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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트아동복지회 박원제 전문의
홀트아동복지회 박원제 전문의
  • 표혜미 기자
  • 승인 2011.12.29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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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에 산다, 신 인술의 현장 2012

“부모품 떠난 아이들도 가정의 품에서 행복해야”

박원제 전문의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아이들을 보면, 생모와의 생이별을 해야 하는 아이와 부모, 그리고 입양을 위해 해외에서 온 양부모의 생김새와 피부색 등 서로 다른 모습이 비교되면서 교차될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느냐”

수시로 변하는 나약한 인간의 사랑이 아닌, 한결같은 마음과 참된 인술로 사랑을 실천하면서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고 있는, 따듯한 온기로 가득 차있지만 의료사각지대의 소외된 인술의 현장 `홀트아동복지회' 박원제 선생을 만났다.

1966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경찰병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하면서 쌓아온 실력으로 개포동에서만 20년간의 인술을 펼친 박원제 선생은 “앞으로 남은 인생은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낼 것”이라고 못 밖는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박 선생은 훌쩍 성장해버린 아이들과, 점점 줄어드는 출산율, 그리고 내리막길 경제와 함께 어려운 개원가 현실에 영향을 받던 중 마침 눈에 번뜩이며 들어온 공고 하나가 있었으니, 바로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였다.

“사랑을 행동으로∼, 모든 아동은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 UN아동권리협약 중 입양의 기본정신으로, 홀트아동복지회를 설립한 해리 홀트 씨가 한 말이다. 홀트아동복지회는 이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56년 동안 `사랑을 행동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부모 품을 떠날 수밖에 없는 아동들에게는 가정을 갖게 해 주고, 입양아동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밝게 자랄 수 있는 건전한 입양문화 정착을 위해 힘써왔다.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지 5년. 박 선생은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을 진찰을 하고, 소견을 낸다. 그리고 해외 입양에 이동수단인 비행기 탑승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박 선생은 “해외 입양이라는 건 옳고 그름을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먼저 입양을 보내는 분들의 안타까운 상황들이 줄어들어야 하고, 이를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난 되도록 많은 아이들이 친부모의 가정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먼저 입양 아동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미혼모 자녀에 대한 지원 확대가 시급한 숙제로 꼽힌다”며, 또 “입양 수출 대국(미국입양 1위)의 오명을 씻기 위해 현재 20%에도 못 미치는 장애 아동의 국내 입양률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혼모 지원 확대·장애아동 입양 사회적 인식 개선 절실
남은 인생도 아이들과 함께 보내며 밝게 성장하도록 지원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고,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되는 존재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서 괴롭고 미워하는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고 하는데, 가족이 사랑하는 대상이 될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가족 간에 미워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이보다 더 큰 고통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애증이 꼭 피를 나눈 사람들 사이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애인이나 친구에게서 가족 이상의 사랑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인지 오랜 세월 동안 뿌리박힌 문화적 습성인지는 어느 누구도 모른다.

이에 대해, 박 선생은 “예전처럼 못살아서 아이를 입양 보내는 일은 없지만, 요즘 미혼모들은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고 있다. 미혼모들은 대부분 아이를 키울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입양을 결심한다”며 “현재 우리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치에는 핏줄에 대한 집착과 돈이 최고의 가치로 치부되는 우리 사회의 저급한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지 않는 방법은 정말로 없는 것일까?

지난 5년간의 힘든 순간이 항상 같았다는 박 선생은 “위급한 아이를 안고 큰 병원에 갔다. 병실도 없고, 입원도 안된다며 돌려보내어 질 때. 여러 병원을 거치고 거쳐 겨우 입원을 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중증 외상환자 유치에 소극적인 부분을 조심스레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미혼모와, 부양이 힘든 부모로부터 이곳에 오게 된다. 입양 전 까지 위탁 엄마의 품안에서만 지낸다. 하지만 1년에 한 번은 영아 돌연사가 생긴다. 위탁 엄마도 물론이겠지만 아무런 문제없이 진료를 하던 의료진들에게도 정말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손녀, 손자들 때문인지 아이들 한 명 한 명 이쁘다는 박 선생. 그의 신뢰와 인기는 위탁 부모들은 물론 복지회 직원들 사이에서도 따듯한 자상함과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못지 않다는 소문이 따라다닌다.

마지막으로 박 선생은 “아이들 누구나 가족이라는 사랑의 울타리 안에서 꿈을 나누며 미래로 자라난다. 기준에 있어 각자의 의견은 다르겠지만 우선, 모든 경우의 최우선 순위를 아동복지의 측면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가정의 품 안에서 행복하게 웃고, 생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 선생의 바람이 곧 우리 모두의 소박한 소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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