 엔진은 서서히 RPM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이나믹하고 빠른 반응의 엔진을 3단으로 몰고 다니려면 차는 조용한 것이 아니라 동적일 수 밖에 없다. 나중에는 5단 수동과 4단 자동이 나왔다. 요즘 독자들은 수동변속의 7시리즈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수동변속기를 단 7시리즈는 2001년까지 생산됐다.

그 다음에 나오는 E32가 1984년부터 1994년 까지 나왔는데 이 차종의 주력 엔진도 M30이었다. 이미 다른 6기통의 엔진들이 5시리즈나 3시리즈에 쓰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4년에 이르기까지 7시리즈의 엔진은 1968년부터 생산된 M30을 쓰고 있었다.(740정도만 M60이라는 V8 엔진을 사용하고 있었다) M30은 처음에는 솔렉스 카부레이터를 쓰다가 나중에는 K 제트로닉과 모트로닉까지 사용됐다. 이 엔진의 액셀을 밟으면 묵직한 힘이 느껴진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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