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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의 대모(代母) - 조병국
입양아의 대모(代母) - 조병국
  • 의사신문
  • 승인 2012.01.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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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봉사정신으로 50년간 6만여명의 입양아 돌봐

조병국(趙炳菊)
조병국(趙炳菊)은 1933년 평양에서 5대째 기독교 신앙을 이어오고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광복이 되고 한국전쟁으로 가족들이 남한으로 내려오고 지내는 과정에 의술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두 명의 동생을 잃고, 한국전쟁 동안 처참하게 버려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의과대학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1958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63년 소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서울시립아동병원을 거쳐 세브란스병원에서 레지던트 수련 중 파견근무를 통해 인연을 맺은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 의사로 취직하였다.

1960, 70년대 한국의 현실은 전쟁의 상흔이 도처에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혼란스럽고 국민소득이 $100을 밑돌아 고아(孤兒)들에게 관심을 가져줄만한 여건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립아동병원을 거쳐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소아과의사로 일하게 된 선생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당시를 다음과 같이 회상하고 있다.

“여기저기 싫은 소리를 도맡아 했던 거 같아요. 조고집이라는 별명도 있었고요. 그래도 나 잘 살자고 그런게 아니니까… 내가 그렇게 불평하면 이 아이들이 조금 더 낳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1960년대 녹번동 아동보호소가 있었는데 너무 열악했어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숫자의 아이들이 있었고 위생시설은 너무 빈약했죠. 당시에 미세스 `맥이'라는 분을 알고 지냈는데, 이분이 육영수 여사를 알고 지내던 분이셨어요. 이분을 통해 육영수 여사에게 도움을 청한 적도 있었어요.”, “제가 다른 일을 했더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거 같은 분들이 감사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미국대사, 유명 대학 총장 등 세계 각지에서 도움을 받았죠. 오래전 스위스의 한 젊은이가 보육기(incubator) 등 많은 의료장비를 기부해 주었어요.”, “이처럼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양한 도움의 손길이 있었는데, 50년간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가장 감사한 부분이 바로 이런 마음들에요. 도움이 필요한 곳은 아직도 너무나 많지만…”

조병국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노르웨이, 독일,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 아이들의 수술과 치료에 필요한 의료 기부를 요청하고 다니며 `국제거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군사정권 시절에 나라의 위상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압력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선생의 발품과 정성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다시 생명을 얻고, 따뜻한 가정의 품에 안겨져 자라났다.

우리가 흔히 홀트아동복지회와 같은 위탁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고아, 버려진 아이'라고 부르지만, 선생은 자신이 쓴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2009)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그들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발견된 아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 “`버려진 아이'와 `발견된 아이', 그 차이는 엄청나다. `버려진 아이'는 슬프지만 `발견된 아이'는 희망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입양서류에 `○○에 버려졌음'이라고 쓰지 않고, `○○에서 발견되었음'이라 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배려이고 사랑인가…

입양아들은 성인이 되면 본인의 의지에 따라 모국 방문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뿌리를 찾아 고향을 방문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 방문 시 자신이 입양 전처럼 고생하는 아이를 보면 차마 뒤돌아서지 못하고 복지회에 수용되어있는 다른 고아를 입양하여 데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조병국은 이것을 `자신이 받은 사랑을 그대로 나누어 주는, 사랑보존법칙'이라고 부르고 있다.

소아과 의사로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조병국은 구태여 힘든 길을 택하여 6만 명이 넘는 입양아를 돌보면서 50년을 보냈다. 정말 희생과 봉사정신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선생의 이러한 희생과 봉사정신을 기려서 연세의대 소아과학교실 동문회(세아회)에서는 `2008년도 올해의 인물상'(2008)을, 연세의대 동창회에서는 `에비슨 봉사상'(2011)을 수여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제26회 보령의료봉사상' 대상(2010), 문회방송에서는 `2010년 MBC 사회봉사대상' 본상(2010)을 수여했다. 이 외에 `국민포장'(1991)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이처럼 조병국은 의사가 된 이후 지난 2008년까지 50년 동안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과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국내외로 입양되는 버려진 아니 발견된 아이들의 건강을 돌봐준 `위대한 입양아의 대모(代母)'이다.

집필 : 김규언(연세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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