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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사회복지회 이재승 어린이사랑의원장
동방사회복지회 이재승 어린이사랑의원장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1.12.29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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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에 산다, 신 인술의 현장 2012

"사회 편견이 아쉽지만 천사들과 제 2인생 보람"

이재승 원장
“정년 퇴임 후 다른 곳에서 진료하다 보니 수십년 동안 세브란스병원에서 보냈던 일상이 얼마나 좋았었는지 몸소 느끼고 있다”는 이재승 동방사회복지회 부속 어린이사랑의원장(연세의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분회장).

“정년퇴임하고 나니까 좀 허탈합디다, 마치 손에 늘 쥐고 있던 구슬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느낌이랄까. 그래서 좀 더 의미있는 일을 찾아 보기 위해 고민했죠. 마침 몽골서 요청이와 그곳에서 근무해 볼까, 아니면 지방에서 의료봉사를 시작해 볼까 등등 생각이 많았죠. 결국 동교동 로터리에 있는 이곳을 선택하게 됐어요. 고령의 연로하신 아버님이 생각나고 또 나이어린 손주들을 쉽게 떨쳐버리진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다보니 그 옛날 연세의대에 입학한 이후 맴돌던 신촌을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2월 모교인 연세의대의 소아과학교실 교수로 정년퇴임한 이 원장은 학교측의 배려로 퇴임보다 두달 앞선 지난 해 1월1일부터 동방사회복지회 부속의원에서 근무하기 시작, 이제 만 2년이 됐다. 특히 소아신장이 전공인 이 원장은 정년퇴임후 이곳에서 근무를 위해 뒤늦게 신생아에 대한 공부에 몰입, 이제는 전공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원장은 “연세의대에 재직하고 있을 때는 진료-연구-교육에 매여있다 보니 늘 정신없는 생활의 연속이었다”며 “이곳에서는 단순히 진료만 하다 보니 세브란스병원에 있을 때 보다 다소 정신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이곳 생활도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이는 거의 모든 일을 이 원장이 스스로 다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그러다 보니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입양기관으로 홀트아동복지회와 쌍벽을 이루는 동방사회복지회 부속 사랑의원장으로서 근무하다 보니 예전에 몰랐던 입양아 관련 사실을 소상히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소위 `한국이 미국 입양아 수출 1위 국가'라는 언론 비판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았다. 이 원장은 “국내 입양 자체가 원활하지 않고 위탁되는 아기가 늘어만 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입양 마저도 비난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스러워했다.

이 원장은 그러나 “최근 국내 입양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국내입양의 흠이라면 조건 즉, 유전병과 기형 검사 등을 상당히 까다롭게 하고 여아만을 집중적으로 선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이에반해 해외 입양의 경우, 장애아 및 선천성 기형아, 희귀한 유전성질환을 가진 아기를 유난히 선호하고 있어 입양부모들이 기독교적 사랑으로 충만해서인지 아니면 국가지원탓인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아신장 전공자가 신생아 공부·애틋한 마음 속 자작시도
지난해 마라톤 완주 200회 및 국제마라톤클럽 창립에 자부


이 원장은 “최근 영아일시보호 사업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 간호사와 보육사를 줄이고 있다”며 “이로인해 영아수도 최근 90명에서 40∼45명선으로 축소됐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 원장은 입양의 문제점으로 “400∼500 위탁가정의 대부분이 고령가정(노약자) 아니면 저소득층인데다 열악한 환경(난방, 모기, 벌레)과 위생, 의학상식 부족으로 단순사고(화상, 찰과상, 관절)나 사망사고 등이 종종 발생, 항상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마음은 이 원장으로 하여금 지난 해 가을, 문득 한 아기를 본 순간 한번도 써보지 않았던 시를 써야겠다는 충동을 불러 일으켰다. 이 원장은 자작시인 `영아 일시보호소'를 들려주며 애틋한 자신의 마음도 전해주었다.

너는/곁에만 다가가도/손발을 흔들며/온옴으로 반기는구나.//

손이 살갗에 닿기만 해도/너는/너는/눈을 마주치자며 환환 미소 짓는구나.//

어느 천사있어/네 모습보다 더/이쁘랴

우∼ 우∼/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나도 엄마가 있다고 하는 것이냐.//

어느 하늘 아래/청진기는/네 심장 위에 멈추고//

점점 흐려지는/너의 얼굴//

인터뷰를 마치기 전 이 원장에게 “새해 특별한 계획이 있냐”고 물었더니 “늘 분주한 일상이지만 새해 주말부터는 마라톤과 등산을 병행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일간지에 `육순의 울트라맨'으로 널리 알려진 이 원장은 최근 1년 동안 마라톤 완주에 푹 빠졌었다. 이로인해 이 원장은 2001년10월21일 춘천마라톤에서 첫번째 완주(42.195km) 이후 지난 해 12월18일 199회, 12월24일 마침내 200회 완주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 해 한국과 일본의 마라톤맨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가운데 `국제마라톤클럽·코리아'(www.imc-korea.com)를 창립,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이 원장은 기자에게 “시간나면 종종 들르라”는 말을 남기고 갑자기 들이닥친 영아의 진료를 위해 황급히 자리를 떳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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