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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보건의료원 내과 서원우 공중보건의사
울릉보건의료원 내과 서원우 공중보건의사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1.12.29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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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에 산다, 신 인술의 현장 2012

“8천명의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건강을 지킨다”

서원우 공중보건의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신비한 섬 울릉도. 경상북도 포항에서 배를 타고 무려 3시간 반, 헬기로는 1시간을 가야하는 거리에 위치한 섬.

울릉도에는 8000여 명의 지역주민과 매년 울릉도를 찾는 30여만 명의 관광객들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병원이 있다. 바로 울릉보건의료원이다.

울릉보건의료원은 육지에 위치한 대형 병원들에 비하면 환자를 진료·치료하기에 비교적 열악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해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다하고 있는 서원우 공중보건의사를 만나 그의 삶을 들여다봤다.

■“울릉도 유일한 의료원… 사명감으로 환자를 대하다”

서원우 공중보건의는 이 곳에서 근무한 지 8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는 내과 전문의로 거주자들이 50∼80대가 많은 만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진료·치료하고 있다.

서 공보의는 “처음 울릉도에 부임 받았을 때는 울릉도에 대해 잘 몰랐다. 다른 병원이 있을 줄 알았는데 울릉보건의료원이 유일한 병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조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소가 예방중심 치료를 주로 하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근무를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이 병원이 유일해 내가 아니면 이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없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지역 특성상 종합병원급 시설 갖추고 파트별로 진료 실시
기상 악화로 응급환자 육지 이송 못할 때 매우 가슴 아파


울릉보건의료원은 지역적인 특성상 질병의 예방·관리 차원의 수준을 넘어 치료·처방 중심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이에 다른 섬과는 달리 CT, 초음파 등 종합병원급의 시설을 갖추고, 특히 외과의사 출신의 의료원장을 비롯해 내과, 산부인과 등 10개 진료과의 전문의(공보의)가 근무하고 있으며 수술까지 집도하고 있다. 보통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경우 수술을 제외한 모든 진료 파트를 혼자 전담하는 반면, 이 곳은 각 진료 파트별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어 전공과목 환자별로 진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 공보의는 “울릉보건의료원은 전공을 살려 환자를 돌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수련의 시절에는 교수님들의 지시에 따라 환자를 진료하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결정자가 되어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환자를 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병세가 호전되어 가는 것을 보면 의사로서의 자부심은 물론 보람이 매우 크다”며 “환자를 대하는 법이나 치료하는 법 등 다양한 공부가 자연스럽게 되고 있다”고 했다.

■“24시간 근무… 울릉도 환자는 우리가 지킨다”

울릉보건의료원 의료진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365일, 24시간 내내 지역주민과 군인, 그리고 관광객들을 돌보고 있다.

서 공보의는 “상대적으로 응급상황이 적은 과목을 제외하고 이러한 인력으로 구성된 보건소는 없다”며 “이 정도의 규모와 시설은 `최고'”라고 말했다.그는 “이는 4년 전 부임한 김영헌 원장(일반외과 전문의)의 노력의 결실”이라며 “환자들을 24시간 돌보기 위해 병원 내에 공보의들의 숙소를 마련해 언제든지 응급환자가 발생하더라도 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료원을 공무원이 아닌 의사가 지휘하기 때문에 진료과별 인재 채용 및 인력 배치로 진료시스템을 체계화해 환자중심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울릉도 내에서 발생한 환자는 의료원에서 진료·치료하자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의료기기, 의약품을 부족함 없이 준비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응급환자인 경우 육지로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데, 그 경우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족같은 환자… 1년 짧은 근무가 환자에게 `미안'할 뿐”

하지만 서 공보의는 의료소외지역인 만큼 기후악화로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육지로 이송하지 못해 생을 마감하는 분들이 있을 때는 의사로서 더욱 안타깝다고.

그는 “두 달전, 뇌출혈 환자가 발생했을 때 기후 악화로 배는 물론 헬기조차 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우리가 환자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인공호흡기 뿐”이었다고 말했다. “뇌출혈은 시간과의 싸움인 만큼 거주지가 울릉도가 아닌 육지였다면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48시간 동안 환자에게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매우 가슴아팠다”고 전했다.

그는 “보건소 특성상 공보의들이 1년만 근무하고 떠난다는 점 때문에 주민들과 의료진 간에 신뢰감을 쌓는 것이 어려운데, 우리 의료원에서 진료를 받고 호전된 환자들이 많이 생길수록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가 쌓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며 웃었다.

서 공보의는 울릉의료원에서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돼 좋은 경험을 하고 있지만, 내년 결혼으로 인해 앞으로 4개월 후에 울릉도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매우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남은 기간 동안 울릉도 주민들에게 더욱 도움이 되고, 환자들이 기억해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며 “울릉보건의료원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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